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표심 어디로…] ● 총선 이후 정국 기상도… 누가 웃을까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인천 남구을 윤상현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인천시 남구 용현동 용현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 야권 승리땐
BBK 4대강 사업등 청문회 개최도 예상
MB는 '식물대통령' 朴과 싸잡아 공격… 대선정국 주도권 장악

● 여당이 이기면
'朴 개인의 승리' 평가… MB는 조력자 역할
야당은 지도부 책임론 총체적 난국 휩싸일듯… 문재인도 타격 불가피

4ㆍ11 총선이 막판으로 갈수록 역대 어느 때보다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선거처럼 예측이 어려운 적도 없는 것 같다. 8년 전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휩싸여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됐고 실제 결과도 그랬다. 반면 4년 전 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지다 보니 한나라당의 상승세가 점쳐졌고 결과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예상 득표율 5%이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곳이 전국적으로 50여 곳에 달할 정도로 여야간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예측을 섣불리 하지 못할 정도다.

혈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선거는 11일이면 막을 내리고 여야는 획득한 의석 수를 바탕으로 또 다른 승부인 대선을 위해 서로에게 칼을 겨눠야 한다. 의석 수가 어떻게 갈리느냐에 따라 연말 대선 승부의 유ㆍ불리가 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야가 이번 총선에서 한치의 양보 없이 기싸움을 벌이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문성근, 문재인 후보가 지난 5일오후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서 지지를 호소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대체로 민주당이 박빙 우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조금 많은 편이다. 이 경우 135석 안팎의 민주당과 130석 안팎의 새누리당이 1,2당을 차지하고 통합진보당이 10여석, 자유선진당과 진보신당 및 무소속 후보들이 나머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른 경우로는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하면서 전체적으로 민주당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면 새누리당 입장에서 최악의 카드는 수도권 접전지에서 상당수 후보들이 아깝게 패할 경우 민주당과의 의석 수 차이가 20석 가량까지 벌어지게 되는 경우다.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가져가고 당시 한나라당이 121석에 그쳤던 때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할 때 민주당이 140석 안팎, 새누리당이 120석 안팎에다 통합진보당이 20석 안팎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물론 여당이 압승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바닥 정서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희박해 보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우세승이나, 민주당의 우세승, 야권의 압승 등의 3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가 현실화할 것 같다. 이 같은 각각의 결과에 대한 총선 이후 정국 기상도는 너무나 판이하다.

여소야대 정국 험로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누르고 1당을 차지하고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근접하며 3당에 오르면서 진보신당과 친야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마저 가세해 야권 의석이 150석을 넘기면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다. 비록 여야 어느 당도 과반을 얻지는 못했다 해도 선거 연대를 이룬 야권이 국회 의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순식간에 정치권은 야권천하가 된다. 18대 국회의 잔여 임기가 남아 있지만 총선 다음날인 4월12일부터 19대 국회와 버금갈 정도로 모든 힘의 중심과 여론의 관심이 야권에 쏠릴게 분명하다.

이미 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면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총선 때 쟁점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제주기지건설반대를 천명한 만큼 이에 대한 반대 압박에 먼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어 BBK 의혹과 4대강 사업,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문제, 선관위 디도스 문제 등에 대한 정치 공세가 불을 뿜을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집중 공격도 예상된다.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 문제 등을 포함 유신정권 시절의 각종 그늘진 측면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아킬레스건에 대한 집중 공격을 통해 반대 여론이 어느 정도 조성되면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야권은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의 개최를 단독으로라도 시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개원 시점은 여야 대선 후보 경선 시기와 맞물려 있다. 야권은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흔들기를 계속하고 청와대와 야당은 수세적 입장에서 방어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모로 여권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7월을 지나면서 여야 후보가 결정되면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진다. 청문회나 국정조사가 개최되고 가을께 열리는 국정감사는 정부 여당의 성토장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현정부에 부정적인 각종 정보가 국회 앞마당에 쏟아지게 되고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야권은 이를 대선 국면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조직적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 같은 대여 공세는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과녁화한 채 4월12일부터 대선일인 12월19일까지 계속될 게 분명하다. 이번 총선의 여소야대 결과는 야권에게 정국을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8개월 여 기간을 무상으로 부여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대야소땐 김두관 기회

새누리당이 1당을 차지하면서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 등 친여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이 몇몇 당선돼 전체적으로 절반 의석을 보수 진영이 가져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 체제로 치른 총선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올 수 있다. 친노세력 역시 이번 야당 공천을 주도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산ㆍ경남(PK) 지역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문재인 상임고문 역시 총선 결과가 대선가도에 큰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야권이 총체적 난국에 휩싸이게 된다.

