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미국산 세단의 당당함이 크라이슬러 뉴 300C를 통해 재도약할 기세다. 육중한 차체에 럭셔리한 실내, 그리고 미국차 최초로 독일 ZF사와 공동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연비는 물론 주행성능까지 개선한 뉴 300C(가솔린 차)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발효로 종전보다 410만원이 내린 5,570만원, 디젤은 5,890만원으로 현대차 제네시스 BH380 최고 사양보다 저렴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뉴 300C중 국내 인기 차종은 연비 좋은 디젤모델(복합 13.8㎞/L, 고속 18.6㎞/L, 시내 11.4㎞/L)이지만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정숙성 뛰어난 가솔린 모델(9.7㎞/L)이었다. 300C는 원래 크라이슬러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2011년 피아트사에 인수되면서 피아트의 감성적인 디자인을 이어받은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외양은 현대차 에쿠스에 버금가는 우람한 덩치에 존재감 하나는 쉽게 따라올 차가 없을 정도다. 실내 또한 미국차만의 단순함과 고풍을 벗어던지고 유럽차다운 간결함과 럭셔리함을 강조한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이음새 부분의 마무리가 이전 모델과 비교해 깔끔하게 처리됐다.

8.4인치 LCD 터치스크린에선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후방카메라, 엔터테인먼스 시스템 등이 선명하고, 계기판 중앙에 자리한 주행정보시스템(EVIC)으로 차량의 상태와 주행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3.6리터 펜타스타 V6 심장이 rpm게이지를 통해 조심스레 심박을 알린다. 지난 주말 서울을 출발해 광주까지 총 332㎞를 달렸다. 구간별 시속 100~130㎞로 크루즈컨트롤을 활성화하며 주행한 결과, 평균연비는 7.4L/100㎞. 즉 리터당 13.5㎞를 기록했다. 하지만 39㎞를 시내주행 한 결과는 6㎞/L선을 우회하는 수준이었다.

외부 소음 차단율을 20%이상 올린 앞좌석 이중접합유리와 윈드실드, 방음 휠 라이너, 차체 방음 발포 소재 등 차별화한 방음장치로 진동과 소음이 획기적으로 개선한 탓인지 고속주행에도 정숙함이 돋보인다. 단지 지붕에 장착된 일명 '샤크안테나'의 소음이 유입되는 게 아쉽다.

50:50에 가까운 안정된 무게 배분과 가벼운 핸들링에 큰 덩치지만 몸놀림은 날렵하다. 286마력의 최고 출력과 36.0㎏ㆍm의 최대토크로 마치 권투선수의 주먹을 피해 펀치를 날리는 듯한 헤비급 선수의 날렵함이 있다.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는 스포츠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235/55R 18인치의 대형 타이어의 운동 성능 또한 한몫을 하는 듯하다. 가솔린엔진의 정숙성과 1단부터 8단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8단 변속기의 조화로 주행가속 성능은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상체를 잡아주지는 않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나파 가죽시트, 트인 하늘을 보며 운치를 즐기기에 적당한 듀얼 패널 파노라마 썬루프, 앞좌석 통풍시트와 냉온장 컵홀더, 운전자의 체형에 맞춰 페달 높이 조절이 가능한 페달, 6:4 분할 리어 시트, 총 7개 에어백 등 안전∙편의장치들이 넘친다.

효율성 떨어지는, 소위 '기름 먹는 하마'라는 별칭과 오랫동안 내려온 미국차 이미지를 벗어 던지기에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뉴 300C의 선전이 기대된다.



글ㆍ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