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조65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금융비용으로는 1조6,717억 밖에 지출하지 않아 7.0의 높은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사진은 수출선적부두에서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차량들. 주간한국 자료사진
지난해 영업이익 급증 0.7이나 올라 7.0 기록
2위 는 5.8의 롯데… 한화·GS·삼성 뒤이어
LG 1미만 계열사 최다… 현대차·현대중·한화는 없어
에스원·로엔엔터테인먼트 금융비용 '0원'

10대그룹 상장계열사의 23%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이 공민기업을 제외한 자산순위 상위 10대그룹 소속의 82개 상장계열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9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그룹의 82개 상장계열사는 지난해 총 41조7,3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의 50조5,868억원과 비교하면 12.4%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도 소폭 감소했다. 2010년 16조654억원이었던 금융비용은 지난해 15조7,078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더욱 컸던 탓에 10대그룹의 이자보상비율은 2010년 3.1에서 지난해 2.7까지 하락했다. 역으로 계산했을 때, 10대그룹 상장계열사가 2010년 영업이익 1,000원당 지출한 이자비용이 322원이었다면 지난해에는 370원으로 오른 셈이다.

현대차ㆍ롯데 양호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금융원가)으로 나눈 값이다. 만약 기업이 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1억원 전부를 이자로 지급했다면 이자보상비율은 1이 된다. 애써 번 돈 모두를 채무 상환하는데 고스란히 갖다 바친 꼴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보다 크다면 자체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고도 이익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이라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경우 이자보상비율은 당연히 1 미만이 된다.

10대그룹 중 지난해 가장 높은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한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조6,5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금융비용으로는 1조6,717억 밖에 지출하지 않아 7.0의 높은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2010년과 비교해 금융비용이 늘어났지만(11.1%) 영업이익의 증가폭(22.4%)이 훨씬 컸던 탓에 이자보상 비율도 6.3에서 0.7이나 올라갔다.

2위는 5.8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한 롯데가 차지했다. 롯데는 지난해 3조118억원의 영업이익과 5,206억원의 금융비용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영업이익증가율 1, 2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 롯데는 이자보상비율에서도 1, 2위를 차지했다. 이자보상비율이 증가한 폭은 롯데가 가장 컸다. 롯데의 이자보상비율은 2010년의 4.8에서 무려 1.0이나 증가했다. 한화(3.9), GS(3.5), 삼성(2.8)이 롯데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대그룹 중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곳은 한진과 두산이었다.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진은 -0.3,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떨어진 두산은 0.7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한진은 이자보상비율 하락폭도 10대그룹 중 가장 컸다. 2010년 1.9의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던 한진의 이자보상비율은 1년 동안 무려 2.2나 떨어졌다. 2010년 2조571억원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던(-3,539억원) 것에 기인한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도 1조646억원에서 1조1114억원으로 4.4% 상승했다.

두산의 이자보상비율은 2010년 0.9에 비해 0.2 감소했다. 금융비용이 줄어들었지만(-12.8%, 1조5,141억원→1조3,198억원) 영업이익의 하락폭이 두 배 이상 컸던(-28.6%, 1조3,726억원→9,799억원) 탓이다.

10대그룹 중 2010년에 비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올라간 곳은 롯데(1.0), 현대자동차(0.7), SK(0.1) 단 3곳뿐이다. 나머지 7개 그룹은 이자보상비율 하락을 경험했다. 이자보상비율이 2.2나 떨어진 한진의 하락폭이 가장 컸고 LG(-1.5), 현대중공업(-1.3), 삼성(-0.8)이 뒤를 이었다.

3개사 적자전환한 LG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의 상장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그룹은 LG였다. LG는 총 5개사(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이노텍, 지투알)의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이었다.

LG전자는 지난해 금융비용을 상당부분(6,801억원→5,680억원) 줄였다. 영업손실에서도 전년대비 큰 폭의(-1조1,046억원→-2,992억원) 실적개선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총 2,890억원의 흑자를 바탕으로 2011년 영업실적에서 흑자를 거두리라는 전망과는 달리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영업손실을 기록함으로써 자연히 이자보상비율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더욱 참담한 2011년을 보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까지 무려 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달렸다. 경기침체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의 여파가 컸다. 그 결과 2010년 5.1이었던 준수한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5.0으로 크게 떨어졌다. 금융비용이 증가한(2,007억원→2,484억원) 탓도 있지만 영업손실이 워낙에 거대했던(1조244억원→-1조2,511억원) 탓이 컸다.

LG이노텍 또한 -0.8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LED 매출 정체로 적자전환한 탓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1,0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비용도 증가했다. 2010년 742억원이었던 LG이노텍의 금융비용은 지난해 1,241억원으로 늘어났다.

마이너스를 기록하진 않았지만 LG상사와 지투알도 이자보상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2010년 1.6을 기록했던 LG상사의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0.8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떨어지고(1,706억원→1,184억원) 금융비용은 증가(1,096억원→1,547억원)했다. LCD 및 IT 부품, 석유화학의 경기 불황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다. 지투알은 31,378.2였던 이자보상비율이 0.9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한 탓도 있지만 매도가능금융자산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2010년 12만원에 불과했던 금융비용이 39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여파가 컸다.

