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면적만 5219㎡ 공시가격 129억원
이건희회장 집 제치고 올해 서울서 가장 비싼집
높은 벽·숲에 싸여 '성' 느낌 작년보다 50%이상 올라
이건희회장 소유 3채 시세가 1000억원 육박 2~4위 휩쓸어
서초역 트라움하우스 평당 1억원대 추정 가장 비싼 공동주택 규모 7 지진도 끄덕없어

삼성전자 이건희(70) 회장은 부자의 상징이고, 그의 저택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집이 바뀌었다. 공시가격으로 따지면 조선일보 방상훈(64) 사장 저택이 가장 비쌌다.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4월 30일 발표한 주택 공시가격을 살펴보니,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방상훈 사장 자택 가격은 무려 129억원이었다. 지난해까지 가장 비싼 집이었던 이건희 회장의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118억원)보다 11억원이나 더 비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방 사장 저택은 땅이 워낙 넓고 집이 커서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시가는 공시가격보다 세 배 이상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가로는 387억원 이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월급쟁이가 흑석동 저택을 사려면 월급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

임금과 주택 가격 상승률이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대한민국 평균 임금(288만 4,000원)을 받는 근로자라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18년 이상 모아야 한다. 국립묘지 뒤편에 자리잡은 방 사장 저택은 높은 벽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길 맞은편 아파트에서 보면 집이라기보단 성처럼 보인다. 연면적은 722㎡, 대지면적 5219㎡로 서울시에 있는 개인주택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삼성 이건희회장 이태원 자택 ₩30,000,000,000
방 사장은 선친 방일영 전 회장에게서 흑석동 저택을 물려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흑석동 저택에 방문해 방 전 회장에게 '낮에는 내가 대통령이지만 밤에는 임자가 대통령이구먼'이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다음날 흑석동 저택에서 방 전 회장 부부와 대통령 당선을 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흑석동 저택은 일반인의 관심에선 멀지만 정계엔 익숙한 장소다.

흑석동 저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85억 7,000만원이었는데 올해 50% 이상 올랐다. 동작구청은 그동안 땅 1,176㎡가 임야로 기록돼 있었는데 지목을 대지로 바꾸면서 대지 가격과 건물 가치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저택 안에 박물관을 짓다가 지목이 임야인 걸 확인하고 대지로 바꿔달라고 동작구청에 요구했다. 1㎡당 공시지가가 45만원이었던 임야는 대지로 바뀌면서 1㎡당 250만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흑석동 일대 부동산 업계는 "조선일보 흑석동 저택은 위치가 좋을 뿐더러 면적이 워낙 넓어서 아파트나 상업시설 용지로 개발하면 공시가격보다 열 배 이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가진 이태원동 주택 두 채와 장충동 1가 주택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택 2~4위를 휩쓸었다. 남산 인근에 있는 이 회장의 저택 세 채의 공시가격은 298억 9,000만원이었고, 시세로 따지면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비싼 공동주택은?

이건희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는 트라움하우스 5차(18가구)는 가장 비싼 공동주택이었다. 국토해양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2006년부터 올해까지 트라움하우스 5차는 가장 비싼 공동주택 자리를 지켜왔다.

서초역과 방배역 사이에 있는 트라움하우스 5차(전용면적 226~268㎡)는 공시가격이 52억 4,000만원이었는데, 주변 부동산 업소에 따르면 시가가 100억원 이상이었다. 3.3㎡(평)당 시가는 1억원대로 추정된다. 트라움하우스 5차 주인을 살펴보니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STX그룹 강덕수 회장, SK그룹 최재원 부회장 등이 눈에 띈다.

독일어로 '꿈의 저택'이란 뜻인 트라움하우스는 일반 아파트와 다른 시설이 많다.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고, 핵전쟁을 대비해 200명이 2개월을 견딜 수 있는 방공호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 비싼 아파트는 상지리츠빌 카일룸 3차였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상지리츠빌 카일룸 3차(265㎡) 공시가격은 무려 43억 6,000만원이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아이파크(269㎡)는 44억 7,200만원으로 2위였고,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285㎡)는 41억4400만원으로 3위에 올랐다.

다세대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집은 강남구 청담동에 있었다. 청담동 889-11번지(239㎡)는 공시가격이 무려 32억 800만원이었고, 종로구 평창동 오보에힐스(273㎡ㆍ20억8,000만원)와 용산구 한남동 11-309번지(307㎡ㆍ18억 9,6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조선일보 방상훈사장 흑석동 자택 ₩38,700,000,000
국토해양부가 공시한 공동주택은 총 1,063만 가구였고 이 가운데 아파트는 863만 가구(81.2%), 다세대주택은 155만 가구(14.6%)였다. 연립주택은 45만가구(4.2%).

재벌저택 강북 밀집

고급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강남에 밀집했지만 대기업 총수 자택은 강북에 몰렸다. 30대 그룹 총수 30명 가운데 전통적인 부촌 성북구 성북동과 용산구 한남동에 사는 재벌은 무려 15명이었다.

성북동 부촌은 서울 도심에서 가깝고 자연경관이 수려해 재벌이 선호한다. 청와대 옆 삼청동 길을 따라 삼청터널을 거쳐 대원각까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코오롱 그룹 이웅열 회장 등이 산다. 이밖에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등도 성북동 주민이고, 현대그룹과 LG그룹 영빈관도 성북동에 있다.

한남동은 북으론 남산, 남으론 한강을 끼고 있어 풍수지리상 배산임수를 갖춘 명당으로 손꼽힌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현대ㆍ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 등의 주택이 하얏트 호텔에서 이태원로에 이르는 남산 중턱에 밀집해 있다. 한남동과 성북동은 서울 중심이 강남으로 옮겨간 이후에도 서울을 대표하는 부자 동네로 손꼽힌다.

30대 그룹 총수 가운데 29명이 서울에서 살고, 이 가운데 약 80%인 23명이 강북에서 산다. 용산구(11명)와 성북구(6명) 사이에 있는 종로구와 중구에도 꽤 많은 재벌이 산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구기동),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가회동) 등은 종로구민이고, 중구에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장충동) 자택이 있다. 강남구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논현동)과 KCC그룹 정몽진 회장(청담동), LG그룹 구자홍 회장(신사동) 등이 터를 잡았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재벌은 대부분 자택을 선호했지만 예외도 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은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생활한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자택은 경기 양평군에 있어 눈길을 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