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입법활동으로 야당과 싸워 대선 승리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겐 독특하고 고집스러운 취향 하나가 있다. 매일 아침 그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경남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이 새겨진 넥타이를 착용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 의장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고 이것은 의정활동에도 적잖이 작용한다. 이 의장은 일은 많으나 표가 나지 않아 기피하는 국회 법사위를 줄곧 지켰고, 당내 '정책통'으로 활동해왔다.

'4선'의 중견임에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온 이 의장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다. 대선정국에 야권의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울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의장의 원내대표 도전은 신선하고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4일 오후 이 의장을 만나 원내대표 출마 배경과 대선정국에서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3일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야당의 정치공세에 똑같은 정치 공세로 답하기보다는 정책 대안과 입법활동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야당은 대선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 당내 결속용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도 거듭할 것"이라며 "야당이 떼쓰기로 우기면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 그들이 설 자리를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당일 "야당의 원내사령탑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성인물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분히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는데 실제 4일,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뛰어난 지략과 정치력으로 최고의 여권 저격수로 평가받는 박 원내대표가 야당의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대선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9일 예정된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5일 현재 5선의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시 팔달구)과 이주영 의장이 출사표를 낸 가운데 친박계인 4선의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이 출마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주영(오른쪽) 정책위의장이 1월 31일 비대위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상대로서 걸맞는 무게감과 함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와도 연계돼 있다. 당 대표에 수도권 인사가 오를 경우 영남 후보에 선택의 여지가 넓어지지만 비수도권 인사가 당 간판에 근접하면 수도권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친박ㆍ친이계 어느 쪽에도 몸담지 않은 중립성향의 이주영 의장은 "새로운 원내대표상을 정립해 대선 승리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 원내대표에 출마한 이유는

"대선이 있는 중차대한 시점에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출마했다. 그 어느 때보다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선 승리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 야당 원내대표에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선됐다. 강한 야당에 정책 대안과 입법활동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했는데.

"국민을 위한 법안, 예산을 '이념'으로 싸우면 안된다. 얼마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는데 이제는 국회 의정활동은 입법과 예산, 정책에 준거해 진행돼야 한다. 떼쓰기 하는 국회는 청산돼야 한다."

- 지략가이자 여권 저격수로 평가받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도 그에 걸맞는 강성의 전략가적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초선 때 야당 공격수로 의정활동을 하였다. 이제는 상대가 뭘 하려는지 알아서 슬기롭게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원내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다. 강성, 폭력, 떼쓰는 시대는 지나갔다."

- 다른 원내대표 후보에 비해 자신의 경쟁력을 말한다면

"2007년 대선공약을 비롯해 이번 총선 공약을 총괄적으로 만들어 실천에 나섰고 두 번의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여권의 정책을 총괄해왔다는 강점이 있다. 대선 국면에서 일관성 있게 경제민주화ㆍ복지ㆍ일자리와 관련한 국민과의 약속을 입법화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나와야 당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입법과 사법, 행정의 고른 경험이 있어 대야협상과 당내 화합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 4ㆍ11 총선에서 수도권 성적이 야권에 밀린 것 때문에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 원내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본래 당 대표 후보에는 수도권의 황우여ㆍ남경필 의원이 예상됐는데 남 의원이 원내대표로 나왔다. 총선 결과에서 보듯 부산ㆍ울산ㆍ경남 등도 수도권 못지않게 중요한 승부처다. 당 대표가 수도권 인사가 되면 원내대표에는 영남 인사가 되는 게 균형적이라고 본다. "

- 원내대표가 되면 역점을 두고 할 일은.

"총선 때 제시한 국민행복 5대약속을 실천하겠다. 입법과 예산 확보를 통해 실천함으로써 진정성을 보일 예정이다. 국민의 믿음을 얻어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정권 창출을 할 수 있다."

- 당이 친박일색이 되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는 주장에 대해

"당헌ㆍ당규에 따라 당 운영을 하고, 의총을 통해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당내 지도자에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권 룰에 따라 당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하는 것은 과한 표현 같다. 당내 소통의 문제라면 원내대표에 당선될 경우 소통의 장을 넓히겠다."

- 비박 대선주자들이 대선 경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하는데 입장은.

"국민참여경선제가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역선택 방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게 많다. 대통령 후보를 세계 어느 나라도 완전국민경선제로 뽑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도 도입을 위해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데 8월 당내 경선 시점을 고려할 때 논의를 충분히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 최근 광우병 검역 논란에 대한 입장은

"국민의 위생ㆍ안전에 대한 불안을 없애야 한다. 정책 목표, 약속, 법규에 따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선 검역 중단, 후 안전도 조사'가 기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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