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대학장이 지난달 30일 부산대 실내체육관에서'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달 24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언론담당자로 선임한데 이어 30일 부산대 강연에서는 유력 대선주자로서 국정 철학과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안 원장이 개인 언론담당자를 별도로 둔 것이나 두 달 만에 재개된 '강연 정치'에서 복지ㆍ정의ㆍ평화를 자신의 '대선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대권 행보에 가속도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전 관장을 영입한 것은 향후 안 원장의 대권 구상과 실제 대선캠프가 가동될 경우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인사들의 면면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 전 관장은 "개인의 언론담당 창구일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합류를 예사롭지 않게 본다. 막상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대선캠프를 차릴 경우 예상되는 참여 인사들의 진용과 규모로 보아 엄청난 파괴력을 갖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유 전 관장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때문에 유 전 관장은 민주통합당과 재야의 김근태계 인사들과 오랜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 전 관장은 안 원장과 함께 '청춘 콘서트'를 진행했던 '시골 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안면이 있으며 박 원장은 유 전 관장이 모셨던 김근태 전 고문과도 가까웠다.

유민영
유 전 관장은 노무현 후보 대선기획단 선대위 홍보팀 부장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춘추관장을 지냈다. 또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박원순 후보 캠프에서 메시지팀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대변인이던 송호창 민주통합당 당선인과도 호흡을 맞췄다.

유 전 관장은 야권을 양분하는 세력인 친노와 재야파에 넓은 인맥을 갖췄고, 박원순 시장 측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그래서 야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향후 야권의 대선후보로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유 전 관장을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차 구성될 수 있는 '안철수 캠프'와 관련해 우선 주목되는 그룹은 김근태 전 상임고문 인맥이다. 안 원장은 지난해 말 김 전 고문의 빈소를 찾은데 이어 4ㆍ11 총선 때는 김 전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한반도재단 이사장을 공개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안 원장은 또 측근인 한반도재단 이사 출신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을 통해 재단 측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전 고문 인맥은 민주통합당에서 인재근 이인영 우원식 이목희 최규성 유은혜 의원 등 무시못할 세를 형성하고 있고, 재야에도 광범위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유 전 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친노 진영과도 물밑 교류를 해오며 강금실 전 장관 등 참여정부 출신 핵심 인사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관장이 민주통합당의 주축인 친노 그룹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시민사회단체 등의 친노 인사들과 안 원장 간에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 전 관장이 인연을 맺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람들은 안 원장의 가장 큰 지원군이나 다름없다. 박ㆍ안 두 사람은 시장 선거 당시 안 원장이 선거 지원을 해 더욱 관계가 깊어졌고, 박 시장은 지난달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당연히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시장 쪽 사람들은 언제든지 안 원장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박 시장이 관여한 참여연대 ㆍ 희망제작소ㆍ아름다운재단 등 시민단체 인사들이 주축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안철수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박영숙 이사장의 역할도 점쳐진다. 1987년 평민당 부총재로 정계에 입문한 박 이사장은 여성 운동계의 대모로 야권 관계자들과도 폭넓게 교감을 나누고 있어 여성계 및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이어진 정통 야당 인맥을 안철수 원장과 연결하는데 최적임자로 꼽힌다. 박 이사장이 최근 민주통합당 김현미ㆍ김상희ㆍ유은혜 당선자 등 여성 정치인들과 여성 시민단체 인사들을 경기도 일산 자택으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있다.

'안철수 캠프'가 마련되면 1순위로 합류할 인사들은 안 원장과 직간접의 인연을 맺고 있는 이른바 '안철수 사람들'이다. 안 원장이 기부한 주식을 토대로 안철수 재단 설립을 주도한 강인철 변호사를 비롯해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의 김홍선 대표, 윤연수 변호사, 권석균 한국외대 교수(이상 사외이사) 등이다.

학계 인사 중에는 안 원장과 교류를 하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문정인(정치외교학)ㆍ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정치학),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에 나섰던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이 언제든지 '안철수 싱크탱크'로 변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청춘콘서트를 주최한 평화재단 인사들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인 김홍신 건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문규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 등도 때가 되면 안 원장의 우군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방송인 김제동씨, 배우 김여진씨, 소설가 이외수씨 등도 안 원장을 지지하는 그룹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야권의 구애를 받았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안 원장이 대선 행보에 나선다면 적극적 '지원군'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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