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스포츠카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력차종은 '911'이다. 로망이고 드림카인 911의 단점은 바로 2인승. 하지만, 포르쉐의 성격을 그대로 간직한 문짝 네개 달린 4인승 스포츠 쿠페 파나메라가 출시 됨으로 인해 판매량이 911을 앞지르는 현상이 발생됐다.

여기에 디젤모델을 비롯해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추가되며 더욱 가속도를 부추기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바로 한번 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경제성과 실용성에 장거리주행의 편안함까지 겸비한 파나메라 디젤이다. 디젤심장을 갖고 있지만 포르쉐의 컨셉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 차의 제로백 가속성은 6.8초다. 웬만한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가속성을 발휘한다. 공인연비 11.8㎞/L.

디젤엔진이라 '초반가속이 굼뜨겠구나'라는 생각보다 기대이상의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최대토크 56.1㎏ㆍm의 두툼한 가속감으로 아스팔트를 박차고 나아간다.

실생활 영역인 1,750~2,750rpm의 낮은 엔진회전에서 뽑아 올리는 최대토크와 3,800~4,400rpm에서 발휘되는 250마력의 최고출력으로 시속 246㎞까지 속도계 바늘을 끌어올려봤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42㎞/h.

최고속도를 통과했음에도 차는 바닥에 바짝 달라붙어 흔들림없는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시원시원하게 달려준다. 시속 90㎞를 통과하면 리어 스포일러가 올라와 차체를 낮춰주고 안정된 고속주행을 돕는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8단 팁트로닉S 변속기가 적용되어 기어 변속감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반면 가솔린모델은 변속이 빠른 7단 듀얼 클러치변속기(PDK)가 적용됐다.

우연히 코너길이 이어진 중미산에서 아우디 A8 콰트로 3.0TDI와 비교시승 할 기회가 있었다. 같은 속도로 급코너를 공략하자 사륜구동인 A8은 반대편 차선을 넘어가는 언더스티어가 발생되는 반면 오히려 후륜구동인 파나메라 디젤은 사뿐히 코너를 빠져나가는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이는 파나메라 디젤의 단단한 서스펜션과 휠, 타이어의 역할도 있겠지만 PSM(Porsche Stability Management)의 개입으로 오버스티어 시 바깥쪽 앞바퀴, 언더스티어 시 안쪽 뒷바퀴의 전자식 브레이킹의 기술력이기도 하다.

아우디 A8 3.0 TDI와 포르쉐 파나메라 디젤은 엔진과 프레임을 공유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의 식구로 경쟁상대 아닌 경쟁모델이다. 이밖에 BMW 730d와 메르세데스-벤츠 S350 블루텍을 동급모델로 들 수 있다.

2,000바 압력으로 분사하는 피에조 밸브의 커먼레일 직분사 방식과 가변 지오메트리 터빈(VGT),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오토 스타트ㆍ스톱 기능 등으로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은 가솔린엔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정숙하다. 풀가속을 가해보면 그때서야 잘 길들여진 디젤음이 느껴질 정도다. 진동소음은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포르쉐 고유의 유선형 외관을 비롯해 실내디자인 또한 가솔린모델과 거의 같다. 앞뒤 똑같이 생긴 네 개의 버킷시트는 여유있게 몸을 잡아준다. 성인 네 명이 타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가솔린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 스포츠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하체가 더욱 단단해지고 엔진반응이 빨라짐과 동시에 기어변속 시점이 늘어나 전혀 다른 차로 변신한다.

많은 기능을 말해주듯 기어변속레버를 둘러가며 많은 버튼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되어있다. 처음엔 기능을 익히느라 복잡할 수 있으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적응되고 편하게 다가온다.

선택 옵션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은 편의사양을 갖고 있다. 4.97m의 긴 차체와 142㎝의 차고 덕분에 동급 최고의 넉넉함과 편안함이 있다.

서스펜션은 동급 배기량 모델 중 가장 단단하다. 고르지 않은 노면을 통과해도 그 즉시 여운을 잊어버리고 바로 자세를 잡는다.

파나메라 디젤은 국내 저공해자동차 3종 인증을 받아 시내 혼잡통행료 50%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국내 판매가격은 1억 2,280만원부터 시작된다.



글∙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