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S3, 애플 아이폰4S, 삼성전자 갤럭시S, LG전자 쿠키폰, 삼성전자 SGH-E250, LG전자 KG-800 초콜릿폰, 노키아 1100
'갤럭시S3' 50일만에 텐밀리언셀러 올라
'아이폰'첫 모델 공개 이후 열광적 마니아층 양산… 스마트폰 최고 상품 꼽혀
삼성전자 SGH-E250 5000만대 고지 올라
첨단 기능·합리적 가격 글로벌 대중화 비결

삼성전자의 갤럭시S3가 텐밀리언셀러에 올랐다. 텐밀리언셀러란 말 그대로 1,000만대 이상 판매된 제품이라는 뜻으로 휴대폰 시장에서는 글로벌 최고 히트상품으로 인정받는 기준선이 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스마트폰의 전체 판매 대수가 4억7,200만대(시장조사기관 가트너 분석)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모델의 스마트폰이 1,000만대 이상 판매됐다는 것은 상당한 기록이다. 갤럭시S3의 판매량 1,000만대 돌파로 우리나라는 스마트폰만으로는 4종, 휴대폰을 통틀어서는 16종의 텐밀리언셀러를 지닌 휴대폰 강국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갤럭시S3 독주체제

삼성전자의 갤럭시S3는 출시된 지 불과 50일 만에 텐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22일 런던올림픽 참석차 출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갤럭시S3가 잘 팔리고 있고 1,000만대를 넘은 것 같다"고 밝혔다. 갤럭시S3이 지난 5월 말에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 3개월이 못 된 시점에서 달성한 쾌거다.

하루에 20만대 이상씩 팔려나가며 삼성전자 텐밀리언셀러 휴대폰의 최단기록을 돌파한 만큼 갤럭시S3은 흥미로운 기록도 가지고 있다. 7월 중 국내 시장에서는 밀리언셀러, 전 세계 시장에서는 텐밀리언셀러에 동시에 오른 것이다.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삼성전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대항마로 꼽히는 애플의 아이폰5 출시가 미뤄지며 한동안 갤럭시S3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S3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 6월 말 출시된 것과 그동안 겪은 공급부족을 감안, 올 연말까지 4,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갤럭시S 전 시리즈 등극

갤럭시S3까지 1,0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모두를 텐밀리언셀러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 6월 출시된 갤럭시S가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것은 그 해 12월로 불과 7개월 만에 텐밀리언셀러 고지에 올랐다. 애플의 아이폰4와 출시시기가 겹쳤음에도 철저한 애프터서비스와 국내 통신환경 최적화라는 무기를 앞세워 국내 스마트폰 사상 첫 텐밀리언셀러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옴니아 시리즈의 실패로 얻은 패배감을 충분히 만회할만한 기분 좋은 성과였다.

후속작인 갤럭시S2는 전작의 기록을 2개월이나 단축시켰다. 지난해 4월 출시된 갤럭시S2는 5개월 만에 텐밀리언셀러에 올랐다. 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1GB 기본메모리(RAM) 등 강력한 하드웨어를 장착하면서 국산 스마트폰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경쟁 휴대폰 제조사들의 대표 모델인 아이폰4S, 옵티머스2X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영화 '괴물'
휴대폰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갤럭시S는 2,400만대, 갤럭시S2는 2,860만대가 팔린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와 갤럭시S2의 성공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글로벌 휴대폰 판매 1위(9,250만대)에 올랐다. 1998년부터 1위를 달려온 노키아(8,270만대)를 꺾고 휴대폰시장의 새 맹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애플빠'시장을 주름잡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아니지만 판매량으로 따지면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도 만만치 않다. 애플은 아이폰3G,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폰4S 등 스마트폰 만을 출시했다. 2007년 1월 첫 모델이 공개된 이후 아이폰은 열광적인 팬들을 양산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최고 상품으로 꼽혀왔다. 두 번째 모델인 아이폰3G부터 앱스토어가 함께 선보였고 출시 첫 주 만에 100만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후속 모델인 아이폰3GS와 아이폰4 또한 출시 3일 만에 100만대 이상이 판매됐고 아이폰4S의 경우 아예 사전예약만 100만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 개별 모델들의 정확한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대략적인 짐작만 가능하다. 24일(현지시각)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2분기에 판매한 아이폰 시리즈는 총 2,600만대였다. 전작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이폰 시리즈 모두 텐밀리언셀러에 올랐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국내 2위 휴대폰 제조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중에서는 옵티머스원이 유일하게 텐밀리언셀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10월 출시된 옵티머스원은 15개월 만인 올해 초 마침내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전 세계 90여개국에 판매한 옵티머스원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피처폰 강자'삼성

국내 휴대폰 제조사 스마트폰 중 텐밀리언셀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3종과 LG전자 옵티머스원까지 총 4종에 불과하다. 그러나 피처폰까지 따져보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난다

국내 휴대폰의 텐밀리언셀러 시대를 연 것은 이건희폰으로도 불리는 삼성전자의 SGH- T100(일명 조약돌폰)이었다. 업계 최초로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를 장착해 고화질 컬러 휴대폰 시대를 연 해당 모델은 국내 최초로 글로벌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출시된 지 18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이듬해에도 유럽시장에서 명품으로 불리는 듀얼폴더형 카메라폰 SGH-E700(일명 벤츠폰)을 출시하며 두 번째 텐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혁신적인 안테나 디자인을 채택한 벤츠폰은 노르웨이의 최대 일간지인 아프텐포스텐사가 2003년 각 제조사의 휴대폰을 자동차에 비유하며 '휴대폰의 메르세데스 벤츠'라며 극찬한 데서 비롯됐다.

