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
SBS 드라마가 여기자 사랑에 빠졌다. 미니시리즈는 물론, 주말극까지 주ㆍ조연진에 여기자가 포진됐다.

드라마 속에서 기자라는 직업은 사건의 중요 키를 쥐고 있기도, 암울한 현 시대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기자의 모습은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그 실체를 알아봤다.

'대학생 스타일' 법조출입기자?… 뉴스 보도도 1회 불과
# '추적자' 서지원()

SBS 월화미니시리즈 '추적자'(극본 박경수ㆍ연출 조남국)의 서지원()은 딸과 아내를 잃고 살인자가 된 백홍석(손현주)의 사건을 쫓는 방송기자다. 재벌가의 딸임에도 불구, 약자의 입장에 서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인 그는 검사인 최정우(류승수)를 찾아와 수색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말하는 백홍석의 사연을 듣고 사건 취재에 나선다.

송하윤
서지원은 사건 공판에 참여하고 담당 검사를 만나는 사회부 법조출입기자다. 하지만 극중 서지원은 대부분 대학생을 연상케 하는 캐주얼 차림을 하고 있다. 법조 출입기자는 정장이나 단정한 옷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송기자는 더욱 그렇다. 또 월간지나 잡지 기자가 아닌 이상 사건이 종료되지 않더라도 진행 상황을 보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극 중 서지원은 단 한 차례도 뉴스를 보도한 바 없다. 취재를 하고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인턴·수습과정 없이 실전투입 억지스러워
# '유령' 최승연()

SBS 수목미니시리즈'유령'(극본 김은희ㆍ연출 김형식)에서 김우현(소지섭)의 정체를 가장 먼저 의심한 사람은 여기자 최승연()이다. 하데스인 기영(최다니엘)이 운영하던 인터넷 신문사 트루스토리의 유일한 기자인 그는 우현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사이버수사대 권혁주(곽도원) 팀장과 거래를 한다. 기영이 자주 쓰는 비밀번호를 권팀장에게 알려주는 대신 우현에 대한 의문점을 물은 것.

첫 회에서는 승현이 폭파사고 전 기영에게 기사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장면이 담겼다. 실제 기자들은 입사 후 일정기간 인턴 및 수습기간을 거치며 취재방법 및 기사 작고법을 배운다. 이 같은 과정이 없이 기자가 된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하지만 사주가 없어 월급조차 받기 힘든 상황에서 취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자정신만큼은 인정할 만 하다.

류현경
기업홍보 담당직 전직… 현실서도 비일비재
# '맛있는 인생' 장정현()

SBS 주말극 '맛있는 인생'(극본 김정은ㆍ연출 운군일)의 장정현()은 욱하는 성질 때문에 잡지사에서 쫓겨난 프리랜서 기자다.

그는 상품평 후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자신과 선을 본 민태형(정준)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에서 만든 보드에 대한 사용후기를 계기로 홍보담당자로 채용된다. 입사를 제안하는 태영에게 정현은 4대보험의 유무와 월차 자기개발비 등이 보장되는 정규직을 요구한다. 다소 불안정한 프리랜서 기자 생활에서 탈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기자출신이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일로 전직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홍보문이 기자를 통해서 기사로 쓰여지는 만큼 업계의 섭리를 이해하는 기자는 큰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안소현기자 ans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