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비박 최고위원 "균형추 되겠다"친박 중심의 새누리당서 합리적인 조정자 역할 기대"한쪽으로 쏠려선 도움 안돼… 국회 특권 스스로 버려야 국민 감동·개혁 가능해"

새누리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5ㆍ15 전당대회에서 최대 화제는 심재철 최고위원(경기 안양동안구을)의 당선이었다. 당 대표에는 황우여 후보가 예상됐던 터라 전대의 관심은 누가 최고위원에 오르느냐에 쏠렸다.

사실 심 최고위원은 같은 경기권 원유철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가 불발되고, 또 다른 경기권 홍문종 의원의 출마로 표가 분산된데다 친이계로 분류돼 당선이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심 최고위원은 당원ㆍ대의원 등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6위에 그쳤지만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며 종합 3위로 당당히 지도부에 입성했다.

심 최고위원의 당선은 많은 함의를 지닌다. 우선 당 대표를 비롯해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일색인 당 구조에서 비박계인 심 최고위원은 '민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당 운영에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또한 심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에서는 드문 호남(광주) 출신의 중진이란 점에서 의정활동 및 대선 등에서의 역할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체제'의 첫 최고위원 회의가 열린 16일, 심 최고위원은 대선 경선 룰과 관련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검토를 제안, 논란을 불러오면서 다음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심 최고위원은 1980년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이끌었으며, MBC 보도국 기자를 거쳐 1996년 신한국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 2000년 16대 총선에서 경기도 안양시동안구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뒤 19대 총선까지 4선에 성공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당내 균형자적 역할과 정치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대선승리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심 최고위원을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당 및 대선에서의 역할, 19대 국회 의정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예상을 깨고 상위 순으로 최고위원이 됐는데 소감을 말한다면.

"성원해주신 당원들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당원 선거에선 6등을 했고 여론조사에서는 2등을 해서 종합 3위로 최고위원이 됐는데 당내 균형과 화합을 잘 이루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이 감동하는 정치개혁을 통해 연말 대선 승리로 보답하겠다."

- 이번 지도부 구성이 친박계 중심으로 짜여줘 당의 균형을 잡아가는 역할에도 불구하고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당이 한쪽으로만 쏠려서는 안되며 대선 승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저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것 같은데 저 자신을 더 가다듬어 합리적이고 올바른 조정자 내지 균형자 역할을 해 나갈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주장, 어떤 이야기가 옳은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관점이다. 정파나 계파를 떠나 올바른 정치에 대해선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를 해주실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목소리를 내면 어려운 부분들도 해결해 갈 수 있다고 본다."

1988년 5공 청문회 때 증언하는 모습
- 최고위원 회의 첫날 대선 경선 룰과 관련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실무적 검토를 제안해 논란이 있었는데 도입하자는 입장인가.

"도입해야 한다고 확고하게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고 우리당의 목표가 대선 승리인데 이를 위해 어느 방법이 더 효율성이 있는 지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야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했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찬성이 많이 나온 것을 감안해 국민의 지지와 흥행을 이끌어 내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론의 하나로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것이다."

- 반대 입장에선 대선을 고려해 시간이 부족하고 비용이 들며, 역선택ㆍ모바일투표 문제, 당내 분열 등을 거론하는데.

"물론 오픈프라이머리에 장ㆍ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정확하게 세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역선택 문제는 여야가 동시에 하면 해소되고 모바일 투표는 직접투표에 반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이고, 비용문제는 선관위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현재 제도로는 8월달에 경선을 하도록, 8월21일에 대선후보를 뽑게 되어있는데 이보다 늦춰져 대선승리를 할 수 있다면 시간 문제는 유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MBC 보도국 기자 시절 인터뷰하는 모습
"최근 몇 번의 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듯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정당에게는 미래가 없다. 새누리당 스스로 국회의원이 가진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는 뼈를 깍는 자기희생의 정치개혁만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예컨대 국회윤리특위에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확대시켜 '제 식구 감싸기'의 관행을 타파하고,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삭감을 비롯해 국회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도입하는 것이다. 총선 전에도 논의됐지만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고, 선거구획정 권한을 민간독립기구에 넘기는 등 국회의원의 기득권과 특권을 스스로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감동하고 그런 정치개혁을 앞장서 추진해야만이 당의 지지 기반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 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해 승리했지만 수도권에선 패한 선거여서 대선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있다. 경선에 출마하면서 그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수도권 젊은 세대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새누리당의 과제다.

"그렇다. 연말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격인 수도권과 20대~40대 젊은 층의 마음을 잡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민주화와 일자리창출을 비롯해 세대별로 세부적인 맞춤전략을 만들어 삶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민생정책들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야 한다."

- 현재 새누리당의 대선지형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높은 지지율로 독주하는 가운데 여타 대선주자들이 미미한 지지율로 뒤쫓는 모양새다. 이런 구조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는가.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전 위원장이 크게 앞서고 있고 다른 주자들의 지지율이 미미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구조가 대선에서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작용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경선 과정을 통해 판을 확대하는 것이다. 즉 후보를 뽑는 자체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흥행이 되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를 검토하자는 것도, 대세론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대선에서 '안철수 변수'에 대해서는.

"안철수 교수가 대선까지 국민에게 신뢰받는 상황이 유지될 지는 알 수 없다. 또 얼마만큼 지지를 받을 지도 유동적이다. 결국 여야 정치권에 달린 만큼 새누리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변화와 개혁을 선도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 19대 국회 의정활동에서 주안점을 둘 부분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의 민생을 살뜰히 챙기고, 합리적인 복지전달 체계 구축 등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또 19대 국회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과 합의 없이는 쟁점법안 등의 처리가 어려운 만큼 올바른 정책과 주장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는 일에도 역점을 두려고 한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