1 미만 계열사는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의 상장계열사를 LG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곳은 한진과 SK로 각각 4개사씩이다.

한진에서는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가 적자전환하면서 마이너스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2010년 6,8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한진해운은 지난해 -4,9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운시황 침체와 연료유가 상승의 여파가 컸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4,184억원에서 4,315억원으로 늘어남으로써 한진해운의 이자보상비율은 2010년 1.7에서 지난해 -1.2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1,517억원→-3,018억원), 금융비용 상승(58억원→82억원)을 경험했던 한진해운홀딩스도 26.2였던 이자보상비율이 -36.8로 떨어졌다.

한진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실적부진의 여파로 이자보상비율 1 미만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2010년(1조1,589억원)보다 66%나 하락한 3,9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6,085억원에서 6,357억원으로 증가, 이자보상비율 또한 1.9에서 0.6으로 급락했다.

SK에서는 가장 덩치가 큰 SK네트웍스의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영업이익 증가폭이(2,505억원→3,264억원) 금융비용 상승폭보다(4,024억원→4,753억원) 컸던 탓에 이자보상비율은 소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0.7에 머물렀다. SK네트웍스, SK텔레콤 다음으로 규모가 큰 SK가스 또한 2010년에 이어 0.2의 높지 않은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차입금 대부분이 융통성이 큰 유산스(usance)로 구성,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받기도 했다.

SK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상장계열사인 SKC솔믹스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의 이자보상비율을 올렸다. 반도체 부품 소재가 주력인 SKC솔믹스는 태양광 부문에서 적자를 내며 지난해 -0.9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두산은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의 상장계열사 3곳을 삼성과 롯데, GS는 각각 1개사씩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한화의 상장계열사 중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한진과 더불어 그룹의 총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을 기록한 두산은 매출기준 상위 3대 계열사 모두 지난해 1 미만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 금융비용은 2010년 대비 각각 5.0%(3,756억원→3,945억원), 3.0%(5,854억원→6,029억원) 늘어났다. 이자보상비율은 소폭 증가(0.6→0.7)했지만 여전히 1 미만에 머물렀다. 두산인프라코어 또한 이자보상비율이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3,724억원)이 이자비용(3,829억원)에 약간 못 미치면서 이자보상비율 또한 1을 넘지 못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를 겪으며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을 기록(857억원→-2,695억원)한 두산건설은 같은 기간 금융비용(1,229억원→1,992억원) 또한 크게 늘어났다. 두산건설의 이자보상비율도 2010년 0.7에서 지난해 -1.4로 급감했다.

삼성에서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SDI만 1 미만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2010년 1,501억원에서 지난해 -66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삼성 내 상장계열사 중 유일한 적자다. 유럽발 위기로 2차 전지 판매량이 감소함과 동시에 삼성전자로부터 넘겨받은 태양광 사업부가 적자를 면치 못한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자연스레 이자보상비율도 0.8에서 -0.3으로 떨어졌다.

2010년 말 롯데정보통신에 인수된 현대정보기술은 지난해 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38억원의 금융비용을 지출하면서 0.9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롯데 상장계열사 중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을 기록한 유일한 곳이다. 그러나 2010년 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흑자전환하면서 실적개선을 이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GS에서는 방계회사인 코스모그룹의 코스모신소재(구 새한미디어)가 유일하게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10여 년의 워크아웃 기간을 거치다 2010년 10월 코스모그룹에 인수ㆍ합병된 코스모신소재는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이자보상비율이 0.3에 머물렀다.

무차입회사도 2개사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을 기록하며 채무상환능력의 취약성을 드러낸 상장계열사들이 있는 반면, 아예 금융비용이 '제로'인 무차입회사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10대그룹 상장계열사 82개 중 무차입회사는 삼성의 무인경비시스템 보안업체인 에스원과 SK의 음악콘텐츠 기획 및 유통업체인 로엔엔터테인먼트 2개사였다. 에스원과 로엔엔터테인먼트는 2010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금융비용 0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17%는 3년 연속 이자도 못내

156개사가 한계기업… 대기업에선 8.5%에 불과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100곳 중 17곳이 3년 연속으로 돈 벌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계기업 비중ㆍ매출액 영업이익률'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소기업 938개사 중 16.6%인 156개사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02년 12.5%(107개사/888개사)에서 점차 높아져 2009년 18.0%(169개사/941개사)로 껑충 뛰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2010년 15.7%(149개사/947개사)까지 낮아졌으나 지난해 상반기 다시 16.6%로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8.5%에 불과했다. 650개사 중 55개사가 한계기업이었다. 이에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수익성보다는 시장 확대에 치중, 자금 수요가 많고 부채비율이 높다"며 "차입금리도 대기업보다 높아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