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42)의 시대다. 이수만(60)의 SM엔터테인먼트, 박진영(40)의 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 3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인 양현석의 보유주식 가치가 지난 24일 종가를 기준으로 이수만을 제쳤다.

이날 현재 양현석의 지분 가치는 3,000억원, 연예인 주식 부호 1위였던 이수만은 2,626억원이었다. 양현석의 YG의 지분은 35.7%(356만9,554주), YG의 시가 총액은 9,371억원이다. 시가총액만 비교하면 SM이 1조2,215억원으로 여전히 앞서지만 주가 상승률에서 YG가 2배 이상 높은 데다 (본명 박재상)의 '강남스타일'이 미국과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YG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양현석의 개가(凱歌)에는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휩쓴 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미국 하와이에 사는 주부 홍주연(39)씨는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차에서 '강남스타일'을 크게 틀고 다니는 운전자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시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는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것"이라며 "초상권을 활용한 상품과 음원(音源) 다운로드가 활발해지면 매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야흐로 양현석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전직' 대중문화 대통령

SM 이수만
양현석은 이수만 박진영과 마찬가지로 대중가수 출신이다. 양현석은 지난 1992년 남성 3인조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에 양현석은 80년대 후반 '기역(ㄱ) 니은(ㄴ) 춤'을 유행시켰던 박남정의 댄서 겸 안무가로 활동했다.

1992년 3월23일 1집 앨범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1996년 1월22일 해체 전까지 4장의 앨범을 발표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중음악은 물론이고 대중문화 전반을 뒤흔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90년대 대중문화 대통령"이라는 말이 그리 과하지 않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파격적인 가사와 랩으로 대한민국 가요역사를 새로 썼다. 대중문화에 애정이 각별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록을 우리음악에 접목시킨 게 대단해 보인다"며 서태지와 아이들을 극찬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아이돌 그룹의 원조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휩쓴 1990년대 이후 아이돌 그룹들이 앞다퉈 결성됐다. 이주노(45ㆍ본명 이상우) 양현석 서태지(40ㆍ본명 정현철)도 어느덧 40대의 아저씨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은 20대 초ㆍ중반의 풋풋한 청년들이었다.

얼마 전 한 설문 조사에서 가요계 역대 최고 라이벌로 꼽힌 젝스키스와 H.O.T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을 보고 자란 세대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JYP 박진영
스타에서 스타 제조기로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직후 양현석은 '현기획'을 세웠다. 이후 회사 이름을 YG엔터테인먼트로 바꿨고, 첫 번째 기획물로 힙합 듀오 지누션을 선보였다.

양현석이 직접 작곡한 '가솔린'이 각종 가요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후속곡 '말해줘'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양현석은 지누션을 시작으로 원타임 세븐 거미 렉시 빅뱅 등을 잇달아 데뷔시켰다. '스타' 양현석이 '스타 제조기'로 변신한 것이다.

양현석과 는 11년 전에 처음 만났다. 는 지난 8월13일에 방송된 SBS의 '힐링캠프'에 출연해 "'새'로 데뷔했을 당시, 1위 후보로 맞붙었던 팀이 YG 소속의 지누션이었다"며 "현석이 형이 나를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가수로 봤는데 내가 그날 (지누션을 제치고) 1위를 했다"고 회고했다.

는 이어 "솔직히 가수들이 5주 연속 1위하면서 우는 것을 이해 못했다"라며 "하지만 그날은 눈물을 흘리며 무대 밑으로 내려오는데 현석이 형이 날 보더니 '매니저들 이리 와봐!' 라며 소리지르더라"며 두 사람간의 첫만남 일화를 소개했다.

구혜선
첫만남 이후 가요계 선후배로 지내던 두 사람이 한 식구가 된 것은 2년 전인 2010년. 는 양현석이 이끄는 YG와 전속계약을 했다. 는 양현석이 대형기획사를 이끌면서도 보기 드물게 소속 가수들의 음반 믹싱(Mixing)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데 마음이 끌렸다는 후문이다. '이 사람과 함께 일하면 더 큰 날개를 달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양현석만의 '사업스타일'은

양현석은 소속 가수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중시한다. 소속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지난해 빅뱅의 멤버 대성의 교통사고가 터졌을 때 양현석은 "공황장애가 왔다"고 고백했다.

사적으로, 또 인간적으로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양현석이지만 사업에서는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한다. '사장님' 양현석은 각 분야 담당자를 최대한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YG가 다른 기획사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가속도가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현석은 다른 업종과의 과감한 파트너십도 마다하지 않는다. 양현석은 현대카드와 손을 잡음으로써 금융업계와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현대카드는 빅뱅의 앨범 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YG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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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빅 3' 기획사 가운데 YG와 손을 잡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월 YG와 제일모직은 글로벌 패션 마켓 공략을 위한 신규사업을 추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YG의 인간적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무서운 속도감 등이 양사 간 연대의 촉매제가 됐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좋은 음악 만드는 게 소원"

지난 5일 미국으로 날아가 '강남스타일'의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가 지난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는 "3주간 미국 활동을 하며 성과가 없으면 어떨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게 나오고, 많은 것을 얻어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는 미국 방문 기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와 NBC 'SNL' '투데이쇼' '엘런 드제너러스 쇼' 등 미국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또한 미국에서 어셔,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세계 최고의 팝스타들과도 직접 만났다. 가 이미 월드스타 반열에 올라섰다는 방증이다.

