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서울시 중구 신당동 누존 상가를 방문, 상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18대 대선은 40세에서 59세 사이를 지칭하는 이른바'4050'세대에 의해 승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이전 선거에서는 대개 진보적 표심이 많은 2030세대와 보수적 성향이 짙은 5060세대의 대결 속에 40대의 표심이 결정적인 균형 추 역할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 5년 전에 비해 유권자 수가 20대는 793만명에서 737만명으로 56만명이 줄었고 30대는 862만명에서 826만명으로 38만명 줄었다. 각각 5년 전 대선 당시에 비해 21.1%와 22,9%의 유권자 비율이 18.2%와 20.4%로 뚝 떨어졌다.

반면 40대는 847만명에서 887만명, 50대는 581만명에서 76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40대는 21.9%, 50대는 18.9%의 유권자 비율을 보였다. 4050 유권자가 2030 유권자보다 많아진 것으로 이는 역대 대선 사상 처음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 등이 겹치면서 유권자 인구 구성비가 확연히 바뀐 것이다. 실제 60세 이상 노령층 유권자의 경우 16대 대선인 2002년 572만명으로 16.4%에 불과했으나 17대 대선인 2007년에는 680만명으로 늘었고, 이번 대선에서는 전체 20.7%인 838만명으로 40대에 이어 가장 많은 분포도를 보였다. 반면 20대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의 재도입 이후 가장 낮은 분포도를 나타냈다.

50대 이후 노ㆍ장년층은 보수 색채가 짙고 투표율이 높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 보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과거사 문제와 직결된 계층이다. 박 후보가 단순히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개념으로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6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 카페에서 골목상권의 영세상인들과의 대화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직접 만든 커피를 나눠 주고 있다. 손용석기자
그렇다고 야권 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반사적 이익을 크게 볼 것이란 기대도 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보수화한 연령대 임을 감안하면 이 계층에서 박 후보에게 앞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10년 사이에 50대 이상 고연령층이 579만명이나 늘었기 때문에 여야 모두 고연령층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금의 50대 초반 유권자들은 불과 10년 전 노무현 후보에게 열광했던 40대"라면서 "예전의 잣대로 세대별 이념적 성향을 구분하다가는 자칫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만 분석했다.

40대는 여전히 혼조세

역대 선거에서는 2030세대가 진보 성향, 50대 이상이 보수 성향의 표심을 보였다. 때문에 가변성이 큰 40대가 대선 승패를 결정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40대는 가장 많은 유권자 수를 나타내고 있어 이 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6일 모교인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고등학교를 방문해 야구부원들에게 경례를 받고 있다. 부산=류효진기자
그러나 이번 선거는 여기에 50대가 새로운 무게 추 세대로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성향은 보수화했지만 유신시대를 경험했고,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전 선거의 40대와 유사한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7~21일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간 양자대결을 가상했을 때 전체적인 지지율은 안 후보(47%)와 박 후보(45%)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세대별로 보면 양 후보간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대(만 19세 포함)에서는 박 후보(29%)가 안 후보(60%)에게 3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더 심했다. 박 후보(30%)가 안 후보(65%)에게 무려 35%포인트 차이로 열세를 보였다.

40대부터는 조금 양상이 달라진다. 박 후보(39%)와 안 후보(52%)간의 격차가 좁혀졌고 50대에서는 박 후보(62%)가 안 후보(33%)를 눌렀다. 60대 이상에서는 예상대로 박 후보(68%)가 안 후보(22%)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대별 표심은 박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같은 날 조사에서 박 후보(47%)는 문 후보(44%)에 비해 전체적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20대에서는 31%대 54%, 30대에서는 35%대 59%로 문 후보에게 크게 뒤졌고 40대에서는 44%대 48%로 비슷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 때와 마찬가지로 50대에서는 62%대 33%, 60대 이상에서는 64%대 24%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20대에서 40대까지는 안 후보와 문 후보가, 50대 이상에서는 박 후보가 우위를 보인 것이다. 40대가 상당수 2030쪽 정서로 옮겼음을 알 수 있다. 외견상으론 50대에서 여전히 보수 쪽인 박 후보가 우세하다. 하지만 이들의 표심 변화도 심상찮다. 리얼미터의 24일 여론조사에서는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50.9%)가 박 후보(40.9%)를 1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런 큰 격차를 보인 데에는 40대의 안 후보 지지 성향이 커진 데다 50대에서도 상당수가 안 후보 쪽으로 돌아선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역사 인식 논란이 커지면서 박 후보는 50대에서도 안 후보에 비해 10%포인트 정도밖에 이기지 못했다.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양자대결에서 역시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 대 야권 후보'의 대결로 이번 대선을 인식하고 있었다. 문 후보든 안 후보든간에 박근혜 대 반(反) 박근혜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 승부의 결정적인 열쇠는 진보색채가 강해진 40대, 보수색채가 옅어진 50대가 쥐고 있다는 의미다.

