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
엄앵란 "맛있다" 호응 얻자 올해 1월 사업가로 나서
꽃게장 7억원 매출

팩 현대만 600억… 은 돈가스로 돈벌어

김치사업은 연예인 각축장
홍진경 연매출 300억원… 오지호 '남자김치'日진출

인지도보단 품질 앞세워야… 이경실·정선희 등 실패도

TV 홈쇼핑은 95년 말부터 시작했다. 당시 홈쇼핑은 나이 든 배우가 입심을 자랑하는 무대였고, 홈쇼핑에서 파는 상품은 곱지 않은 눈길을 한 번쯤 받았다. 96년 홈쇼핑 매출은 340억원대. 출발은 미약했지만 발전 속도는 무척 빨랐다. 홈쇼핑 업계는 지난해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홈쇼핑 매출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대박을 터트리는 연예인도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연예인 홈쇼핑 신화에 대해 살펴본다.

김성은
홈쇼핑 장악한 연예인

홈쇼핑 초창기 "맛있다"를 연발했던 영화배우 엄앵란(76)은 10년 이상 홈쇼핑에 출연하면서 홈쇼핑의 잠재력을 확인하더니 2009년부터 홈쇼핑 사업가로 변신했다. 엄앵란이 차린 회사 이름은 '주식회사 엄앵란'. 김치와 만두를 내세워 홈쇼핑에 뛰어든 엄앵란은 올해 1월 GS샵에 '엄앵란의 꽃게장'을 출시했다. 1월에만 세 차례나 매진 을 기록한 꽃게장 매출은 무려 7억원이었다. 2009년 1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 , , 은 현대 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연예인으로 손꼽힌다. 팩으로 소문난 하이드로겔 마스크시트는 지난해 현대 홈쇼핑에서만 무려 600억원어치가 팔렸고, 의 S라인(330억원)과 의 라뽄떼(107억원), 의 도니도니돈까스(100억원)도 매출이 100억원대 이상이었다. 이들은 현대 홈쇼핑이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뽑은 10대 상품에 포함됐다.

김치 사업은 홈쇼핑에서 연예인의 각축장으로 손꼽힌다. 연예인 김치 사업의 선두주자는 단연 홍진경. 2005년 CJ 오쇼핑에서 '홍진경 김치'를 팔기 시작해 연매출이 200억~300억원대에 이른다. 홍진경은 창업 초기 집에서 담근 김치를 들고 홈쇼핑 회사를 찾아 다녔다. 냉담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홍진경은 2005년 CJ 오쇼핑 임원 눈에 띄어 홈쇼핑에 진출하면서 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홍진경의 더 김치에 도전하는 연예인 김치는 꽤 많다. 오지호의 남자김치는 지난해 노이즈 마케팅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올해 1월엔 일본 홈쇼핑에까지 진출했다. 이밖에 엄앵란의 싱싱김치와 김나운의 속보이는 김치, 김혜자의 정성김치, 김수미의 더맛김치, 장윤정의 올레김치, 곽진영의 종말이 김치 등도 홈쇼핑 대박을 노리고 있다.

과 은 홈쇼핑 의류사업에서 성공한 연예인으로 손꼽힌다. 은 2007년부터 동생과 함께 온라인 의류 쇼핑몰 바이듀를 운영해왔다. 현대 홈쇼핑에서 출시한 라뽄떼는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황금시간대에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날씬한 몸매가 돋보이는 은 '의 S라인'을 통해 홈쇼핑 신화에 동참했다. 이밖에 배우 이미숙과 모델 변정수도 홈쇼핑 의류 사업으로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설레브리티 브랜드

