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걸'들에 대한 열광은 뜨겁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들은 당대의 유행을 소화하고 선도해왔다. 또한 해외 진출을 이끌며 한국대중음악의 우수성과 매력을 알린 것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걸 그룹들의 변함없는 업적일 것이다. 걸 그룹은 트렌드와 인기에 민감한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음악적인 실험이나 파격과는 거리가 먼 것은 당연하다. 1970년 무한 웃음을 유발하는 인간의 보컬로 에코사운드를 구현한 '우주여행'을 부르며 등장한 <바니걸스>라는 예외가 있긴 하다. 하지만 신중현과의 작업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그나마 데뷔했을 때 딱 한번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대중이나 평단으로부터 극과극의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내는 뮤지션의 음악은 익숙하고 관습적인 틀을 깨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통적으로 일반 대중은 새롭고 파격적인 음악적 시도를 담고 있는 음악보다 익숙한 리듬과 멜로디가 반복되는 노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새롭고 자유롭고 개성적인 파격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는 기존의 관습과 인식을 무참하게 깨는 음악에 호감을 드러낸다. 진지함 속에 유머러스한 분위기까지 공존한다면 열광적 반응은 떼 논 당상이다.

꽤 오랜만에 유쾌하고 신선한 파격적인 음악과 만났다. 더구나 걸 그룹이다. 제2의 <미미시스터즈>라는 평가도 있지만 자신들의 창작 음악을 들고 나온 이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나는 데뷔 때의 록밴드 <산울림>과 <황신혜밴드>, <삐삐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떠올랐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나열한 밴드의 이름만으로 감이 왔을 것 같다. 이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한 밴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한 팀을 추가해야 한다. 요즘 SNS를 통해 평단과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2인조 걸 밴드 <무키무키만만수>다.

상상과는 다른 귀엽고 앳된 외모의 그녀들이 들려주는 거침없고 자유로운 음악을 듣다가 한마디로 빵 터졌다. 박자, 음정 무시는 기본이다. 이게 노래인가 소음인가 그냥 포효하는 소리 행위인가 혼란스러웠다. 다분히 펑크적이지만 때론 포근한 포크 질감까지 느껴지니 애쉬드 포스트모던 포크 록쯤이라 해야 하나? 그런데 문제는 세련이나 정교한 음악과는 백 촌도 넘는 날 것 그대로의 거친 그녀들 음악이 가식과 겉멋이 아닌 진심으로 슬며시 다가온다는 점이다. 불협화음이 분명한데 걸쭉하고 자유분방한 보컬이 합체되니 실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음악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황당, 재미, 기발, 엽기 등등으로 귀결된다.

팀명과 노래뿐 아니라 데뷔앨범의 재킷 사진도 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파격 앙상블이다. 걸그룹 <무키무키만만수>의 데뷔앨범 <2012>의 재킷 이미지는 영화 '억수탕'이 안겨준 느낌을 재현한다. 그러니까 재래 목욕탕에서 촬영한 파격적인 누드다. 앨범 홍보를 위한 콘셉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목욕을 하고 싶어서 기획부터 촬영까지 본인들이 자청했단다. 그렇다면 놀랍도록 자유로운 영혼이다.

고백하건데 40년 가까이 음반을 수집해온 나조차 한국 대중가요 음반에서 이 정도로 파격적인 앨범 이미지를 경험한 기억이 없다. 이들의 앨범 재킷은 한국대중음악사에 가장 파격적인 앨범으로 기록될 자격이 충분하다. 목욕탕에서 누드로 찍은 사진으로 당당하게 장식한 발칙한 앨범 재킷이나, 타이틀곡 '안드로메다'에서 소리를 지르는 독특한 후렴구는 이들의 정체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사실 이 주체하기 힘든 끼가 걱정스럽기까지 한 이색 걸 그룹의 앨범을 우리시대의 명반이나 명곡으로 인증하기까지는 고민이 자심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기존의 관습과 어법으로 보자면 솔직히 노래 같지도 않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가 이들의 등장과 음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선명하다.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담보했고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과 기존의 관습을 전복하는 신선한 에너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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