와 손잡고 '강남스타일'을 만든 양현석은 지난 24일 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양현석은 "가족들과 함께 추석 연휴가 끝날 때까지 1주일 정도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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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휴가 기간임에도 양현석은 현지에서 음악 관계자들과 만나 를 비롯한 소속 가수들의 향후 프로젝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양현석은 '강남스타일'의 세계화를 위해 미국으로 날아간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를 잘할 재주가 없다. 오로지 하나에 매달려도 될지 안 될지 모른다"고 몸을 낮추는 양현석의 소망은 하나. 음악인답게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데 신경 쓸 시간이 없어요. 잘하는 것 한 가지만 죽어라 파는 겁니다. 제가 잘하는 것은 음악 프로듀싱이고, 콘텐츠를 잘 만들어 널리 알리는 거지요. 도 음악 하나로 이렇게 (월드스타)가 된 것처럼 가요기획사는 음악 콘텐츠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생년월일: 1970년 12월2일

가족관계: 부인 이은주씨와 1남1녀

혈액형: A형

데뷔: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학력: 광명공고

주요경력: 1989년 박남정과 프렌즈

1992~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

1996년 현기획 설립

1998년 YG엔터테인먼트 설립

주요수상: 2003년 SBS 가요대선 올해의 음반 프로듀서상

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

●양현석 이수만 보유주식 평가액 변화

구분 양현석 이수만

2011년 11월23일 1,395 2,429

2012년 6월29일 1,870 2,123

2012년 9월24일 3,000 2,626

*단위: 억원, 자료: 한국거래소

● YG소속 연예인
·지누션· 등 거물 즐비

SM, JYP와 함께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 그 명성답게 소속 연예인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거물들이 즐비하다. "회사 분위기가 좋다 보니 연예인들이 YG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게 많은 연예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가수 중에는 빅뱅, 타블로, G-드래곤, 거미, 원타임, 박봄, , 박산다라, T.O.P, 2NE1, 이은주 등이, 배우 가운데에는 강혜정 정혜영 유인나 등이 Y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이 중 지누션은 양현석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가수다. 힙합 그룹으로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지누션은 1996년 YG의 전신인 현기획 때부터 양현석과 함께 일하고 있다.

또 이은주(31)는 2010년 5월 양현석과 백년가약을 맺어 세간의 큰 화제를 모았다. 이은주는 지난 2002년 여성 R&B 그룹 스위티(SWI.T)의 멤버로 데뷔했으며, 당시 그룹 젝스키스 출신 이재진의 친동생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어 이은주는 2006년 원타임의 멤버 송백경과 바운스로 활동했던 김우근, 그리고 VJ로 활약한 프라임과 함께 혼성그룹 무가당을 결성해 2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현석은 지난 5월에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이은주와 9년에 걸친 러브스토리를 공개했다. 양현석은 "소속 가수가 되기 전 이미 이은주를 눈여겨봤다"라며 "첫눈에 반해 3년간 짝사랑을 했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 라이벌 연예기획사 스타일은
, 제왕적 리더십 사업영역 다각화
, 넘치는 끼 모든사업 직접 챙겨

은 제왕적 행보, 은 멀티플레이어로 눈길을 끈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과감한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YG의 양현석과는 또 다른 색깔이다.

이수만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 늘 주도권을 잡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수만 SM 회장만의 제왕적 행보, 제왕적 리더십"이라고 평가한다.

바꿔 말하면 이수만은 파트너와 동등한 관계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아예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SM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원동력도 여기에 있다.

이수만은 지난 4월 여행업체 해피하와이와 BT&I를 250억원에 인수한 뒤 BT&I를 SM C&C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또 이수만은 외식 분야에 진출하면서 SM F&B와 SM 크라제를 잇달아 만들었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SM C&C, 노래방 사업을 하는 SM 어뮤즈먼트, 이랜드와 설립한 패션 조인트 벤처 아렐까지도 품었다.

박진영의 넘치는 끼는 사업 스타일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박진영은 대체로 긴 호흡보다는 짧지만 강렬한 호흡을 즐긴다. 이 같은 스타일은 순발력으로 승화된다. 업계에서는 "역시 박진영은 멀티플레이어답다"고 입을 모은다.

JYP 소속의 걸그룹 원더걸스는 삼성전자 3D 스마트 TV와 제휴했다. 단순한 모델 계약이 아니라 삼성전자는 3D TV 시연용으로 원더걸스의 미국 앨범 수록곡 '더 디제이 이즈 마인'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박진영은 어떤 사업을 하든 자신을 직접 내세운다는 특징이 있다. 이수만 양현석과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다. 자신이 디자인한 JYP 헤드폰을 출시한 박진영은 SBS 'K팝 스타'에 이 제품을 착용하고 나와 이목을 사로잡았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