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왼쪽)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대표(오른쪽).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안 원장이 대선지형을 흔들며 새누리당에 '경계'의 대상으로, 야권에게는 '동반자'로 인식되면서 양측이 연이어 충돌한 데 따른 파열음이다. 국민의 관심(여론) 또한 안 원장의 행보에 들썩이면서 그의 최종 선택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안 원장이 12월 대선의 분명한 '상수'인 까닭이다. 실제 안 원장은 1년 넘게 대선 지지율에서 야권의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대세론'을 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도 오차범위내의 접전을 벌여 왔다. 안 원장은 대선 본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에 필적할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하지만 안 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궁극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선 출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데다 그간의 행보 또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구도와 안 원장이 보여온 정치적 행보, 그리고 대선에서 불가피한 변수들을 고려하면 그의 최종 '선택'은 제한된 범위로 압축된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느냐 여부와 출마 방식에 따라 대선의 윤곽이 그려지는 셈이다.

안 원장은 대변인을 비롯한 일정 규모의 조직을 갖추고, <의 생각>이란 책을 통해 대선 어젠다에 대한 생각을 밝혔는가 하면,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해 전국 투어에 나서는 등 '출마'를 전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안 원장 측에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폭로하는 등 종래와 달리 출마 쪽에 기운 듯한 입장을 취했다.

"발 빼기엔 이미 늦었다"

안철수
반면, 안 원장 본인은 외부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출마' 표명을 유보한 데다 지난달31일 충남 홍성 문당 마을을 찾아 '불출마' 속내를 의심할 만한 발언으로 정치권에 충격을 주었다. 안 원장은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다.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했던 적이 없다"고 하거나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다음이든 기회가 닿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라며 불출마 시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듯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국민을 향한 메시지와 이에 대한 반응, 기대에 비춰 대선에서 발을 빼기에는 너무 멀리 나아갔다고 평한다. 또한 안 원장과 이해관계인이 많이 얽힌 데다 도전적인 삶을 살아온 그의 이력의 특성상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안 원장의 부친인 안영모(81) 부산 범천의원 원장이 대선 출마의 새로운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안 원장의 아버지와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이 알려지면서, 안씨가 아들의 대선 출마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효자로 알려진 안 원장은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부친을 존경하고 있으며, 아버지의 말(입장)을 무시하지 못해, 이것이 안 원장의 대선 과정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안 원장에 대한 아버지의 영향력은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재보선 과정에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안 원장은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파격적으로 양보했다. 안 원장이 그러한 결행을 한 데는 부친인 안씨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안영모 범천의원 원장
당시 안 원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주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따르면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가로막은 장본인이 부친 안씨라고 한다.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이 서울시장에 나가겠다는 것을 말렸는데도 강하게 하겠다고 하다가 결국 불출마했는데 아버지가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의절하겠다"며 완강하게 반대해 결국 안 원장이 스스로 출마를 접었다는 게 윤 전 장관의 설명이다.

"1960년 초반 인연 맺어"

이같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에서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안씨의 인식이 자칫 안 원장의 대선 행보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안씨가 박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은 군의관 시절로 전해진다. 안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56~1963년 경남 밀양 15육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는데, 1960년 초 부산군수기지사령부 사령관에 부임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외국에서 들여오는 의료 장비, 약품 등을 군에 보급하는 일을 부산 군수기지사령부에서 맡았고, 이를 총괄 담당하던 박 대통령과 밀양 육군병원의 군의관이었던 안씨가 자연스럽게 알고 지냈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안철수 원장 부친이 운영하는 부산 범천의원
안씨는 1963년 군 복무를 마치고 부산의 판자촌인 범천동에서 병원을 개업하면서 의사의 길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1961년 5ㆍ16으로 집권한 후 이듬해부터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으며, 부산은 그 중심도시가 되면서 크게 발전했다. 안씨는 이같은 박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지인들이나 안 원장에게도 줄곧'존경'의 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입장을 가져왔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몇몇 지인에 따르면 서울시장 재보선을 계기로 안 원장이 대선후보로 부상하고 박근혜 후보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 것을 안씨가 마냥 좋게만 바라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지인은 "안 선생이 아들의 서울시장 출마를 막은 것은 탁한 '정치인의 길'을 가기보다 현재의 위치에서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랬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아들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을 저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상대가 박근혜 후보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아직 젊은 만큼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 이번엔 박 후보에게 양보했으면 하는 게 안 선생의 속마음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안씨와 안 원장을 잘 아는 사람들 중엔 안 원장이 대선 출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각별한 부자(父子)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심지어 안 원장이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을 칭찬하고, 박 후보에 대한 질문에 '국민' '신뢰' 등의 표현으로 줄곧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부친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한다.

