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권 후보가 떠오르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상무보가 입사 10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재계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느리지만 밑바닥부터 확실하게 경영수업을 시키는 GS의 특성상 오랫동안 핵심부서를 두루 거친 허 상무보가 마침내 임원을 달았다는 의미는 적지 않다. GS가 다른 그룹들보다 친인척들의 입김이 강한 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허 상무보에 대한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만 하는 까닭이다.

GS의 적통 후계자리 예약

GS그룹의 뿌리는 경남 진주 만석꾼인 고 효주 허만정씨에서 찾을 수 있다. 허씨는 1947년 초 락희화학공업사(LG그룹의 모태)를 시작한 고 구인회 LG 창업주에게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며 3남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경영수업을 부탁했다. 락희화학의 영업담당 이사로 경영에 발을 디딘 고 허 명예회장은 1962년 금성사 부사장, 1984년 금성전선(현 LS전선) 회장 등을 지내며 LG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고 허 명예회장이 고 구철회 LG 고문(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의 장녀 구위숙씨와 결혼해 낳은 장남이 허창수 GS 회장이다. 허 회장은 1977년 LG그룹 기조실 인사과장으로 입사, 1989년 LG화학 부사장을 지냈고 1992년에는 LG산전(현 LG산전)의 부사장을 맡았다. 1995년 구본무 LG 회장이 그룹의 총수를 맡으며 허 회장 또한 부친인 고 허 명예회장이 맡고 있던 LG전선 회장을 이어받았고 2002년부터 LG건설(현 GS건설)을 지휘하며 분가를 준비, 2004년 에너지ㆍ유통ㆍ건설 분야를 갖고 독립한 GS 초대회장으로 등극한다.

1979년에 태어나 올해로 34세가 된 허윤홍 상무보는 허 회장의 맏아들이다. 허만정씨-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허창수 GS 회장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적통성을 이어받았다는 뜻이다. 명분 만으로만 본다면 GS의 차기 총수 자리를 예약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느리지만 확실한 행보

허윤홍 상무보는 한영외고를 졸업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세인트루이스대 국제경영학과 학사,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이수했다. 허 상무보는 워싱턴대 MBA 졸업 직후인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의 평사원으로 입사한다. 최소 부장급으로 입사하는 여타 재벌가 자손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입사 이후 3개월간 다른 신입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일선 주유소 주유원 생활을 한 것도 눈에 띈다. '밑바닥을 알아야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는 부친 허창수 회장의 지론을 직접 실천한 셈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한 허 상무보는 승진 속도 또한 비교적 느린 편이었다. LG칼텍스정유에서 3년간 영업전략팀, 강남지사, 경영분석팀 등을 거친 허 상무보는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기며 처음 대리를 달았다. 이후 2007년 차장, 2010년 부장으로 승진한 허 상무보는 경영관리팀, 플랜트기획팀, 외주기획팀, 재무팀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부장을 단 지 2년 만인 지난해 말 상무보로 전격 승진했다. GS건설 재무팀장을 맡고 있던 허 상무보는 임원 승진 이후에도 한동안은 계속 재무 업무를 담당할 계획이다.

소탈한 성격의 해외통

부친인 허창수 회장의 나이가 젊은 탓에 차기 총수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허윤홍 상무보지만 아직 그룹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데다 언론에 공개된 바도 거의 없어 주변의 평가로만 허 상무보의 성격 및 경영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회사 내 평판에 따르면 허 상무보는 회사 내에서 다른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리는 샐러리맨 성격이다. 전형적인 재벌가 자녀들과 달리 맡겨진 일만 묵묵히 처리하는 소탈한 성격으로 주변의 신망을 받고 있기도 하다. GS건설 관계자는 허 상무보가 이따금 점심시간을 맞아 팀원들과 회사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고 전했다.

한영외고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허 상무보는 영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고 워싱턴대 MBA를 이수한 덕에 국내외 경영 전반에 대해 폭넓은 안목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허 상무보의 탁월한 국제감각이 향후 그룹의 외연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만치 않은 후계승계

허윤홍 상무보는 GS의 장자승계 원칙상 차기 대권 후보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 만만치만은 않다. 나이가 어린 데다 지분율, 실적 등이 우위에 있는 막강한 친척들이 버티고 있는 탓이다.

GS리테일(65.75%), GS칼텍스(50.00%), GS홈쇼핑(30.00) 등을 지배하며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주)GS의 지분은 대주주인 허창수 회장(4.75%)을 포함, 49명의 친인척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이자 총수가 지주회사 지분의 대부분을 지니고 있는 다른 그룹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지분율이 독점되지 않은 탓에 총수인 허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여타 그룹의 총수들보다는 확고하지 않은 상태다.

허 상무보는 (주)GS의 지분 0.44%를 보유하고 있다. 허 상무보의 지분은 육촌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1.43%)나 허철홍 (주)GS 과장(1.37%), 허준홍 GS칼텍스 부장(1.24%)의 삼분의 일 수준이다. 부친인 허 회장의 지분을 합쳐봤자 5%를 갓 넘는 정도다. 그룹의 적통이지만 지분 상으로는 아직 한참 모자란다. 또한 나이가 어린 탓에 허 상무보는 아직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임원을 달고 검증대에 오른 허 상무보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