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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리스트 들킬라…' 신경전 팽팽

룸살롱 황제 놓고 검·경 격돌
명단 20명 정황 포착 검찰, 이씨 체포 안한 전례 검사도 유착관계 가능성
이씨, 북창동 삐끼로 시작 3600억 매출 성장
룸살롱 황제의 뇌물리스트가 사정 당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룸살롱 황제로 알려진 이경백(40)씨가 만들었다는 뇌물 명단에는 전ㆍ현직 경찰 2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경찰과 갈등을 빚어온 검찰로선 쾌재를 부를 수 있는 수사 소재. 그러나 검찰도 이씨와 유착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장군 멍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과 북창동 일대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며 세금 42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서울구치소에서 복역중인 이씨. 그는 최근 자신에게 뇌물을 받은 경찰 명단을 작성해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에는 전ㆍ현직 경찰 약 20명이 적혔고, 뇌물은 20억~30억원대로 전해졌다.

경찰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검찰은 최근 이씨를 만나 뇌물 리스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룸살롱 황제는 어떤 인물이길래 검찰과 경찰이 이렇게 매달리는 걸까? 이씨는 1997년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호객꾼, 일명 삐끼로 유흥업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북창동에서 성장한 이씨는 술자리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는 소위 '북창동식 유흥업소'를 열어 큰돈을 벌었으며 강남에 진출한 뒤에도 '북창동식 룸살롱'을 퍼뜨리며 5년간 무려 3,600억대 매출을 올렸다.

2007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은 이씨가 룸살롱 황제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경찰이 사건 제보자 주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룸살롱 업계 대부로 불리던 김○○씨가 큰 타격을 입은 것. 이 틈을 타 이씨는 사업을 더욱 확장했고 룸살롱 황제로까지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당시 경찰 수사망을 잘 피했던 이씨는 그러나 2010년 덜미를 잡혔다. 강남 룸살롱에서 일했던 가출 청소년이 어머니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가 단서가 됐다. 체포된 이씨는 성매매 알선과 탈세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았고, 이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경찰 39명은 징계를 받았다.

이씨는 2008년과 2009년 강남 일대 경찰에게 1,00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이자로 100만원을 주는 수법으로 상납했다고 한다. 하루 매출만 5억원 안팎이었던 룸살롱 황제는 또 친분이 있는 경찰에게 술값과 명절 떡값 명목으로도 돈을 건넸다.

이씨의 구속과 연루 경찰관들의 징계로 끝난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이 다시 살아난 건 이씨의 분노 때문이다. 이씨는 내연녀 장○○(35)씨를 통해 뇌물 리스트에 올라 있는 전ㆍ현직 경찰관에게 "돈(뇌물)을 돌려주지 않으면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탈세 혐의로 재산을 압류당해 출소하더라도 재기가 불투명한 데다 뇌물을 받은 경찰이 자신을 지켜주지 않은 데 대한 앙갚음 성격이 짙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뇌물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경찰서 A 경위는 사건이 더 커지지 전에 지난해 12월 구치소에 있는 이씨를 찾아가 사태 수습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매달 수백만원씩 총 1억원을 상납했으니 돈을 갚으라는 이씨의 요구에 1억원을 돌려줄 테니 봐달라고 사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 경위는 경찰 자체 조사에서 '(이씨가) 3억원을 빌려달라기에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을 믿기엔 석연치 않는 구석이 많다. 이씨가 현직 경찰관을 교도소로 불러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씨는 '모든 걸 검찰에 밝히겠다'며 경찰 조사를 거부했다. 수사권을 놓고 검찰과 대립해온 경찰은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이씨는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도 일단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치소 접견 기록과 내연녀 장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토대로 뇌물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경찰관 명단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간에 떠도는 뇌물 리스트를 갖고 있지 않지만 일부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가 뇌물 명단에 대해 입을 열진 않았지만 검찰은 추궁 과정에서 몇몇 신원을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감찰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면회자 명단과 비교해 의혹이 있는 경찰관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룸살롱 황제 뇌물 명단에 대해 "부패비리와 유착한 경찰을 도려낸다면 검찰이 수사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부패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면서 "법 집행 기관인 검찰과 경찰은 다른 기관보다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룸살롱 황제 로비 외압을 받고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시 경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를 했다. 청탁에 굴복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2007년과 2010년 이씨를 체포하려던 경찰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010년 성매매 관련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 관계자는 21일 모 일간지 기자를 만나 "이씨가 성매매업소 업주라는 증언이 확보돼 긴급 체포하려는데 검사를 긴급체포를 불승인했다. 경찰의 긴급체포 요청을 불허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또 2007년에도 수사 중에 이씨가 검사 서너명과 주기적으로 연락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황제의 뇌물 명단에는 일단 경찰 이름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씨가 입을 열면 검찰도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눈치를 보며 이씨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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