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럽게 쏟아지는 서광폭포
서울특별시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및 양주시에 걸쳐 위치한 도봉산은 북한산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도봉(道峰)이라는 이름은 산 전체가 큰 바윗길로 이루어져 있어 불린다는 설과, 무학대사가 천축사, 회룡사 등의 사찰을 중창함으로써 조선왕조 창업의 길을 닦았다는 데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다.

도봉산은 우이령(牛耳嶺)을 경계로 하여 북한산과 나란히 솟아 있으며, 북으로는 사패산이 연이어 있다. 해발 739.5미터의 주봉인 자운봉을 비롯하여 만장봉, 선인봉, 그리고 서쪽으로 5개의 암봉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오봉 등, 여러 봉우리의 기복과 굴곡이 다양하여 절경을 이룬다. 면적은 24㎢로 북한산의 절반 크기도 안 되지만 아기자기한 산세는 한수 위라고 할 수 있으며 등산로도 더 조밀하다.

산중에는 천축사, 망월사, 회룡사 등 무려 60여 개의 사찰과 암자가 있어 연중 참배객과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도봉산은 깊은 골짜기도 많이 품고 있는데 그 가운데 문사동계곡, 원도봉계곡(망월사계곡), 보문사계곡(무수골)이 3대 계곡으로 꼽히며 특히 문사동의 풍광이 빼어나다.

문사동(問師洞)은 '스승을 모시는 곳' 또는 '스승에게 묻는 곳'이라는 뜻이다. 계곡이 수려하고 깊은 산의 정기가 어린 이곳에서 스승과 문하생들이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던 옛 정취가 떠오른다. 문사동은 서울에서 으뜸가는 일급 계곡 피서지이기도 하다.

신라 고찰 광륜사와 조광조 및 송시열을 배향한 도봉서원

김수영의 <풀> 시비
문사동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광륜사(光輪寺)와 만난다. 절 앞에 이르니 때마침 토요일 정오 무렵, 젊은 신도가 점심 공양을 들고 가라며 안내한다. 마다할 까닭이 없다. 고기 대신 여러 버섯들이 들어간 국수의 향이 은은하고 깔끔하니 입맛을 돋운다.

광륜사는 673년(신라 문무왕 13) 의상대사가 도봉산 만장봉에서 이름을 따서 만장사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번창을 이어오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서서 억불숭유정책으로 탄압을 받아 겨우 명맥만 유지했으며 임진왜란 때 대부분의 당우가 소실되었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에 조대비 신정왕후(1808~1890)가 풍양 조씨의 선산과 인접한 이곳에 만장사를 중창했으며 부속 건물인 거처도 지어 기도와 정사에 힘썼다. 고종 때 흥선대원군도 자주 찾아와 국정을 논한 역사적 도량이다. 1970년대 이후 중창 불사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며 2002년 지금의 이름인 광륜사로 개칭했다.

광륜사 앞에는 1981년 10월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서서 위용을 뽐낸다. 높이 17미터, 둘레 3.8미터의 이 느티나무는 보호수 지정 당시의 수령이 215년이므로 현재의 나이는 약 250세인 셈이다.

광륜사에서 약 15분 후 도봉서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복원공사 중이어서 가설 울타리가 둘러쳐져 전혀 보이지 않으며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도봉서원은 1573년 조광조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봉안했으며, 1696년에는 송시열을 배향했다. 그러다가 1871년(고종 8)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헐렸고 1972년 복원되었다.

비구니 도량인 금강암
서광폭포 등 시원한 물줄기 이어져 더위 씻기에 그만

도봉서원 앞에는 김수영(1921~1968) 시비가 세워져 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지기 보름 전쯤에 쓴 그의 대표적인 작품 '풀'의 일부분이 적힌 시비다. 계곡 건너 바위에는 고산앙지(高山仰止)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시경에 나오는 고산앙지는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한다'는 뜻이다. 1700년(숙종 26) 7월 곡운 김수증(1624~1701)이 쓴 이 각자는 정암 조광조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도봉서원에서 삼사 분 가량 걸으면 오른쪽 돌다리 건너편으로 금강암이 보인다. 은 큰 법당인 대웅전과 요사채, 그리고 삼성각뿐인 작은 암자지만 주위의 기이한 암석들과 아름다운 계곡이 어우러져 그윽한 풍치를 자아낸다. 등산로 입구부터 금강암에 이르는 문사동 하류는 도봉계곡이라고도 불리는데 계곡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금강암에서 약 칠팔 분 후 구봉사 앞에 다다른다. 작은 일주문에 구봉사(龜峰寺)라는 현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법당인 무량수전과 종각, 요사채로 이루어진 아담한 사찰이지만 무량수전 옆의 금빛 불상의 규모가 대단하다.

구봉사 일원에는 문사동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풍치 절경의 계곡이 펼쳐진다. 특히 구봉사 위쪽 폭포교에서 마주하는 서광(西光)폭포의 자태가 일품이다. 우람한 암벽 사이로 세찬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그 아래로는 맑은 웅덩이가 드리워 있다. 서광폭포 아래로도 이름은 없지만 멋들어진 폭포 둘이 이어진다.

도봉계곡의 무명폭포
서광폭포에서 30분쯤 더 오르면 오른쪽으로 용어천계곡이 갈라진다. 도봉산 정상에 오를 계획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발길을 되돌린다. 그리고 문사동의 맑고 시원한 계류를 벗 삼아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 보낸다.

# 찾아가는 길

도봉로를 달리다가 도봉산역 삼거리에서 도봉산길로 들어선다.

대중교통은 도봉산 입구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1호선 및 7호선 도봉산역 1번 출구로 나온다.

# 맛있는 집

광륜사 앞의 보호수인 느티나무
도봉산 입구의 산두부(02-954-1183)는 두부 요리로 유명하다. 약 20년 전부터 순수한 우리 콩만으로 두부를 만들어 다양한 요리를 내어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순두부백반, 두부찌개백반, 두부버섯전골, 포두부삼합, 두부보쌈, 두부김치 등을 내는데 특히 버섯과 죽순, 쇠고기, 두부 등을 큼직한 프라이팬에 넣고 얼큰하게 끓여내는 두부한마당은 식사와 안주를 겸할 수 있어 한결 실속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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