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안철수 뛰어넘나文 대선후보 경선 연승행진 지지율도 가파르게 상승일부 여론조사에선 역전… 野 단일후보티켓 혈전 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ㆍ경북 경선에서 1위를 확정지은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더니 그 상승세를 타고 이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마저 뛰어넘을 태세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장 안 원장과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을 치러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다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되면 여론의 주목이 집중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추석 연휴가 코앞이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문 후보가 적잖은 화제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10%포인트 가량의 지지율 상승을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민주당 경선이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문 후보가 11연승을 구가하며 50%를 넘나드는 득표율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의 선출이 유력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같이 예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김두관 후보가 결선투표를 바라보며 대역전극을 바라고는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문 후보를 제압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최종 확정된 상황을 상정해 놓고 이야기해보자.

현재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원장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문 후보의 현재와 같은 상승 기운이 지속된다면 2위와 3위의 자리바꿈도 불가능하지 않다. 더구나 안 원장은 대선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지지율이 주춤거리고 있어 문 후보의 상승세를 오히려 돕고 있는 상태다.

물론 안 원장은 11일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결정된 이후 대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공식 선언은 아니지만 정가에서는 대선 출마 선언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안 원장은 대선 캠프 구성을 염두에 두고 각계 지인들과 다양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왼쪽)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3일 서울시청을 방문, 박원순 시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안 원장도 추석 대목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자세다. 공식 출마 선언을 통해 여론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로 집중되는 것을 자신 쪽으로 되돌리려 할 게 분명하다.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후보 단일화 없이 무소속 등으로 제3의 길을 천명하면서 나서는 방법과 문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박근혜 후보와 결전을 벌이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만일 추석 연휴를 넘어가면서 안 원장과 문 후보 중 어느 한 쪽으로 지지가 쏠린 다면 단일화 경선은 무의미해 진다. 사실상 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인식되면서 지지율이 추락한 후보는 아마도 대선 불출마라는 야권 지지층의 압박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그때까지는 안 원장과 문 후보, 문 후보와 안 원장의 장외 싸움이 간단치 않게 지속될 게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약간 앞서는 안 원장이 쫓기는 쪽이고 문 후보가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야권 단일 후보 티켓을 놓고 두 사람의 정치 인생을 건 혈투가 시작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 文이 安 추월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눈길이 가는 결과가 더러 나왔다. 박근혜-안철수-문재인 후보의 3자 구도에서는 여전히 안 원장이 박 후보에 이어 2위에 올랐고 문 후보가 이를 뒤쫓는 기존의 지지율 순위가 이어졌지만 안 원장과 문 후보의 양자 대결 조사는 결과가 조금 달랐다.

먼저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8일 조사한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시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2.5%가 안 원장을, 36.9%가 문 후보를 지목했다. 5.6%포인트 차이는 오차범위에 해당한다. 이전 조사에서 안 원장이 최대 15%포인트 가량 문 후보를 눌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격차가 좁혀진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날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안 원장 43.0%, 문 후보 40.4%로 더 격차가 줄었고, 7일과 8일 양일간 조사한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의 조사에서도 안 원장이 42.0%, 문 후보 38.9%로 양측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야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 중 누구를 야권 단일 후보로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민주당 후보(42.6%) 쪽이 안 원장(40.9%)을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다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에게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안 원장의 지지세는 더 꺾이는 양상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8월28일 양자 대결에서 안 원장(42.7%)이 문 후보(34.7%)를 오차범위 밖에서 제법 멀치감치 따돌리고 있었으나 10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39.5%)가 안 원장(37.1%)을 처음으로 역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언한 11일 조사에서는 더욱 격차가 벌어져 문 후보(44.2%)가 안 원장(34.5%)를 무려 9.7%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12일 양자대결 조사에서도 비슷했다. 문 후보가 44.2%로 안 원장(33.9%)을 계속 앞섰다.

