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23일 여의도 MBC에서 열린 방송3사합동 토론회에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후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재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다시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8월20일 후보로 확정된 이후 광폭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맞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들은 저마다 '박근혜 대항마'를 자처하며 혈투를 벌이고 있다. 물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변수로 남아있지만 일단 제1야당의 후보로 누가 나서는지에 국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당내 경선에서 상임고문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2위권에 고문과 전 경남지사가 올라 있고 그 뒤에 고문이 조금 떨어져서 선두권을 추격 중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문 고문-손 고문-김 전 지사-정 고문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이미 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에서 문 고문과 직ㆍ간접적으로 연대 관계를 이뤘던 이해찬-박지원 의원이 당내 투톱으로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문 고문 입장에서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민주당 후보까지는 무난히 오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 같다.

하지만 전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앞서고는 있다고 하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처럼 2위권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의 여론조사 지지율 결과를 보면 문 고문은 정체 현상이 계속되는데 반해 2위권인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지지율은 미미하나마 상승 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문재인
거기다 결선 투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고문은 1차 투표에서 무조건 과반을 점하며 경선을 끝내야 두 다리를 뻗을 수 있다. 그때까지 문 고문에게는 계속 조심스러운 나날들이다.

의 역전 가능할까

일단 2위권에서는 손 고문의 추격세가 간단찮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 고문에 비해 큰 차이로 밀리며 김 전 경남지사와 2ㆍ3위를 다투던 상황이었지만 최근 들어 반격에 나선 손 고문의 기세가 문 고문 입장에서는 영 개운치 않다.

특히 고 김근태 상임고문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자체 회의에서 공식 지지 후보로 손 고문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투표 결과 손 고문을 1위에 올리면서 이 같은 상승 기운은 조금 더 커졌다. 당초 정치적 이념이나 노선적으로 김 전 지사가 이 모임의 공식 지지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돌았지만 예상을 깨고 손 고문이 1위였고 문 고문이 2위, 김 전 지사는 3위에 그쳤다. 손 고문이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중요한 배경이다.

민평련에는 김 전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사장)을 비롯해 당내 현역 의원 21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원외위원장과 자치단체장 등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친노 세력을 제외하곤 당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단체로 평가된다.

손학규
손 고문 측은 표의 확장성을 앞세워 문 고문을 압박하고 있다. 지역도 경기 출신에다 4선 의원과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두루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이 같은 스펙이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된다면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다채로운 이력 등에도 불구하고 대권을 거머쥐기엔, 또 박근혜 후보를 압도하기에는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지지율이 손 후보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 내부 파열음

전 경남지사 측은 상대적으로 더 다급한 처지다. 당초 '미완의 대기', '야권의 가장 위협적인 다크호스'라는 평판 속에 지사 직도 던지고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2차 경선이 시작되는 지금 시점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다자구도에서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이 때문에 한때 손 고문을 넘어 문 고문 자리까지 넘볼 의욕을 보인 그였지만 지금은 다소 힘에 부친 듯 보인다.

범친노 인사와 전통 야당 인사들도 상당수 끌어 안았지만 내부에서부터 파열음이 새어 나오는 등 고민이 산적하다. 특히 민평련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김두관
하지만 김 전 지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을 앞세워 대역전극을 꿈꾸고 있다. 이장 출신의 김 전 지사는 누가 봐도 박 후보와 가장 상반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전 지사 측은 경남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2002년 선거처럼 PK출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재현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층이 겹치는 문 고문과의 승부가 숙제다.