설레브리티 브랜드는 유명인(celebrity) 이름을 상품에 활용한 상표다.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선 여가수 제니퍼 로페즈 이름을 딴 화장품과 섹스앤더시티 주인공 새라 제시카 파커 이름을 활용한 향수가 등장했다. 이밖에 비욘세 놀스와 패리스 힐튼, 저스틴 팀버레이크, 린지 로한 등도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를 앞세워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에선 유명인 상표를 붙인 상품이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현재 TV 홈쇼핑에 등장하는 연예인 상표는 이미숙, 이휘향, 선우재덕, 컬투, 김병만, 김지선 등 20여 종에 이른다. 연예인 상표가 매출을 좌지우지하자 홈쇼핑 업계에선 경쟁사 따라하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롯데 홈쇼핑은 지난해 1월 개그맨 김병만의 '달인 돈까스'를 앞세워 매진 을 기록했다. 현대 홈쇼핑은 6월부터 개그맨 의 '도니도니 돈까스'를 판매했다. 김병만과 을 내세운 돈가스가 인기를 끌자 GS 샵은 12월부터 '컬투 진정한 돈가스'를 출시했다. 이에 뒤질세라 CJ 오쇼핑도 요리사 에드워드 권을 내세워 '코코넛 돈까스'를 팔고 있다.

하유미
, 홍진경 등 연예인 외에도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트린 유명인이 있다. 이나영, 송윤아 등의 화장을 맡았던 조성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조성아의 루나란 이름으로 GS샵에 화장품을 팔아 누적 매출 2,300을 돌파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널리 알린 이혜정 요리연구가도 '빅마마 이혜정의 비프스테이크'로 현대 홈쇼핑에서 귀하신 몸이 됐다.

연예인 등 유명인 수입은 매출의 10% 안팎인데, 팩은 누적 매출액이 무려 1,280억원을 넘어섰다. 가 홈쇼핑에서 번 돈을 추산하면 100억원대인 셈이다.

연예인 상표 허와 실

연예인의 인지도를 활용한 홈쇼핑 상품이 실패하는 예도 있다.

개그우먼 이경실은 2007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경실FS란 회사를 차려 홈쇼핑을 통해 갈비찜을 판매했다. 이경실을 믿고 갈비찜을 구매한 소비자가 상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경실과 갈비 납품업체는 2008년 2월 맞소송했다. 당시 이경실 측은 "명절을 맞아 갈비찜을 팔려고 했지만 업체가 아무 연락도 없이 납품을 중단해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주장했고, 납품업체는 "2007년 9월부터 갈비찜 세트를 납품했으나 물품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정형돈
정선희는 촛불 시위 비하 발언으로 홈쇼핑에서 퇴출됐다. 정선희는 2008년 초 팔기 시작한 화장품 세네린이 인기를 끌어 수입이 쏠쏠했다. 그러나 4월에 촛불 시위 비하 발언이 터지가 항의가 빗발친 끝에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몇몇 연예인은 상품 홍보를 뒤로한 채 높은 몸값만 요구하다 퇴출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연예인 상표가 꽤 많다는 사실은 연예인 얼굴과 이름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연예인 상표가 성공하려면 품질이 좋아야 한다. 팩은 중소기업과 연예인이 힘을 합쳐 성공한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제닉은 흘러내리지 않는 수분 팩 특허를 가질 정도로 기술은 한국 최고였지만 유통망이 없어 위탁 생산업체로 머물렀다. 판로를 뚫지 못하던 제닉은 피부가 좋기로 소문난 가 홍보와 마케팅에 앞장서면서 '홈쇼핑 신화'를 만들었다. 를 통해 입소문을 내자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싼 팩은 큰 인기를 누렸다.

의 라뽄떼도 마찬가지다. 은 의상을 전공한 동생 김재은씨와 함께 옷감 선택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바이듀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홈쇼핑에서도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선 '옷 제작에 참가한 이 직접 출연해 옷에 대해 설명하니 구매자 눈과 귀를 붙잡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홈쇼핑 10조원 시대를 맞아 연예인 대박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연예인 얼굴과 이름만으론 성공할 수 없는 셈이다.