안씨와 안 원장의 부자관계를 알고 있는 한 정치 평론가는 "지난 4월 안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경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 그 말은 안 원장이 민주당과의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한다면 독자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후보만 유리… 꼼수"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조직력 때문에 승산이 불투명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경선보다는 '정체성'을 무기로 지지층을 규합하고 준정당 규모의 조직을 갖춘 후 '박근혜-민주당 후보-안 원장'의 다자구도 승부를 벌이는 게 낫다고 분석한다. 즉 안 원장이 현재와 같은 높은 지지율이 지속된다면 제3후보로 독자 출마해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3자 구도'의 대선은 "필패"라며 강력 반발한다. 야권 후보단일화만이 유일한 대선 승리의 길이라고 단언한다.

일각에선 "안 원장 측 일부에서 '3자 구도' 운운하는 것은 결국 박 후보만 유리하게 하는 꼼수"라면서 "혹여 안 원장 부친의 입김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안 원장 측은 "안 원장 부친과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설령 부친이 그런 사연이 있더라도 사적인 일일뿐 안 원장의 대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의 대선 행보와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야권 후보단일화'가 유력하다고 하면서도 '독자 출마'가능성에도 무게를 두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흥행실패와 문제점 노출 등으로 안 원장의 입지가 강화돼 독자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 출마해도 박근혜 후보와 맞서기 위해 안 원장 쪽으로 단일화 압력이 거세지면 자연스럽게 '후보단일화'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미뤄지고 야권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지체되는 가운데 '안영모 변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듯하다. 부친 안씨가 여전히 박근혜 후보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전언들 때문이다. 과연 안 원장이 향후 어떤 대선 행보를 취할 지, 또한 부친의 입김이 안 원장에 작용할 지 두루 주목된다.

부산 병원 운영하며 무료진료등 선행


● 부친 안영모씨는

박종진 기자

원장의 부친 안영모(81)씨는 공고를 나왔지만 기적적으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경남 밀양 15육군병원에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1963년 제대해 갓 돌이 지난 안 원장을 안고 부산의 판자촌인 범천동에서 병원을 개업했다.

가난한 동네에 병원을 차린 안씨는 시내 병원의 절반 값을 받았고 돈이 없는 이웃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기도 했다. 원장이 초등학생 시절 병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신문 배달 소년을 무료로 치료해준 일화가 신문에 실렸는데, 이 기사를 본 안 원장은 아버지에게 크게 감명 받았다고 한다.

안씨는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외과의사 자격증을 땄지만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50세에 서울과 대구, 부산 등에서 강의를 들으며 56세에 전문의 과정을 취득했다.

안 원장은 "전공이 따로 없었던 시대에 의사가 되신 아버지는 56세에 전문의(가정의학과) 자격을 취득하셨다"면서 "이때 평생 연구하며 최선을 다하고 도전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해왔다.

안 원장이 (서울대)의대에 들어간 것이나 졸업 후 벤처사업가로 변신했고 다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열정적인 삶을 산 부친의 영향이 크다.

안씨는 요즘도 자녀들에게 "금전에 눈을 두지 말고 명예를 중히 여기고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라"고 강조한다고 전해진다. 안 원장의 다음 행보들이 궁굼해진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