새누리당 4ㆍ11 총선 공천의 '백미'는 4선 중진인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과 당의 힘겨루기였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김 의원을 낙천시키면서 반발을 최소화시키고 싶었던 반면, 김 의원은 낙천시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 시키면서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수 싸움'을 계속했던 것이다.

낙천시키려니 뒷감당이...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김 의원의 공천문제를 놓고 처음부터 고심을 거듭했다.

'이런저런'이유로 김 의원을 공천하기가 껄끄러웠고, 그렇지만 공천을 주지 않으려니 무소속 출마가 신경쓰였던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을 낙천시킬 경우 혼자가 아니라 낙천자들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거나 '신당'에 합류하면 전체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낙동강 벨트'운운하면서 야권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부산ㆍ경남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흘려들을 수도 없었다. 김 의원이 그나마 '정치'를 아는 몇 안되는 중진의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아왔고, 지난 총선당시의 '경험'으로 파괴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한때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이었던 김 의원은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지막으로 등을 돌리면서 낙천을 예상, 만반의 준비를 해왔었다. 새누리당의 시간끌기가 계속되자 김 의원은 11일 "내일 당에서 부산 남구을에 대한 공천결과를 발표하든 말든 기자회견을 통해 무조건 출마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당을 압박했다. 시간끌기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때쯤 당내 낙천의원들과 국민생각, 자유선진당 등과 힘을 합쳐 제3의 신당을 만들 것이란 '보수분열설'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는 사석에서는 공공연하게 "저사람(친박)들이 나에게 공천을 주겠느냐"면서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왔다. 공천 과정에서는 낙천 또는 낙천 예상자들과 진로를 논의하면서 '구심점'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4년 전인 18대 총선에서 친이(친이명박)계의 '공천학살'타깃이 되어 낙천, 무소속으로 출마해 '무소속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부산에서 김 의원을 포함한 6명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묘수찾기?… 이중플레이?

새누리당은 김 의원을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아두는데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김 의원의 운명은 '현역의원 하위 25% 탈락'이라는 공천위의 '헌법'이 정해지면서 사실상 결정됐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 을 공천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연시키면서 '김무성 살리기 묘수찾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나서 "컷 오프 여론조사는 헌법"이라고 강조하는 이중플레이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우파 분열의 핵이 돼서는 안되므로 백의종군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4ㆍ11총선 공천과 관련한 자신의 탈당설을 일축했다. 연합뉴스
당내에서는 공천위원인 현기환 의원이 나서 "부산 선거를 위해서는 김무성 형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공천을 줘야 하고, 그것이 정치"라는 논리로 공천위원들을 설득했다. 현 의원은 그러면서 부산 친박계 좌장인 서병수 의원에게도 "무성이 형님은 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같이 가야만 한다"면서 지원을 요청했다는 게 대체적인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김 의원에게 '박 위원장을 찾아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여달라. 일단 최소한의 앙금은 풀어야 우리도 박 위원장에게 문제해결 방안을 얘기할 것이 아니냐'는 조언도 했으나 김 의원이 끝내 거부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머리를 조아리기에 급급한'일부 친박 핵심의원들을 강력한 어조로 비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김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지침'을 물었으나, "공천과 관련해서는 호불호를 절대 따지지 말고 공심위가 정한 원칙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의원에게 특별하게 불이익을 준다든지 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무성 일병 살리기'를 위해 새롭게 등장한 '묘수'가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 을에 '강타자'가 아닌 약체 후보를 내세우거나 무공천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심도있게 논의됐다기 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얘기였지만 김 의원의 섭섭함을 다독이는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김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너무나 많은 분들께서 감사하게도 김무성은 당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이니 공천을 주어야 한다는 여론을 듣고 더 강한 공적인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의 노력이 김 의원에게 당 잔류 및 백의종군 선언의 명분을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에서 '컷 오프'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 자체가 김 의원 낙천을 기정사실화시킨 것이고, 의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가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김 의원에게 명분을 주는 동시에 시간을 벌기 위한 '계획된 시나리오'가 아니었겠느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지역구에 무소속 출마 준비를 지시해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거듭하던 김 의원은 결국 '우파정권 재창출'을 명분으로 백의종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의 전략이 '예우와 시간끌기를 통한 김무성 달래기'였다면 보기좋게 성공한 것이다.

총선 역할… 대선에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는 김 의원에게 뜻밖의 '빚'을 지게 된 셈이다. 이에따라 이번 백의종군 선언이 그동안 등을 돌렸던 박 위원장과 김 의원이 관계를 개선하는 단초가 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박 위원장은 "어려운 결심을 하셨다"고 김 의원을 치하했고, 김 의원은 "우파정권 창출을 위해 같이 힘을 합쳐야 되기 때문에 박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회복하고 당을 위해 일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친박계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김무성 선배가 총선에서 부산선대위원장 등을 맡아만 준다면 부산시당으로써는 감사할 뿐"이라며 "비단 부산시당 뿐만이 아니라 중앙당 차원에서도 역할을 부탁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총선 이후 친박계 내에서 김 의원의 '역할'을 얼마나 용인할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친박계 좌장'이던 김 의원이 박 위원장과 멀어지게 된 결정적 이유중 하나가 친박계 내부의 파워게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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