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보기관은 치열하게 첩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전보장국(NSA)은 1970년대까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와 군사 관련 첩보와 정보를 수집하느라 혈안이었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터키 이스탄불은 스파이의 도시였다. 미국과 소련은 물론이고 영국 군사정보부 제6부대(MI 6)와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 요원까지 종횡무진 이스탄불을 누볐다.

소련 KGB가 초능력을 활용한다는 소식이 1972년 전해지자 미국 CIA는 초능력을 지닌 스파이를 양성했다. 원격 투시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잉고 스완은 미국을 위해 초능력을 사용했다. 스완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한다는 사실을 2년 전에 예견했다고 전해진다.

군사 분야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첩보 전쟁은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시들해졌다. 냉전 시대가 끝나자 각국 정보기관은 체제 수호가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기술 확보 및 보호에 앞장섰다. 각국 간첩은 냉전 시대가 끝나자 활동 무대를 첨단 산업 기술이 있는 곳으로 옮기고 있다.

휴대전화와 반도체, 조선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가진 한국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함께 산업 스파이가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첨단 기술 유출에 따른 국부 손실을 막고자 산업 스파이를 색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정원은 1996년 방첩 업무에 산업보안을 추가했고, 2003년엔 산업보호를 맡은 조직을 산업기밀보호센터로 격상했다.

산업 스파이가 가장 많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은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앞장서 산업 스파이를 색출한다. 그러나 국가안전부는 산업 스파이를 색출하기는커녕 수출 금지 품목이나 기술을 직접 수집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