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 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랙' 보고 구상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지 107년 만에 전화는 선을 버리게 됐다."

모토로라 연구원 마틴 쿠퍼는 1973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훗날 쿠퍼는 공상 과학 TV 드라마 <스타트랙>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쿠퍼는 상상력의 산물인 휴대전화를 들고 뉴욕 시내로 나가 경쟁자였던 AT&T 벨연구소 조엘 엔젤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승자의 여유였던 셈이다.

세계 최초 이동통신은 자동차용 전화로 휴대전화보다 27년 앞섰다. 1946년 6월 17일 세인트루이스에서 개통된 자동차용 전화 무게는 약 36㎏이나 돼 휴대용으로 볼 수 없었다. 휴대전화를 개발한 모토로라 디자이너가 쿠퍼에게 "휴대전화(cellular phone)이 도대체 뭐냐"고 물었을 정도로 휴대전화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그러나 일반인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기까진 시간이 꽤 걸렸다. 스웨덴 에릭슨은 1981년 NMT(Nordisk Mobil Telefoni) 기술을, 미국에선 벨 연구소가 1983년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 기술을 개발했다. 1세대 이동통신 기술(1G)로 분류되는 NMT와 AMPS는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표준 이동통신 기술로 자리잡았다.

모토로라는 1983년 다이나택 8000X를 출시했는데, 당시 3,995달러라는 거금에도 인기를 누렸다. 다이나택은 길이 30㎝에 무게 1㎏인 '벽돌폰'이었지만 당시엔 가볍고 획기적인 상품으로 여겨졌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은 1984년에 카폰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고,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88년엔 다이나택 후속 모델이 서울에서 사용됐다.

아날로그 방식이었던 1세대 이동통신고 달리 2세대 이동통신은 디지털 방식이었다. 90년대부터 널리 보급된 유럽식 GSM과 미국식 CDMA는 많은 기지국을 필요로 하지만 통화 품질이 우수하고 문자와 사진 등을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동통신은 3세대(3G)를 넘어 4세대(4G)까지 발전했다. 휴대전화로 TV를 보고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통신비는 부쩍 늘었다.

아이폰을 만들어낸 애플은 세상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이 됐고, 각국 통신회사도 덩달아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 바야흐로 휴대전화 전성시대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