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계속할 줄 나도 몰랐죠."

김길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ㆍ회장 정훈탁) 사무총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연매협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2005년 만들어진 단체다. 업계에 표준계약서 제도를 정착시켰고, 매니저들에 대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형 연예 기획사들의 대표들이 비상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길호 사무총장은 유일한 상근위원이다.

업계 분쟁 해결소 '연매협'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날도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 이었다. 회의하랴 상담하랴 틈틈이 취재진 상대하랴 몸이 하나여도 부족해 보였다. 또 일반적으로 연매협을 찾는 이들은 업계에서 일어난 분쟁거리를 들고 온다. 마냥 반갑게 대할 수 만은 없을 터. 그는 진지하게 때론 농을 섞어가며 성의껏 이들을 맞이했다.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한 달에 큰 건이 한두 건 정도 있어요. 예전에는 배우나 기획사에서 갈등이나 분쟁을 해결해 달라고 찾아왔어요. 요즘에는 지망생들 전화가 많아요. 대부분 부모님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화해요. 부모에게 말 못한 학생들까지 합치면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얼마나 많겠어요."

오디션 열풍에 지망생은 늘었지만 수요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때문에 매니지먼트를 사칭해 지망생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사기도 늘고 있다. 연매협 측에서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실제 연기학원으로 등록된 경우가 많아 불법으로 볼 수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획사 최소한 자격 갖춰야

"난감하죠. 피해 사례를 들어도 협회 소속이 아니면 저희가 제재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래서 연예매니지먼트 기획사 등록제가 어서 시행되어야 해요. 지금 상태로는 소속 연예인이 없어도 매니지먼트 회사를 만들 수 있어요. 극단적으로 성범죄자여도 가능해요. 때문에 최소한의 자격여건이 필요해요. 등록제를 시행하면 등록 취소라는 패널티가 생기니까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겠죠."

그는 연예매니지먼트 기획사 등록제를 연매협의 우선 과제로 꼽았다. 조속한 시행도 부족한 마당에 법의 관심 밖에서 벗어난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그의 목소리에선 굳은 의지와 사명감이 묻어났다.

과거 공연 관련 사업을 하던 그가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을까.

"자리 맡아 달라는 지인의 부탁이었죠. 사단법인을 만든 경험이 있고, 아무래도 사업적으로 꾸려가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처음엔 거절했지만 절친한 형님도 권하는 바람에. 하하. 오라고 해서 오긴 왔는데 제 사업도 있었으니까 1,2년 정도 할 생각이었어요."

기대보다 싱거운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게 7년이 흘렀다. 본인의 사업도 마무리하고 연매협에 '올인'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그냥 개인적 이야기인데…"라며 쑥스러워 했다.

기획사 최소한 자격 갖춰야'장자연사건' 일부분 불과

"2009년에 장자연 사건이 터졌어요. 당시 중3 아들이 TV를 보다가 '아빠네 회사 다 저래?'라고 물었어요. 속된 말로 '쪽팔렸어요'.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대부분 양성적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고, 그런 사건은 정말 일부니까요. 그때 강하게 마음 먹었어요. 있는 동안은 최대한 노력하자, 최대한은 손가락질은 받지 말자 하고."

그는 7년 간 연매협이 이룬 성과 중 하나로 상벌조정위원회(이하 상벌위)를 언급했다. 연예매니지먼트 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계약 위반 및 불법 행위, 또는 부당한 대우들이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 협회의 힘을 빌어 해결해보자는 의지에서 생겨났다. 발족된 지는 3년. 업계에서는 엄하기로 소문났다. 또 하나의 권력집단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김길호 사무총장은 "합리적인 결과로 말하겠다"고 답했다.

상벌위 징계 반성문 쓰기도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업계 관행도 고려해 결정해요. 각양각색의 결과가 나오죠. 반성문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그 반성문을 다른 매니저들이 돌아가면서 읽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부끄럽겠어요. 제명 결정이 나서 고발로 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는 앞으로의 할 일들을 하나하나 늘어놨다. 신인 연기자 교육부터 수익창구 창출, 등록제 시행 후 조직의 변화 등을 고민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쉬운 게 없어요. 연예계가 워낙 위계서열이 엄격한 집단이잖아요. 하나를 해도 명분과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도 다들 잘 협력해시니까, 열심히 잘 해나가야죠."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