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아티스트'를 아시나요인터넷 카페서 주활동 이론수업 후 클럽서 실습수강료 30만~200만원선 원나잇 목적·여자 사냥 등비판도 만만치 않아

솔로들에게 연애의 기술을 전수하는‘픽업 아티스트’가 온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픽업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시라노 연애조작단’의 한 장면.
'연애도 배워야 한다?' 최근 솔로들에게 연애의 기술을 전수하는 '작업의 달인'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픽업 아티스트'가 그 주인공. 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온라인이다.

실제 픽업 아티스트들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수업방식과 과거 전력 등을 내세우며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곳에서 수소문한 끝에 한 픽업 아티스트 한정희(30ㆍ가명)씨와 연락이 닿았다. 한씨는 선뜻 취재에 응해줬다.

그리고 지난 8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한씨를 만났다. 당초 생각과 달리 한씨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겉보기만으론 '작업의 달인'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기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한씨는 이를 의식한 듯 웃으며 말했다.

"좀 놀라셨죠. 솔직히 제가 썩 잘생긴 외모가 아니잖아요. 여자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선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중요한 건 요령. 요령만 있으면 저 같이 평범한 사람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요. 픽업 아티스트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한씨에 따르면 먼저 이론수업이 이뤄진다. 이론은 먼저 치장법이나 접근방법 등의 '첫 대면'을 시작으로 친밀한 관계 맺기, 마무리 짓기, 애프터(재만남) 등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기상천외한 '비법'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황에 따른 대처법이 주된 교육내용이다.

"상대 여성의 성격을 파악하는 법이나 칭찬하는 방법, 데이트 코스 선정, 연락법, 유머의 기술 등을 가르쳐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많은 기술이 숨어있죠. 예를 들어, 예쁜 여성에게 예쁘다는 칭찬은 효과가 없어요. 늘 들어온 말이거든요. 대신 잘 보이지 않는 세밀한 부분을 칭찬해 주면 분명히 먹혀 들어가게 돼 있어요. 세세한 부분이지만 그 결과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이론 교육이 끝나면 통상 실습이 이어진다. 길거리나 클럽, 바 등이 주로 이용되는데 이곳에서 첫만남부터 잠자리에 이르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다 단점을 지적하거나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수강생이 소개팅을 앞두고 있는 경우, 상대역을 초빙해 상황극을 진행하기도 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이론에 통달했다 해도 한계가 있어요. 실전엔 많은 변수가 따르기 때문이죠. 결국 필드에 나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에요. 백문이불여일견인 셈이죠. 여기서 픽업 아티스트의 역할은 주저하는 고객들의 등을 밀어주고 조언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겁니다. 또 지켜봐 주는 것 자체로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하고요."

이게 끝이 아니다. 대부분 픽업 아티스트들은 수업이 완료된 뒤에도 제자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며 조언을 해준다. 일종의 '애프터서비스'인 셈이다. 한씨 역시 정기적으로 제자들과 모임을 가진다. 여기선 사제 간의 친목은 물론 실패나 성공담 등 노하우를 교환한다고 한다.

"한두 달에 한번 꼴로 모임을 갖고 있어요. 수강생을 모집하기 시작한지 2년 동안 받은 제자가 모두 11명이에요. 요샌 이중에서 통상 7~8명 정도가 참석하고요. 애인이 생기면 참석 못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모인 사람들끼리는 술 한 잔 하면서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클럽 등 필드에 나가서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선보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어떤 이들이 픽업 아티스트들의 주고객층일까. 본격적으로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20대 초반과 늦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30대 이상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20대 중후반 고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수강료는 통상 온라인 30만원, 오프라인 50~200만원선이다. 일단 이론 수업만 진행되는 온라인 수강료에는 픽업 아티스트 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오프라인 수업의 가격은 천차만별. '실습' 장소로 어디를 이용하느냐, 며칠에 걸쳐 실습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책정되는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교육이 비싸다는 얘기가 많아요. 그런데 수강료 2/3 이상은 실습하는데 들어가거든요. 클럽이나 나이트클럽의 술값, 상대역 초빙하는 비용과 여러 가지 부대비용 등이 빠져나가면 크게 남는 게 없어요. 결코 비싼 게 아니에요."

한씨가 밝힌 수업의 이유는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바람직한 이유지만 픽업 아티스트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결국 여성과의 '하룻밤'을 보내는 게 목적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아서다. 당연히 여성을 사냥감 혹은 게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지적에 대해 한씨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섹스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에요. 몸이 아니라 마음을 얻는 게 픽업 아티스트의 목적입니다. 섹스는 결과적으로 도착하게 되는 곳일 뿐이죠. 수강생들에게 이점을 항상 강조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사실이긴 하죠. 하룻밤 잠자리를 위해 픽업 아티스트를 자처하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픽업 아티스트들이 욕을 먹는 것도 이해가 가요. 분명히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송호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