그러나 다자대결 조사에서는 박근혜(40.9%)-안철수(21.9%)-문재인(19.0%) 후보의 순위가 유지됐다. 박 후보를 상대로 한 양자대결 조사에서도 박근혜(47.3%)-안철수(44.1%), 박근혜(48.0%)-문재인(42.2%)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안 원장의 지지율 하락세는 여러 검증 공세에 따라 안 원장 자신에 대한 순수성 의심,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온 데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 등이 겹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금 변호사의 폭로성 기자회견이 박 후보와 안 원장간 충돌하는 양상을 띠면서 상대적으로 안 원장 측에 서 있던 보수층 인사들이 이탈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자간 대결에선 여전히 안 원장에 2위에 올라 있지만 문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점차 밀리는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안 원장 캠프에 비상이 걸려 있다.

文, 경선 없이 담판 협상?

안 원장의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민주당은 자체 후보로 대선까지 내달릴 것을 분명히 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후보를 대선에 내보내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이고, 민주당 후보의 대선 출마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못박았다.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한다면 모를까 무조건 문 후보로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엔 안 원장과 경선을 치러도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내포돼 있다. 최근과 같은 상승세라면 안 원장과 1대1 대결을 벌여도 뒤질게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문 후보 캠프도 안 원장과의 정면 승부에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자칫 경선이 치러 질 경우 제1야당의 후보 자리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캠프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러닝메이트를 통한 공동정부론이다. 이는 문 후보가 경선 이전부터 안 원장 측을 향해 제안했던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원장이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와의 담판을 통해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측면 지원했던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다만 이번은 문 후보 측이 안 원장에게 집권 시 차기 정권의 상당 지분을 할애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 대통령-안 총리' 식의 파트너십을 제의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대선 본선의 파괴력은 상당하다. 두 사람이 손잡고 전국을 헤집고 다닐 경우 새누리당 박 후보에게는 적잖이 위협적이다.

그러나 이에 안 원장 측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담판을 통해 양보할 바에야 무엇 때문에 굳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느냐라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안 원장도 9월 말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전국적으로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을 다시 한번 거세게 불게 할 태세다. 자신의 지지율을 보다 높게 끌어올릴 경우 오히려 담판을 하더라도 여론은 문 후보 쪽의 양보 쪽으로 흐를 것이란 판단이다.

단일화 경선 방식이 관건

이런 와중에 안 원장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던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2일 "안철수 원장이 다음 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겪어본 안 원장은 성향상 100% 확신이 없으면 절대 안 나온다"면서 "지금 안 원장의 출마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세력은 안 원장이 불출마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며 (출마가) 안 원장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안 원장의 불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

안 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대선 본선은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강 구도로 단순화하면서 여야간 사력을 다한 마지막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안 원장은 정치무대에서 사실상 영원히 사라지는 결과가 된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안 원장 신화는 1년 만에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선택은 두가지다. 문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에 나서느냐, 아니면 제3의 길을 주창하며 무소속으로 '마이 웨이'를 선언하느냐다.

여기서 문제는 경선 방식 협상이다. 담판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10년 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후보 단일화 경선처럼 양측의 정면 승부 외에는 방법이 없는 데 과연 경선 방식을 놓고 양측이 100% 수긍하는 결론을 도출해 낼까 하는 점도 관심사다.

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모바일 경선 방식을 보다 비중 있게 높이려 할 가능성이 크고 안 원장은 단순히 여론조사 방식으로 대결 구도를 몰아가야 승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양측의 접점 찾기도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경우에 따라 룰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각자도생의 길로 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원장의 불출마냐, 출마 시 담판 협상을 통한 문재인-안철수 러닝메이트 구도냐, 단일화 경선을 통한 승자 독식이냐, 양측의 결별로 독자 출마로 귀결되느냐가 야권 후보 단일화로 가는 마지막 물음표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문재인의 역전승이냐, 안철수의 우세승이냐로 좁혀지고 있다.



염영남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