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 빌라노바 / AP=연합뉴스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사령탑이 바뀌는 경우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 바르셀로나는 최근 몇 년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2008~09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레이(국왕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19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이후로 처음으로 '유럽 트레블'을 달성했고 이후에도 짜임새 있는 매력적인 축구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리오넬 메시(25)는 바르셀로나의 전성 시대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고 사비 에르난데스(31),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 등은 '빛나는 조연'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잘나가던 바르셀로나의 사령탑은 올 시즌 바뀌었다. 2008년 부임 이후 무려 14개의 우승 트로피를 팀에 안겼던 펩 과르디올라(41)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반납했다. 수석 코치로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좌했던 티토 빌라노바가 후임으로 임명됐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연출했던 '바르셀로나 무적 시대'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빌라노바 감독은 부임 후 첫 번째 타이틀 경쟁인 2012 수페르코파에서 불구대천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바르셀로나는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2 수페르코파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졌다. 24일 캄프 누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던 바르셀로나는 1ㆍ2차전 합계 4-4로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경기 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레알 마드리드에 우승 트로피를 넘겼다.

바르셀로나의 영광은 메시와 궤적을 함께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포지션 파괴'로 메시의 위력을 극대화했다.

메시는 왼발잡이다. 오른발은 거의 쓰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왼발잡이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오른쪽 측면에 세웠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메시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메시는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 공격수 이상 가는 결정력을 뽐냈다.

리오넬 메시 / AP=연합뉴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0~11 시즌에는 메시를 중앙 공격수로 변경시켰다. 정통적인 중앙 공격수는 아니었다. 유로 2012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하며 유행한 '제로톱'의 개념이다. 메시는 2011~12 시즌에는 60경기에서 73골을 터트렸다.

바르셀로나의 지난 4년은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 공격수였던 다비드 비야가 측면 공격수로 투입됐고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여전히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메시를 중심으로 한 공격 전술을 펼치는 한 비야, 파브레가스는 자신들의 몫을 찾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빌라노바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과 '메시 활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메시는 여전히 중앙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볼 터치 회수가 줄어들었다. 수페르코파 1ㆍ2차전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ㆍ2라운드에서 변함 없이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과 같이 모든 공격이 메시의 발에서 비롯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빌라노바 감독 지휘 하에서 메시는 정통적인 중앙 공격수 같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매 경기 골을 넣는 것은 지난 시즌과 변함이 없고 페널티킥과 프리킥 기회에서도 해결사로 나서며 득점 비율을 높이고 있지만 지난 시즌의 위용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지난 해 발 골절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던 비야가 컨디션을 회복했고 파브레가스는 유로 2012에서 위력을 확인시켰다. 이니에스타는 최고 선수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메시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있다. 라이카르트와 과르디올라는 메시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전임 사령탑과 달리 빌라노바의 선택 폭은 넓어진 상황이다. 빌라노바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