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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압박전략으로 대북지원 얻어내

● 北 장성택 거침없는 중국 외교
軍·經 고위층 이끌고 방중 당당하게 "내놔라" 요구
10억달러 차관 요청 등 북 입지 상당 부문 넓혀
  •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나선경제무역지대 조ㆍ중 공동지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장성택의 배포에 놀랐다. 예전의 북한이 아니다."

"중국의 의중을 알고 치고들어오는데 방법이 없었다. 무서운 사람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중국 고위층의 평이다.

그만큼 중국은 장성택 부위원장의 예상치 않은 행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체 장 부위원장은 중국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했으며 향후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러한 단초는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류훙차이(劉洪才)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7월 중순께 베이징의 중국 정부에 긴급 타전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실상 북한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장 부위원장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지난달 11일, 북한 군부의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이 전격 경질된 직후였다.

베이징의 정통한 북ㆍ중 소식통에 따르면 류 대사는 타전에서 장 부위원장이 방중(訪中)할 경우 최고의 국빈 대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담았다고 한다. 북한에서 장 부위원장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장 부위원장의 방중 계획이 확정됐을 때 북ㆍ중 간에는 그에 대한 '경호' 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장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빠르게 김정은 체제를 안정시키고 북한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거취는 북한의 운명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리명수 북한 인민보안부장이 중국을 방문해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을 만난 주된 목적도 장 부위원장의 경호 문제였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 장 부위원장의 경호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짓고 그의 방중시 논의할 현안들을 조율했다.

장 부위원장은 13일 군부 엘리트를 비롯해 경제와 외교 고위층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중국에 머무는 동안 14일 황금평ㆍ나선지구 관련 회의를 하고, 15∼16일 중국 남부와 동북3성을 시찰한 뒤 베이징으로 돌아와 17일 중국 수뇌부를 면담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수뇌부와 각 성(省)의 고위관료들은 장 부위원장의 '배포'와 고도의 '전략'에 크게 놀라고 당황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전혀 다른 '장성택식' 대중(對中) 외교를 펼쳤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에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에 대해 '요청'을 했다면, 장 부위원장은 당당하게 "내놔라"하는 식이었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은 중국 측에 북한 지원에 관한 '카드'를 내밀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중국을 배제한 다른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식으로 중국을 압박했다고 한다. 때문에 황금평ㆍ위화도, 나선 지구 공동개발에 관한 내용도 김정일 위원장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황금평 개발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했다. 중국은 황금평을 북한 경제를 중국에 편입(예속)시키기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장 부위원장은 14일 중국과의 황금평 공동개발 회의에서 북한에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하는 공장 건설에 중점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나선자구 공동개발도 종전에는 중국에 일방적으로 맡겼던 것을 북한에 필요한 항만 부두, 송전(送電) 외에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 건설을 포함시키는 등 북한의 입지를 상당 부분 넓혔다는 후문이다.

장성택의 '배포'는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위안화 차관을 요구한 데서 두드러졌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 2일 방북한 왕자루이 부장에게 북한 경제를 위한 위안화 차관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14일 북중 공동개발회의에서는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 일행에게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수뇌부와의 회담에서도 차관 문제가 제기됐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장 부위원장의 중국에 대한 거침없는 행보는 그의 외교 전략과 중국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즉 중국에게 북한은 핵문제나 외교ㆍ지정학적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이고, 자칫 북한의 선택에 따라 중국이 위험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장 부위원장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당당하게 요구를 하고 중국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하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무시'전략을 폈다고 한다. 즉 식량은 중국이 아니더라도 미국과 UN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고, 경협은 한국과도 진행할 수 있으니 중국은 향후 북한과의 관계에서 일체 배제될 수 있다는 경고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핵 문제를 포함해 북한 지원과 관련해 미국 오바마 정부와 물밑 대화를 해오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군부의 힘을 빼면서 '경제'를 축으로 개혁ㆍ개방으로 나아가는 김정은-장성택 체제를 지원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대선을 계기로 새 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중국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장 부위원장의 '통 큰' 제안이었다고 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일 시대'를 총정리하고 새로운 북중관계를 정립하자는 제안에 중국은 당황했고, 장 부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장 부위원장은 중국에 1차적으로 식량과 농자재 지원을 요구했고, 북중 접경지대 개발을 김정일시대의 '지원'이 아닌 '투자' 형태로 변경했다고 한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외자 유치 창구였던 대풍그룹을 정리하고 장 부위원장 측근으로 대외 투자 담당처를 신설하는 등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북한에 일고 있는 '장성택식 변화'가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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