롯데홈쇼핑 스테이크 49만세트… GS샵 청바지 40만장이나 팔려

● 업체별 히트상품 베스트10

TV 홈쇼핑 매출이 지난해 10조 3,900억원이었다. 홈쇼핑 10조원 시대를 맞아 포춘코리아가 업체별 히트 상품 베스트 10을 3월호에 보도했다.

업체별 최고 히트 상품을 살펴보면 GS샵에선 뱅뱅 쿠버스(청바지), CJ오쇼핑에선 오제끄 산소 마스크 클렌저(화장품), 현대 홈쇼핑에선 의 하이드로겔 마스크시트(화장품)이었다. 롯데 홈쇼핑과 NS홈쇼핑에선 각각 크라제버거스테이크(식품)와 센스맘매직크리너(생활용품)이 가장 많이 팔렸다.

홈쇼핑 업계에선 매출 규모가 아닌 판매수량으로 히트상품을 선정한다. 매출로 집계하면 단가가 큰 가전제품이 순위를 휩쓸기 때문이다.

GS샵에선 ‘뱅뱅 쿠버스 청바지 3종 세트’가 40만 개 이상 판매되며 히트상품 1위에 올랐고, 패션잡화 ‘모르간’과 화장품 ‘쌍빠 마스크팩’이 그 뒤를 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적절한 상품구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GS샵 신진호 홍보팀장은 “의류 분야에선 무난한 스타일 3~5종을 묶어 7만~8만 원에 판매한 아이템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패션 잡화도 실속 있는 가격대의 제품들이 많이 팔렸다. 화장품 역시 기능이 많고 구성이 풍부한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CJ오쇼핑에선 패션 뷰티 상품들이 히트상품 1위부터 10위까지 싹쓸이했다.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는 43만 세트가 팔리며 톱10 신규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CJ오쇼핑이 직접 제작ㆍ유통에 참여한 속옷 ‘피델리아’는 42만 세트 이상 판매돼 2위를 기록했다. ‘아키by아시다미와’도 피델리아에 이어 3위에 올라 보정라인 속옷의 강세를 입증했다.

현대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53만여 세트가 팔린 ‘의 하이드로겔 마스크 시트’였다. 이 제품은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 히트상품 1위에 올랐다. 2위는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로 화장품이 투톱을 형성했다.

현대홈쇼핑 한광범 미용팀장은 말한다. “예전에는 화장품을 풀세트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단품 아이템을 찾는 고객이 크고 늘고 있습니다. 스스로 피부를 관리하는 ‘홈 에스테틱’ 붐이 일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3위는 요리연구가 이혜정 씨가 직접 출연하는 ‘빅마마 비프스테이크’로 지난해 40만 세트가 팔려 나갔다.

롯데홈쇼핑에선 49만 세트가 팔린 ‘크라제버거 스테이크’가 1위를 차지했고, 기초화장품 ‘아이오페’와 세탁세제 ‘퍼실’이 그 뒤를 이었다. 롯데홈쇼핑 마케팅부문 김종영 부문장은 말한다. “올해는 식품이 특히 각광을 받았습니다. 유통단계를 줄여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죠. 이젠 홈쇼핑이 파는 식품의 품질도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요.”

NS홈쇼핑에선 30만 세트가 판매된 회전걸레 ‘센스맘 매직크리너’가 최고 히트상품의 영예를 안았다. 회전걸레의 상품수명 주기에 맞춰 보상판매를 실시한 것이 주요 요 인으로 꼽혔다. 2위와 3위에는 각각 ‘웰빙 건강호두’(20만 세트)와 ‘주원산 훈제오리’(19만 세트)가 올랐고, 상위권 순위 대부분에도 주로 식품이 포진했다.

전체 홈쇼핑 히트상품을 상품군별로 나눠보면 식품 13개(26%), 화장품 12개(24%), 의류 9개(18%) 순으로 인기도가 높았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