그렇다고 대선 후보 경선(7월)이 코앞인데 야권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겨를도 없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통합진보당은 통합진보당 대로 저마다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내부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총선 책임론을 놓고 서로가 물고물리는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개연성이 크다.

물론 친노세력의 대주주이면서 유력 주자로 꼽히는 문 고문이 출마 의사를 포기하면서 같은 친노계열인 김두관 경남지사를 지지할 경우 힘의 균형이 급속히 김 지사에게 쏠릴 수도 있다.

다른 시나리오를 그려본다면 친야 성향 지지층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쪽으로 급속히 돌아설 수 있다. 야권 후보가 누가되더라도 안 원장의 지지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때와 같이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라는 대중적 여론이 커질 수 있다. 여기서 안 원장의 야권 영입이 시도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이르기까지 한 대표와 486세력, 문 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 등을 위시한 친노세력, 박지원 최고위원 중심의 구민주당 계열, 손학규ㆍ정동영ㆍ정세균 상임고문 등 다른 후보군의 치열한 총선 책임 공방이 예고돼 있다. 4월12일부터 야권 후보가 가려지는 하반기까지 내부 쟁투가 끊이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반면 여당은 야당 싸움을 지켜보며 전리품만 취하면 되는 편안한 일정을 가질 수 있다. 총선 승리는 사실상 '박근혜' 개인의 승리와 진배없기 때문에 박 위원장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당내 경쟁자인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수는 있으나 대세는 판가름 나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도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막후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박근혜 후보 만들기에 조력자 정도의 역할 외에는 별다른 임무가 주어지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하더라도 1당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친여 성향의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 수를 합해 150석이 넘을 경우 사실상 '박근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지는 셈이다.

무승부면 끝까지 이전투구

한쪽으로 힘의 균형이 쏠릴 경우 4월 이후 정국은 승자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 자명하지만 여야가 130석 중반대로 비슷하게 의석을 가져갈 경우 정치권은 지금 선거구도처럼 혼전 양상을 띠게 된다. 이 경우 통합진보당과 친야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10여석을 차지할 것이고 자유선진당과 친여 성향의 후보들도 비슷한 의석 수를 보유하게 될 것이기에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여야가 팽팽한 힘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각 당 내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긴 어렵다. 딱히 총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도부를 공격하기도 어렵고,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별다른 변수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자리를 굳혀갈 것이기에 이에 맞선 야권 대항마가 누구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정치 구도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당내 친노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일단 가장 유리해 보인다. 여기에 손학규 상임고문과 정동영ㆍ정세균 상임고문이 뛰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번 총선에 출마한 정동영 정세균 상임고문 중 낙선자의 경우 출마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상황 추이를 지켜보면서 합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안철수 원장의 움직임이다.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야권에서는 노무현-정몽준 대선 후보 단일화의 추억을 되살려 야권 단일화를 시도할 것으로 여겨진다. 즉 7월말 선출될 민주당의 대선 후보와 통합진보당이 자체적으로 내세우는 후보, 여기에 안 원장이 나서는 야권 3자간 후보 경선이 가을을 지나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새누리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독주체제가 가속화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또 다른 미래권력으로서의 자리매김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보수진영을 아우르기 위한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과의 합당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를 제외한 여야 수뇌부들은 서로를 향해 생사를 건 전쟁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여야간 유력 주자를 향한 '묻지마 폭로'가 릴레이식으로 이어지고 야권은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을 향해 더욱 매섭게 총부리를 겨눌 것이다.

새누리당도 문재인 고문을 겨냥한 친노 공격에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부분을 집중 공격하는 이념 공세에도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안 원장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도 서서히 시작될 수 있다. 한마디로 여야간 이전투구가 연말 대선까지 지루하게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향후 정국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느냐는 모두가 이번 4ㆍ11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염영남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