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봉에서 굽어본 용머리 해안
쪽빛 바다 위로 깎아지른 기암절벽들이 늘어서 있다. 흡사 거대한 용이 물결을 헤치고 유유하게 헤엄치는 듯한 절경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금강산 암봉의 일부분을 떼어다 놓은 것 같은 이 선경은 통영8경의 하나로 꼽히는 용머리 해안 풍경이다.

소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 용초도, 장사도, 대덕도, 소덕도, 가왕도, 어유도, 대구을미도, 국도, 좌사리도, 갈도, 욕지도, 외초도, 초도 등 한려해상을 빛내는 그림 같은 섬들도 눈을 호사시킨다. 연화도 최고봉인 해발 212미터의 연화봉 정상에서 굽어보는 아름다운 정경이 절로 행복감에 젖어들게 한다. 오래도록 머무르고픈 환상적인 조망이 발길을 잡아맨다.

면적 3.41㎢, 해안선길이 약 12.5㎞의 작은 섬인 연화도는 네바위라고도 불린다.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4㎞ 해상에 위치하며, 북쪽의 우도(牛島) 및 서쪽의 욕지도(欲知島)와 이웃해 있다.

연화도는 통영시가 거느리고 있는 250개의 섬 가운데 가장 먼저 사람들이 들어와 정착했다고 한다.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이 풍부한 덕분이다. 200여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살아간다. 주요 농산물로는 보리, 고구마, 콩, 고추, 밀감 등이 생산되는데 특히 고구마는 품질이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근해에서는 도미, 낙지, 문어, 민어, 갈치, 멸치 등이 많이 잡히고 김과 굴의 양식도 활발하며 청정 해역을 활용한 가두리양식장도 발달했다. 동머리 주변과 촛대바위는 남해에서 손꼽히는 갯바위 낚시터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한 연화도는 기후가 온화하여 다양한 아열대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잎이 좁은 풍란의 자생지로 유명하다.

소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이 손짓한다
연화도인과 사명대사의 숨결 어린 섬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연산군의 억불정책으로 한양에서 이 섬으로 피신해온 승려가 불상 대신 둥근 전래석을 토굴에 모시고 예불을 올리며 수행하다가 깨우침을 얻어 도인이 되었다. 도인은 입적하면서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는 말을 남겼다. 유언대로 제자들과 주민들이 수장했더니 도인의 몸이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 승화했다. 이에 따라 섬 이름을 연화도(蓮花島)로 일컬었으며 입적한 승려도 연화(연꽃)도인이라고 불렀다.

그 후 사명대사가 이 섬으로 들어와서 연화도인이 수행하던 토굴 아래에 움막을 짓고 정진한 끝에 마침내 큰 깨달음을 이루었다. 얼마 후 사명대사는 그를 찾아 연화도로 들어온 세 여인을 출가시킨다. 사명대사의 누이동생인 보운, 대사를 짝사랑하다가 비구니가 된 보월, 대사가 출가 전 정혼했던 보련 등이 그들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명대사는 육지에서 승군을 일으켜 왜군을 물리쳤으며 바다에서는 보운, 보련, 보월 세 비구니가 왜군과 대적하여 승승장구했다. 이때 이 세 비구니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거북선 도면을 그려주고 만드는 법을 알려주어 거북선이 건조된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지만 명확한 증빙 자료는 없다. 충무공은 이 세 비구니를 통틀어 자운선사라고 일컬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연화도에 실제로 사찰이 들어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8년 8월에 이르러서야 하동 쌍계사의 조실(큰스님)이던 고산이 연화봉 아래에 연화사를 창건한 것이다. 이곳 연화사에는 대웅전, 범종루, 일주문, 천왕문, 미륵불, 팔각구층석탑, 요사채, 진신사리비 등이 들어서 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기와를 포개 쌓은 돌담이 당우들과 어우러져 제법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화봉 정상의 아미타대불과 팔각정
섬을 일주하는 산책 코스 일품

연화사에서 산등성이를 넘어 20분쯤 걸으면 보덕암에 다다른다. 3년간의 불사 끝에 2004년 11월 3일 낙성법회를 열고 문을 연 5층 법당이다. 바다를 굽어보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있는 자태가 웅장하기 그지없고 그 옆에는 2002년에 세워진 해수관음상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화봉 정상에는 아미타대불이 우뚝 서서 위용을 뽐낸다. 흡사 남해바다를 호령하는 듯한 모습이다. 높이 15미터의 이 불상은 2010년 1월 18일 봉불 및 점안식을 열고 공개되었다. 보덕암과 아미타대불이 들어섬에 따라 연화사는 남해 굴지의 사찰 면모를 갖추고 많은 불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되었다.

연화도에는 이외에도 볼 만한 경승지가 수두룩하며 해돋이와 해넘이 풍경도 일품이다. 차를 갖고 들어오면 연화도의 매력을 제대로 만날 수 없다. 등산로 및 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서너 시간 걸으면 해안선의 기암절벽 및 쪽빛 바다와 수많은 섬들을 굽어볼 수 있음은 물론, 울창한 숲이 내뿜는 싱그러운 향기도 음미할 수 있다. 더욱이 2011년 12월 15일에는 출렁다리가 개통됨으로써 연화도의 새 명물로 떠올랐다. 일명 돼지목으로 불리는 험준한 협곡에 놓인 연화도 출렁다리의 총길이는 44미터에 이른다.

# 찾아가는 길

1998년 8월 들어선 연화사
대전통영(35번)고속도로를 이용해 통영시내로 들어온 뒤에 통영항 여객선터미널로 온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이용해 통영으로 온 뒤에 도남동 및 봉평동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입구(서호시장)에서 내린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연화도를 거쳐 욕지도로 가는 여객선(차량 운송 가능) 하루 5회 운항. 문의 055-641-6181, 648-2927.

# 맛있는 집

연화도 부두에 횟집이 몇 있는데 그중에서 용머리횟집(055-643-6915)이 유명하다. 활어회, 모둠회, 막썰이회, 회무침, 매운탕, 멍게비빔밥, 생선구이정식 등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또한 1인당 1만원으로 생선회와 매운탕, 식사를 함께 제공한다. 민박도 받으며 낚싯배를 보유하고 있어 해상낚시도 즐길 수 있다.

가두리양식장 앞에 우도가 떠있다

해안 절벽 위에 세워진 보덕암과 해수관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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