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박근혜 캠프 "추락하는 지지율 돌파구 없나"아웅산 수치, 한국경제 롤모델 꼽아미얀마에 국내업체 진출해 기술 제공북한 노동력 활용하면 '남북한 윈윈'경제·남북관계 동시 해결할 카드로 활용

아웅산 수치 여사가 지난달 19일 미국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위기다. 추석을 전후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뒤지는 것은 물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직후인 2일 한국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박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 41.1% 지지를 얻어 49.7%를 얻은 안 후보와 8.6%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문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47.0% 대 43.7% 로 3.3%포인트 뒤졌다.

이런 추세라면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에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박 후보가 '필패(必敗)'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래서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세 후보가 완주해 3자 구도를 형성하는 것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2일 조사에서도 3자 대결이 되면 박 후보는 37.5%를 기록해 안 후보(28.8%)와 문 후보(21.6%)에 앞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기대하는 대선 3자구도는 매우 불안한 '희망사항'이다. 이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는 순간 '절망'으로 추락할 개연성이 크다. 때문에 박 후보 대선 캠프와 새누리당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차별화된 대책으로 승부

수치 AP=연합뉴스
캠프 관계자들과 정치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전략)과 관련, 문 후보든 안 후보든 누가 나오더라도 박 후보의 승산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박 후보만이 할 수 있거나 박 후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에 차별화된 우월성을 가질 수 있는 대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국정 경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등이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에게는 없는(부족한), 강력한 대선 전략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박 후보의 그러한 장점을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박 후보 캠프와 연관된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박 후보의 차별화된 강점에 기반한 획기적인 전략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미얀마(버마) 프로젝트'로 한국-미얀마-북한이 연계돼 3국이 '윈(win)-윈(win)' 하는 전략이다. 요약하면 한국은 발전된 제 분야 기술을 미얀마에 전수하고, 북한은 그에 따른 인력을 제공하며, 미얀마는 수익의 대가를 자국의 풍부한 자원으로 한국과 북한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뿐 아니라 일자리도 창출한다면 박 후보는 이번 대선의 화두인 경제와 실업문제, 남북관계 등을 해결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당연히 지지율도 상승하게 된다.

'미얀마 프로젝트'에는 박 후보와 미얀마의 얼굴인 아웅산 수치 여사(67)와의 만남도 상정돼 있다. 박 후보의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박근혜
북한의 놀라운 변화

'미얀마 프로젝트'가 성안된 것은 북한과 미얀마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박 후보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박 후보 측 대북전문가 J씨는 "북한은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장성택 등 이너그룹이 '경제'에 올인하고 있다"며 "특히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 인력을 대거 주변 국가에 진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J씨에 따르면 북한의 '변화'는 국내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광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에 치중하면서 북한 인력이 북ㆍ중 국경지대 도시는 물론,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등으로 광범위하게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훈춘, 도문, 단둥 등 국경지대 도시에는 중국 측의 요구로, 또는 북한의 자체 판단에 따라 외화벌이와 생활필수품 공급을 위해 하루 200~300명의 북한 주민이 국경을 넘고 있다.

중국은 IT등 고급두뇌가 필요한 분야에 북한 전문인력을 요구하는가 하면, 북한 사업가가 중국내 생필품 공장을 인수해 북한 인력으로 생필품을 생산해 북한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 길림성 연변(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한 조선족 기업가는 "몇 달전부터 북한의 똑똑한 청년들이 연변에 자주 나온다"면서 "그들을 상대로 한 중국어 학원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J씨는 "중국 도시뿐 아니라 평양에도 중국에 나갈 인력을 위한 어학원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J씨에 따르면 북한 인력은 러시아 연해주, 사할린에도 진출, 농업ㆍ수산ㆍ임업 분야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가스, 석탄을 생산하는 공장에 북한 노동자가 많이 늘었고, 심지어 원양선단을 타고 고기잡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J씨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인력을 대거 국외로 내보내는 만큼 '미얀마 프로젝트'에 그들을 참여시킨다면 '경제'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보 측 국제관계 전문가 C씨는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중심으로 군정에서 민간 정부로 이양되는 과도기에 경제개발에 전력하고 있다"며 "아웅산묘소 폭발사건(1983년)이 상징하듯 북한과도 인연이 깊어 '미얀마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업체 진출 희망"

현재 미얀마는 50여 년 만에 움트고 있는 개혁 및 민주화 바람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가 있다. 또한 지난해 4월 취임한 군부 출신의 개혁파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일련의 개혁 조치를 취하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가속화하면서 경제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이러한 미얀마의 경제개발 '롤모델'은 한국이다. C씨는 "미얀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압축성장이나 중동 건설 붐 등 한국의 발전 모델을 자국에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씨는 "미얀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한국 건설업체들의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국내 건설이 오랜 불황으로 침체되고 건설사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상황에서 '미얀마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의 돌파구가 될 수 있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다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C씨는 '미얀마 프로젝트'는 건설 분야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 중국에서 쫓겨나거나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대북전문가 J씨는 "국내 건설업체가 미얀마에서 건설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 인력을 활용하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북한은 인건비를 달러로 받는 대신 미얀마에서 2모작, 4모작으로 풍부하게 생산되는 쌀을 싼 값으로 구입하면 그들의 현안인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가들은 '미얀마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박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치평론가인 한 교수는 "박 후보가 그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실현하겠다는 의지만 표명해도 지지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 후보 측이 먼저 꺼낸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선점효과는 야권 후보 측도 제기하고 논란거리가 되면서 상당 부분 희석됐고, 국민의 관심도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에 쏠리면서 왠만한 정책은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프로젝트' 는 현실성 있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치학과 교수는 "박 후보가 몇몇 공약과 인물 영입을 통해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야권에 대한 관심사에 묻히는 양상"이라며" '미얀마 프로젝트' 는 반대로 야권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 올 수 있는 아젠다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근거로 '북한', '경제', '아웅산 수치'를 꼽았다. 그는 "이번 대선의 3대 변수를 지역ㆍ이념ㆍ세대 요소라고 할 때 이념ㆍ세대에서 야권 후보에 불리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북한'에 전혀 새롭게 접근하면 중도 내지 야당 후보에게 갈 수 있는 표를 얻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경제' 또한 구호성 정책에 머물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 지지율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수치여사와 만남 추진

그는 특히 '아웅산 수치' 부분을 주목했다. '미얀마 프로젝트'에는 박 후보가 수치 여사를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여사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롤모델로 삼는 데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박 후보와의 만남은 충분히 성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미얀마 프로젝트'는 미얀마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이어서 수치 여사가 오히려 관심을 갖고 박 후보와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치 여사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위상을 고려할 때 박 후보와 수치 여사의 만남이나 약속만으로도 박 후보의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게 돼 지지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얀마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J씨와 C씨는 "이 프로젝트는 북한과 연계된 만큼 당장은 이명박 정부의 조처가 필요하다"면서 "그에 따라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 실현되는 시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