그러다 보니 공약이 더욱 파격적으로 가고 있다. 징병제 폐지 및 모병제 도입을 약속했고 남북 통일헌법 제정과 북한 지하자원 공동 개발 등을 공약했다. 그만큼 현 상황을 다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민심은 여전히 고민중

고문은 고려대를 나와 쌍용그룹 임원을 지낸 뒤 5선에 성공했고 두 번의 당 대표 경력에다 장관도 지냈다. 게다가 편한 지역구를 떠나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전 의원을 꺾고 당선됐으니 어느 모로 봐도 당당한 대선주자 감임엔 틀림없다. 그런데 지지율이 거의 보잘 것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정 고문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같은 호남 출신인 박준영 전남지사가 후보직을 사퇴한 게 위안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몰표를 보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세균
하지만 민주당의 대주주인 호남 민심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문 고문이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참여정부 당시의 '호남홀대론'이 꼬리표처럼 붙어있어 호남 민심이 선뜻 그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손 고문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출신이란 주홍글씨가, 김 전 지사는 참여정부 출신인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별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 고문은 워낙 낮은 지지율이 걸림돌이다.

결국 25일부터 시작되는 제주 경선과 26일 울산, 28일 강원 30일 전북으로 이어지는 순회 경선 초반 4연전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가려져야 호남 민심이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10년전 노무현 후보도 초반 제주와 울산 경선 합산 결과 이인제 후보를 크게 따돌리면서 승기를 잡은 바 있다.

만일 초반 4개 지역에서 특정 주자가 압도적으로 앞서간다면 9월1일 전북과 2일 인천 선거에서 그 후보에게 힘의 균형이 확 쏠릴 수 있다. 이 경우 광주ㆍ전남에서 실시되는 6일 경선에서 사실상 이번 경선전의 승자가 결정될 수 있다. 또는 제주 울산 등 초반 2곳에서 특정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거둔다면 의외로 싱겁게 경선이 진행될 수도 있다.

네 후보 중 문 고문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진력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접근법은 조금 다르다.

손 고문은 문 고문이나 김 전 지사가 유리한 울산의 고비를 잘 넘기면 강원과 충북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강원지역에서는 본인이 당 대표를 그만두고 한동안 칩거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인연이 있다.

이어 중반전까지 문 고문과 엇비슷한 득표율을 보인다면 자신이 유리하다고 보는 15일 경기와 16일 서울에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소한 문 고문에 근접한 2위를 확보한다면 23일 문 고문과의 1대1 결선에서 역전승을 이끌 수 있다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초반 4곳에서 1,2위 선두권을 형성한 뒤 4일 경남에서 몰표를 얻어내 이를 바탕으로 6일 광주ㆍ전남, 8일 부산에서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 내자는 복안이다. 정 고문은 초반 4곳의 승부만 크게 뒤쳐지지 않으면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5번째 경선지가 자신의 고향인 전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 고문을 제외한 세 후보가 초반 4곳에서 약진해 선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다면 서울 경선이 이뤄질 때까지 가 봐야 윤곽이 나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초반레이스에서 후발 주자로 평가 받는 후보들이 선전할 경우 예상 외로 이들이 경선 끝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분석에는 민주당 지지층이 후보들의 상품성을 보기보다 박근혜 후보와의 승부에서 누가 강점을 보일까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에 앞서 안 원장과의 맞상대에 누구를 올려 놓는 것이 최종적으로 정권교체에 유리할 것인지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그러나 4명의 후보 모두 박 후보와의 맞대결에서는 적잖은 차이로 뒤지고 있다. 안 원장과의 맞승부에서도 대부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권 지지층이 이들보다 안철수 원장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민주당 후보 경선은 이제 본격 시작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무수한 변수가 남아 있다.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2위권의 추격이 불안한 , 2위권에서 선두를 맹추격 중이지만 좀체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답답한 , 2위권에서 맴돌지만 상승 기미가 미미해 다급해지고 있는 , 한가닥 희망을 갖고 경선에 임하고 있는 . 이들 4명의 이상동몽(異床同夢ㆍ다른 자리 같은 꿈)이 진행 중이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방법과 전략 아래 움직이고 있지만 당 대선 후보 자리를 위한 같은 목표를 향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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