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종
2012년은 1990년대의 향수에 푹 빠져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추억의 상자를 열게 한 데 이어 tvN 주간미니시리즈 <응답하라 1997>(극본 이우정 외ㆍ연출 신원호)이 누구나 한번쯤 있었을 법한 스타를 사랑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1990년대를 종횡무진 했던 스타들이 안방극장에 대거 복귀, 다시금 세대를 아우르는 큰 사랑을 받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왕년의 스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이들 배우들을 알아봤다.

# 원조 '꽃미남'은 통했다

우수에 젖은 큰 눈망울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원조 '꽃미남' 과 김원준. 앨범과 연기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해온 그들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이렇다 할 작품을 만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2012년 절치부심하고 돌아온 두 사람은 나란히 안방극장 최고 히트작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은 최근 종방된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극본 김은숙ㆍ연출 신우철)에서 따뜻한 남자 최윤 역을 맡아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절친한 친구의 동생이자 17세 연하인 메아리(윤진이)에게 열렬한 구애를 받고 사랑하게 됐음에도 상처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숨기는 이 남자에게 여심은 매료됐다. 겉으로는 차가운 말들을 내뱉으면서 사랑하는 여자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최윤은 그 자체였다. 캐릭터에 애착을 가진 만큼 오랫동안 최윤을 떠나 보내지 못할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시청자의 가슴에도 의 여운은 오래 남을 듯싶다.

김원준은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연상케 하는 맞춤형 캐릭터로 사랑

김정난
받고 있다. 그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극본 박지은ㆍ연출 김형석)에서 재기에 도전하는 왕년의 아이돌 윤빈 역을 맡아 배우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1990년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조각 같은 외모로 소녀 팬들을 사로잡았던 그는 2012년에도 변함없이 멋진 외모로 여성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사실 김원준은 과거 드라마 <창공> 등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연기력 보다는 스타성만이 부각됐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코믹연기를 불사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작품 곳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세를 부리는 윤빈 캐릭터는 그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김원준이기에 현실감 있고 귀엽게 다가온다.

# 원조 '털털녀'는 건재했다

1990년은 과거 청순하고 여성스럽기만 했던 여성상에서 벗어나 할말은 다하는 당당한 여성상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그만큼 드라마 속에서도 발랄한 여주인공이 등장, 여성시청자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그 열풍을 선도하던 두 사람도 드라마를 통해 나란히 주목 받고 있다.

1992년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톡톡 튀는 신세대 여대생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한 채 학업의 길을 걸었던 그는 복귀 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오며 스타와는 먼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에서 박민숙을 만나며 연기 인생에 날개를 달았다. 는 부유함과 수려한 외모 등 모든 것을 갖췄지만 바람기 많은 남편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민숙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특유의 톡톡 쏘고 똑 부러지는 말투로 독설을 내뱉을 때에 시청자들은 희열감을 느꼈다. 연기 내공 10단의 그가 표현했기에 더 매력적인 '청담마녀'가 탄생했다는 평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발랄함과 섹시한 외모로 1990년대를 풍미했던 배우 이본. '까만콩' 이본이 KBS 2TV 일일시트콤 <닥치고 패밀리>(극본 서재원 외ㆍ연출 조준희)로 복귀했다. 극 중 황신혜의 동생이자 고등학생 아들의 엄마인 우본 역을 맡은 이본은 동안 외모를 가꾸기 위해 몰래 시술을 받고 다니는 철 없는 푼수로 등장한다. 실제로도 닮은 외모의 황신혜와 극중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헐뜯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과거 섹시스타의 이미지를 내려 놓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안소현기자 ans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