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관광도로를 타고 가다 달아공원에 서면 바다가 섬의 군락 속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통영시는 250개의 유인도와 무인도를 품에 안은 한려수도의 진주 같은 고장이다. 그 많은 섬들 중에서 가장 큰 섬은 통영대교를 건너 만나는 미륵도다. 미륵도는 해안 일주도로 드라이브 코스가 낭만을 가득 선사하는 멋진 섬이다. 미륵도의 북쪽 4분의 1은 통영시 미수동ㆍ봉평동ㆍ도남동, 남쪽 4분의 3은 통영시 산양읍에 속해 있어 미륵도 일주도로를 산양관광도로라고 일컫는다. '꿈길 드라이브 60리'또는 동백나무 가로수가 우거졌다고 해서 '동백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24km 남짓한 산양관광도로 곳곳에는 한적한 어촌과 포구가 고개를 내밀었다가 어느덧 사라진다. 길 양편에 줄지어 늘어선 동백나무들은 봄이면 핏빛처럼 붉은 꽃을 피워 정취를 돋운다. 해안도로와 산악도로가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 드라이브의 묘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낭만적인 길이다. 그러다 마음 내키는 곳에 차를 세우고 여유를 즐기면 그만.

미륵도에서 가장 전망이 빼어난 곳은 산양관광도로 중간 지점에 있는 달아공원이다. 달아(達牙)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달맞이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달아공원으로 오르면 (觀海亭)이 반긴다. 관해정에 오르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남해 바다와 대장재도·소장재도·저도·송도·학림도·연대도·추도·연화도·욕지도·두미도 등 수많은 섬들을 조망할 수 있고, 바다와 섬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도 장관이다.

청명한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여

통영항
달아공원 주차장에서 남동쪽으로 1km 남짓한 곳에 삼거리가 있는데 여기서 새로 생긴 오른쪽 해안도로도 운치 있다. 산양관광도로의 대부분이 언덕에서 바다를 굽어보는 데 반해서 마동 쪽으로 이어진 이 길은 바로 옆으로 파도가 출렁거려 색다른 정취에 젖어들 수 있다.

미륵도 중앙에 솟은 미륵산은 해발고도 461미터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울창한 수풀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다양한 암굴, 고찰 등을 품고 있어 명산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미륵산 등산로는 다양하게 얽혀 있는데 그 가운데 용화사나 미래사 입구에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대략 1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많은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의 수많은 섬들을 굽어볼 수 있어 조망이 일품이다.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2008년 3월, 길이 1,975미터로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누구나 손쉽게 미륵산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8인승 곤돌라 48대가 운행하여 시간당 800명의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이 케이블카의 정식 명칭은 '통영 미륵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로 10분 남짓이면 하부역사에서 상부역사에 다다른다.

상부역사의 해발고도가 385미터이므로 불과 76미터의 고도차만 극복하면 미륵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상부역사에서 내려 15분쯤 걸으면 정상에 이르지만 도중에 신선대 전망대, 당포해전 전망대, 통영상륙작전 전망대, 전망대, 한려수도 전망대, 박경리 묘소 전망쉼터, 봉수대 쉼터 등이 있어서 이들을 고루 돌아보며 사진을 찍노라면 1시간쯤은 훌쩍 지나간다.

편백숲에 둘러싸인 미래사

졸복국
용화산이라고도 일컫는 미륵산은 여러 사찰과 암자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용화사와 미래사가 유명하다. 용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은점 스님이 미륵산 중턱에 정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그 후 고려 원종 1년(1260년) 산사태로 허물어진 것을 3년 뒤 자윤과 성화가 미륵산 제3봉 아래로 자리를 옮겨 짓고 천택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폭풍과 화재로 소실되는 등 재난이 끊이지 않다가 조선 영조 28년(1752년) 벽담선사가 다시 짓고 용화사라 하였다.

미륵산 남동쪽 기슭의 미래사(彌來寺)는 산사의 정취가 그윽하다. 무엇보다 주위를 둘러싼 편백나무를 비롯한 울창한 숲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싼다. 빽빽하게 우거진 숲 사이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고즈넉하게 파묻힌 자태도 정겹다.

미래사에는 구산, 효봉, 석두 등 세 분의 큰스님을 봉안하는 사리탑이 있다. 효봉 스님은 본디 판사 출신으로 한 피고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다음 밤새 고뇌하다가 법복을 벗어던지고 출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성에 비해 미래사의 연륜은 그리 오래지 않다. 효봉의 상좌였던 구산이 석두, 효봉 두 승려의 안거를 위해 1951년부터 두세 칸의 토굴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54년에 법당을 세웠다. 1975년 미륵불상을 조성했으며 1983년 대웅전을 중건했다. 1990년에는 부처의 진신치아사리를 봉안한 삼층석탑을 세웠고 1993년 6월 범종루를 지었다. 미래사 범종루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십자팔작누각이어서 눈길을 끈다.

# 찾아가는 길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고찰 용화사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한 다음 통영시내를 거쳐 통영대교를 건너면 미륵도에 다다른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통영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 뒤에 미륵도로 들어오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통영 서호시장에 위치한 호동식당(055-645-3138)은 통영을 대표하는 복국 전문점이다. 100% 졸복 선어만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복국과 매운탕을 내는데 손님들은 주로 복국을 찾는다. 콩나물과 미나리의 줄기만 추려 넣었을 뿐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생수처럼 맑은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하게 입에 감친다. 여기에 파래무침과 갈치속젓, 멸치볶음과 잘 익은 깍두기가 곁들여 입맛을 더욱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그 외에 안주로 내는 수육과 찜도 인기가 높다.


미래사를 감싸고 있는 편백나무 숲
한산대첩을 기리기 위해 세운 관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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