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박지원 대선 주도권 전쟁'저격수' 박지원 금융게이트·MB심판론 잇따라 제기 '여권 유력 후보' 박근혜 "부적절한 대북송금 정보 있다" 맞불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정면 충돌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朴(근혜) 대 朴(지원)의 전쟁'을 불러온 것.

위원장은 18일 당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박씨와 여러차례 만났다"며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박규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즉각 반박하고 21일 박 위원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민주당도 24일 박 위원장과 박규태씨가 가깝다고 주장한 박 전 위원장 측 인사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朴 대 朴의 전쟁'은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이고, 위원장은 야권 최고의 저격수이자 전략가라는 점에서 '朴 대 朴의 전쟁'이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위원장은 육성녹음 등 '증거'를 갖고 있다고 벼르는 상황이고, 전 위원장 측은 '즉각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나 또 다른 과정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의 저축은행 사태 '연루설' 진위가 확인되면 어느 쪽이든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사안의 성격상 당사자 뿐 아니라 파장 정도에 따라 대선 판도까지 바꿔놓을 수 있어 '朴 대 朴의 전쟁'이 대선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정가에선 위원장이 직접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 전 위원장이 고소를 하자 박 위원장은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를 흥분하게 한다"며 여유를 보였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근접한 박 전 위원장을 압박할 모종의 카드를 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당에서는 박 위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 위원장이 이긴 것도 그러한 당심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박지원
여야를 막론하고 위원장을 '최고의 저격수'로 꼽는데 이견이 없다. 민주당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에서는 정국을 주도하는 경험과 경륜, 승리할 수 있는 전략과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박 박 위원장은 국민의 정부 시절 쌓은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에다 권력형 게이트의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2009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를 정확한 자료로 낙마시킨 데 이어 2010년 8‧8개각 때는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총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줄줄이 낙마시켜 7‧28 재‧보선 후 잃었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는데 선봉장이 됐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대선을 겨냥해 박영선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MB새누리심판국민위원회'를 2개 특위, 9개 소위로 확대 개편해 강력한 대여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당 주변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략통인 박 위원장이 총괄적으로 주재해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정가에서는 MB정부 임기말 검찰.경찰.국정원 등 정보 관련 기관의 호남 출신 인사 중 일부가 중요한 정보들을 박 위원장에 건네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도 호남 출신 임원들이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거래 커넥션을 박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전략과 관련, 크게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직접 겨냥하거나 'MB정부 심판론'을 통해 대선 후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대선 지형을 유리하게 형성하는 '투 트랙' 전술을 전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심에 위원장이 자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논란이 된 로비스트 박태규 관련 진실 공방은 전자에 해당한다. 위원장이 "박태규씨가 관계된 삼화저축은행에 이미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와 서향희씨 부부가 관련돼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MB정부 심판'을 통해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 내지 관심을 철회시키는 방안은 꽤 다양하다. 당내 특위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 이명박 대통령이나 측근 실세, 국가 고위직 인사 등의 비리를 폭로하는 방식이다.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박태규 리스트'를 거론하면서 이상득 의원 등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부른 파이시티인허가 로비 사건으로 MB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구속된 것이나 불법 민간인사찰건, CNK 주각 조작 사건 등 자원외교 비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 등에 박영준 전 차관, 이상득 의원,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거론되고 있다. 내곡동 사저와 삼청동 안가, 그리고 4대강 사업 관련 의혹은 직접 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 사안들은 MB정부의 악재들로 대선국면에서 봇물처럼 불거질 경우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전 위원장은 MB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 부정적 후폭풍이 완화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만약 MB정부의 비리가 상상 이상으로 드러나 '하야 시위'로까지 확산될 경우엔 아무리 대선 후보가 의원이라도 승산이 없다"고 단정했다.

한편 전 위원장은 정중동의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 국면이 본격 전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일견 수성의 입장에 있는 듯하지만 박 전 위원장 나름대로 강력한 '무기'를 내장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최근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한 위원장에 대해서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가 몇가지 있다고 귀뜸했다. 한 측근은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으로 김영환 카드와 DJ정부 비자금 관련설을 꼽았다.

김영환씨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실무자인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대북송금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씨는 2003년 3월 대북송금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8년 9개월여 만인 지난해 11월 스스로 귀국해 검찰을 찾았다.

김씨는 2003년 대북송금 수사에서 ' 위원장에게서 150억원의 CD를 받아 관리했다'는 자술서를 제출했지만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박 위원장은 2006년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박 위원장과 관련해 새로운 혐의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씨가 대북사업과 관련해 김대중(DJ)정부의 은행창구 역할을 한 만큼 박 위원장을 비롯해 당시 실세들의 돈 거래 내역을 잘 알고 있고, 이를 검찰에 진술했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있다.

일설에는 김씨가 DJ정부 비자금과 관련한 박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은 인물 중 한 사람인 만큼 '비자금' 같은 내밀한 사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DJ정부, 노무현 정부 때 대북 지원과 관련해 불투명하고 부적절한 '돈거래' 흐름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서 "야당이 대선 국면에서 박 전 위원장을 상식밖으로 무리하게 공격하거나 꼼수를 쓸 경우 언제든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전 위원장체제로 진용을 갖췄고, 민주당이 6월 초 지도부를 구성함에 따라 대선 국면이 본격 전개될 예정이다. '朴 대 朴의 전쟁'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