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은 예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숫자 3을 신성하게 여겼던 우리 민족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고 불렀다. 그래선지 고구려 동맹(東盟), 예맥 무천(舞天) 등 제천의식은 10월에 열렸다. 한민족(韓民族) 시조인 단군(檀君)은 기원전 2333년 10월 3일에 고조선을 건국했다. 개천(開天)이란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신시(神市)를 열었던 상원 갑자년(기원전 2457년)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개천절(開天節)은 하늘에 감사하는 민족 전통의 명절인 셈이다.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일본은 단군을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로 단정했다. 단군이 민족 시조로 인식된 시기를 1908년부터라고 우겼다. 일본은 단군 신화대로라면 조선인은 곰의 자손이라고 비웃었고, 단군이 혼자서 2,0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는 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조선 초기 중심지로 알려진 만주 요하(遼河) 지역에선 약 5,000년 전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신화로 몰아붙였던 단군의 본거지가 아시아 최고(最古) 문명일 가능성이 커졌다.

요하 문명의 특징은 빗물무늬 토기와 곰 토템이다. 고조선을 상징하는 비파형 동검도 빼놓을 수 없다. 비파형 동검은 요하 지역을 포함한 만주와 한반도에서만 발견된다. 그러나 한국 사학계가 식민사관 그늘에서 고조선 영역을 평안도 일대로 여기고 있는 동안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요하 문명을 중국 역사에 편입하고 있다. 중국 고대 문헌 가운데 곰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은 없다. 하지만 중국사회과학원은 단군을 황제의 자손이라고 우기고 있다.

원로사학자 윤내현 전 단국대 교수는 중국의 고대사 왜곡보다 우리 역사학자들의 떳떳하지 못한 학문적 태도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학계가 일독 총독부가 만든 한국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다는 자성이었다. 과거사 청산은 단군과 고조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 강성했던 일본이 웅녀와 단군을 비웃었다면 최근 강국이 된 중국은 단군과 함께 고조선과 고구려까지 빼앗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