2005년 출시한 SGH-D500(일명 블루블랙폰)도 삼성전자의 텐밀리언셀러 신화를 이어갔다. 블루톤이 가미된 신비한 블랙컬러로 돌풍을 일으킨 SGH-D500은 출시한 지 1년도 못돼 판매기록 1,000만대를 돌파했다. 판매가격이 500달러에 이르는 초고가 모델이었음에도 젊은이들의 성원을 받으며 텐밀리언셀러 계보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1년에 하나꼴로 SGH-D900(일명 울트라에디션폰, 2006년 7월 출시), SGH-E250(2006년 11월 출시), J700(2008년 2월 출시), S5230(일명 스타폰, 2009년 5월 출시) 등의 텐밀리언셀러 모델을 출시했다. D900처럼 2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모델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텐밀리언셀러에 오르는데 1년 미만이 걸렸다.

이중 2006년 11월 출시된 SGH-E250은 삼성전자 휴대폰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에 이름을 올렸다. 출시 10개월 만에 1,000만대를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2월 2,000만대, 2008년 8월 3,000만대, 2009년 6월 4,000만대를 거쳐 2010년 12월에는 마침내 5,000만대 고지에 올라섰다. 슬림한 디자인의 슬라이드폰으로 MP3, 캠코더, 블루투스 등 첨단 기능을 지녔으면서도 150달러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휴대폰업계에서는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3가 해당 기록을 깰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LG, 초콜릿폰 첫 쾌거

LG전자 또한 5종의 피처폰을 텐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려놨다. LG전자 피처폰 중 처음으로 텐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린 모델은 KG-800(일명 초콜릿폰)이었다. 단순히 기능이나 가격 위주의 경쟁력을 키워왔던 다른 모델들과 달리 KG-800은 패션의 소품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심플하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 2005년 10월 출시돼 2007년 4월 텐밀리언셀러에 올랐고 2010년 11월까지 총 2,200만대가 팔렸다.

LG전자는 2006년 11월에도 LV-4200(일명 샤인폰)이라는 걸출한 휴대폰으로 텐밀리언셀러 흐름을 이어갔다. 초콜릿폰에 이어 블랙라벨 시리즈 2탄으로 선보인 LV-4200은 출시 1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했다. 스테인리스 소재를 채용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해외에서는 400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LG-KG270과 LG-KH2011(일명 뷰티폰), LG-KP100 등도 잇따라 텐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LG-KG270은 2007년 1월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내놓은 저가폰 모델로 정확한 시기를 집계할 수는 없지만 단기간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월 LG-KP100은 LG전자가 인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모델로 3,0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10월 출시된 LG-SU910(일명 쿠키폰)도 1,0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갖췄음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며 풀터치폰 대중화를 선도한 LG-SU910는 2009년 12월 텐밀리언셀러에 올랐고 2010년 11월 1,90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단일모델 판매량 1위

텐밀리언셀러가 적잖이 나오는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도 단일모델 판매량으로 최고에 오른 것은 노키아의 1100(일명 페니)이다. 인도, 라티아메리카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노키아 1100은 흑백화면에 문자메시지, 알람 등 필수 기능만 제공하여 생산비용을 최소화했다. 5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된 초저가폰 노키아 1100은 2003년 말 출시된 후 5년 동안 무려 2억5,000만대를 판매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노키아 1100 이외에 단일모델 누적판매량 1억대를 기록한 휴대폰은 모토로라의 레이저뿐이다. 모토로라는 2004년 말 출시된 레이저 하나로 글로벌 시장을 싹쓸이했다. 당시 미국, 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던 팬택은 레이저의 직격을 맞고 해외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레이저폰은 우리나라에서도 20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한동안 최다 판매 휴대폰이라는 이름을 놓치지 않기도 했다.

'괴물' 1302만명… 관객 동원 1위


●국내영화 텐밀리언셀러

텐밀리언셀러는 휴대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영화, 음반, 도서 등 문화 분야에서는 국내시장에서만도 텐밀리언셀러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 중 1,000만이란 숫자가 가장 중요시되는 곳으로는 영화 분야가 꼽힌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영화 중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총 5편이다. 텐밀리언셀러 고지를 가장 먼저 밟은 것은 실미도였다. 2003년 말 개봉한 실미도는 이듬해 2월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종 관객수 1,108명인 실미도의 성공요인은 1970년대 북파공작원의 실화라는 소재의 무게감과 비극적인 결말이 꼽힌다.

실미도의 뒤를 이어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태극기 휘날리며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39일 만에 텐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예민한 문제로 꼽히는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어 왕의 남자(2005년 12월 개봉), 괴물(2006년 7월 개봉), 해운대(2009년 7월 개봉) 등이 잇따라 텐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5편의 영화 모두 쓰나미, 괴물, 광대 등 생소한 소재로 이뤄진 데다 성수기 시즌인 7월, 12월에 개봉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5편의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것은 괴물로 총 1,302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26일 개봉한 도둑들이 개봉 첫날 43만6,628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기록을 세우며(기존 기록은 괴물의 39만5,951명) 괴물이 지닌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