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극원의 야경
중국 베이징은 진화중이다.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으로 대변되던 베이징 여행은 이제 변신을 꿈꾼다. 굳건하고 오래된 것들 위에 신문화로 채색된 공간들이 강성하게 덧칠을 한다.

베이징의 하늘빛이 낯설다. 오랜만에 조우한 중국의 하늘이 푸른빛이다. 청명하고 탈바꿈된 베이징을 본다는 것만으로 가슴 뛴다. 첫 발을 내딛은 공항부터 예사롭지 않다. 용의 형상을 본 딴 T3 국제공항은 날렵하고 멋진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홍콩의 첵랍콕 공항을 설계한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참여하고 35억 달러를 들여 제작된 공항은 하루 1400편의 비행기를 공중에 띄울 정도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주경기장은 세계 7대 건축물로 선정될 정도로 새로운 볼거리이자 랜드마크가 됐다.

공장에서 예술특구로 '다산쯔', '지우창'

베이징 여행의 포커스는 공간이동중이다. 자금성으로 대변되던 베이징 여행은 이제는 옛말이다. 베이징을 찾는 젊은층은 이제 예술특구들에 매료될 듯하다. 다산쯔, 지우창으로 대변되는 예술특구들은 베이징 여행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버려진 공장지대를 리모델링해 갤러리가 들어섰다는 점에서 뉴욕 첼시, 브룩쿨린의 움직임과도 유사하다.

'798예술촌'으로도 불리는 다산쯔는 군수공장의 폐허 위에 조성됐고 지우창은 예전에 술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했다. 군수공장의 잔재와 인간의 자유로운 표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주목을 받았던 다산쯔는 어느덧 100여개의 갤러리가 들어설 정도로 큰 규모가 됐다. 'UCCA'나 '차이나 아트 시즌스' 등은 꼭 들려볼만한 갤러리들이다. 골목에 들어서면 세계 각지의 미술품 외에도 소담스럽게 치장된 카페와 서점들을 만날 수 있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채 벽안의 아티스트들이 담소를 나누는 풍경도 흔하게 마주친다. 갤러리 뒤편에 아직도 공장기계가 돌아가고 미로같은 골목 끝에 작은 갤러리와 작업실이 위치한 구조다.

새로운 랜드마크인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중국의 기성 문화에 저항해 독립예술을 지향했던 다산쯔의 애초 모습이 많이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다산쯔가 둔탁했던 베이징 여행을 한껏 부드럽게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공로를 부인하지는 못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웬만한 비엔날레 이상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늘 볼 수 있어 이곳에서는 꼬박 반나절을 할애해도 부족함이 남는다. 다산쯔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은 최근에는 호젓한 지우창 등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데 지우창에서는 한국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이들 예술특구는 베이징이 세계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이 되는데 한 몫을 했다.

도심속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공간들

최근 몇 년 사이 위용을 드러낸 건축물들도 시선을 끈다. 국가대극원이나 신수도박물관은 베이징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낸 새로운 명물이다. 현대식 원형 경기장 같은 국가대극원은 완성되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큰 원형 건축물로 등극했다. 2400명을 수용하는 오페라극장, 2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콘서트 홀 등이 들어서 있는데 국가대극원에서 펼쳐지는 경극은 웅장하면서도 큰 매력으로 다가선다. 잔잔한 인공호수로 둘러싸여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의 건축물은 실내로 들어서면 천정위에 물이 들어차 있는 특이한 구조를 지녔다.

신수도박물관은 베이징의 유물을 한 자리에 모아 놓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공간이다. 으레 상상하는 투박한 박물관이 아니라 자연광이 드는 따사로운 내부공간에 종 모양의 전시관을 통해 나선형으로 북경의 역사를 관찰할 수 있다. 초고층 상업시설이 즐비한 중심업무지구에 들어선 CCTV 건물 역시 순환로를 지나다 보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비스듬한 형체 때문에 '피사의 사탑'이라는 별칭을 지녔는데 234m의 두 개의 타워가 머리를 맞댄 독특한 모습으로 베이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여행의 노곤함을 달랠 베이징의 밤은 싼리툰과 스차하이후퉁에 맡기면 된다.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싼리툰은 베이징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명소가 된 곳이다. 거리의 바들은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밤 10시가 넘어서면 그 진가를 뽐낸다. 메인 거리를 중심으로 라이브 바와 클럽들이 네온싸인을 밝힌 모습은 흡사 서울 홍대앞 클럽 거리를 연상시킨다.

베이징의 스카이라인
스차하이후퉁은 낮과 밤이 다르다. 개조한 인력거를 타고 베이징의 옛 골목을 누비는 후퉁 투어의 출발점인 스차하이후퉁은 밤이 되면 호숫가 불빛 아래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나이트라이프의 명소로 변신한다. 입구에는 당당하게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고 노천카페촌의 술값 가격은 베이징 최고 수준이다. 밤이 되면 후퉁 입구에서 북경 시민들이 모여 지르박 등 모던 댄스를 추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베이징 여행은 이렇듯 업그레이드 수순을 밟고 있다. 자금성, 이화문으로 대변되는 단골 코스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에서의 사진 한 컷에 기뻐하며 입에서 살살 녹는 북경 오리 요리를 맛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익숙한 옛것에 덧칠해진 새로운 공간들은 북경을 살찌우고 이방인의 새로운 발길을 유혹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여행팁

가는길=베이징 T3 공항이 새로운 관문이다. 베이징까지 항공티켓을 구입할 때는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반드시 확인한다. 북경에서의 이동 때는 지하철이 편리하다. 북경시내는 순환로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신호등이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택시 이동 때는 보통 이 순환로를 이용하게 된다.

먹을 것=북경음식을 맛보려면 왕푸징거리의 동화문 먹자골목을 빼놓을 수 없다. 전갈, 불가사리 꼬치 등 진기한 음식들은 만날 수 있으며 만두, 과일 푸딩 등으로 즉석에서 배를 채울 수 있다. 북경 전취덕은 1864년에 생겨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오리구이 전문점. 북경 오리 구이요리의 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천안문 광장
묵을 곳=패키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호텔 외에도 최근에는 북경의 부띠크 호텔 등이 뜨고 있다. 레드 캐피털 레지던스, 카포크 호텔 등은 깔끔한 시설에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예술특구 다산쯔
신구문화가 접목된 베이징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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