유신 겪은 4050세대

박 후보가 이전 대선에 비해 4050세대에 계층에서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이들이 예전에 비해 '젊은 정서'를 갖고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경험한 세대란 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40대 후반부터는 유신시절 학창시절을 보냈거나 민주화 운동을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세대다. 사회의 안정화를 희구하는 세력이면서도 이전 젊은 시절의 기억도 또렷이 갖고 있다.

이들은 보수 성향 후보에게 기본적으로 거부감은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 유신체제나 군사정권 시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도 않는 세대다. 따라서 얼마든지 박 후보 쪽에 설 수도 있고 문 후보나, 안 후보 쪽에도 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만일 박 후보가 과거사와 관련한 역사 인식 논란의 와중에 계속 사과를 하지 않고 유신정권에 대한 미화로 일관했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더욱 박 후보를 외면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박 후보의 사과를 일부 진보 세력처럼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완전히 폄하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 안정 희구 세력에 포함되기에 박 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세력은 분명 아닌 것이다.

야권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 세대는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적잖은 향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나 안 후보에게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낀다. 더구나 안 후보는 같은 세대다.

그러나 두 후보가 너무 진보적 정책을 내세우거나 현실성이 부족한 뜬구름 같은 이상적 정책만 나열할 경우 이들 세대는 두 후보에 대해서도 등을 돌리게 된다.

결국 세 후보가 얼마만큼 이들 세대의 마음을 읽고 진정성있게 접근하느냐가 표심을 가르는 관건이 된다. 이는 곧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열쇠다.

수도권과 충청 박빙 예고

4050세대와 비슷하게 박 후보와 야권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는 곳이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충청권이다. 갤럽조사에서 박 후보는 대구ㆍ경북과 부산ㆍ울산ㆍ경남, 강원 등지에서 안 후보와 문 후보를 모두 멀찌감치 따돌렸다.

당초 부산ㆍ경남(PK) 지역이 안 후보와 문 후보 고향인 만큼 이 지역에서 비슷한 지지율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으나 현재까지는 박 후보가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에게는 51%대 38%, 문 후보에게는 54%대 37%로 제법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야권 후보가 30%를 넘어선 것은 역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지지율이다. 노무현 후보도 10년 전 대선에서 30%의 득표율을 넘지 못했다.

반대로 호남에서는 예상대로 박 후보가 각각 15%, 17%의 지지율로 안 후보(76%)와 문 후보(72%)에게 크게 뒤졌다. 역시 문제는 수도권이었다.

서울에서 박 후보는 안 후보에게 38%대 53%로 뒤졌고 문 후보와는 45%로 수치가 같았다.

인천ㆍ경기에서 박 후보는 안 후보에겐 42%대 50%로 뒤처졌고 문 후보에게도 45%대 46%로 근소하지만 밀렸다.

충청권에서도 여야 후보간 격차가 얼마 나지 않았다. 박 후보는 안 후보에게 5%포인트, 문 후보에게는 11%포인트 차이로 조금 우세했다. 이 정도 격차라면 약간의 돌발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우열이 뒤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추석 연휴를 통해 귀성객들은 각자의 고향에서 일가 친척들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당연히 이번 추석의 최대 화두는 대선이 될 게 분명하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젊은층과 중ㆍ장년층의 생각이 다르고 출신 지역별로도 선호하는 후보가 달라질 수 있다.

박 후보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편이다. 그러나 측근들의 비리 의혹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어 좀체 젊은층과 수도권으로의 지지율 확장이 쉽지 않은 상태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지지율 면에서 뒤처져 있는 점이 고민이다. 만일 단일화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오히려 문 후보 쪽으로 사퇴 압박이 가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의 벽을 빨리 뛰어넘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는 순항한 편이지만 서서히 언론과 상대 진영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적잖이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벌써 안 후보 부인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 바 있다. 이런 일들이 하나 둘 더 터져나올 경우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자산으로 삼았던 안 후보의 지지율 급락은 자명하다.

결국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40대를 중심으로 50대까지 걸쳐 있는 세대들과 지역적으론 수도권과 충청권 유권자 등 이른바 스위보터(상황 따라 표심이 바뀌는 부동층)들이 세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18대 대통령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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