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행복선대위 첫 회의에 참석, 공동선대위원장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당 내분 사태를 딛고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박 후보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대립과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영입 반대를 주장하며 사퇴 배수진을 쳤던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의 반발 등을 잠재우면서 본격적인 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어 11일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대표적인 여성CEO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정몽준 전 대표와 황우여 대표 등을 임명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전 고문은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총괄선대본부장, 서병수 사무총장은 당무조정본부장에 임명하는 선에서 선대위 인선을 마무리했다.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공약 위원장은 박 후보가 직접 맡아 중점적으로 챙기기로 했다.

특히 껄끄러운 관계였던 정몽준 전 대표를 합류시킨 데 이어 1차 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던 김중태씨와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의 김현장씨 등 박정희 정부를 포함한 군사정권 시절의 운동권 인사들을 기용해 국민대통합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시끄러웠던 당 내분이 봉합되면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상승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8~10일 조사에서 다자구도 시 박 후보는 41%의 지지율을 보였고 이어 안철수 무소속 후보(24%),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21%) 순이었다. 무응답층은 13%였다. 여론주도층인 40대 연령층의 지지율을 보면 박 후보는 31%, 문 후보는 30%, 안 후보는 28%의 지지율을 나타내 세 후보가 팽팽하게 경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자 구도에서 박 후보는 안 후보와 문 후보에게 모두 우위를 나타냈다. 안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49%대 45%, 문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51%대 42%의 지지율로 조금 앞섰다. 야권 단일 후보 지지도에서는 문 후보(49%)가 안 후보(35%)에 비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다자 대결에서는 앞서지만 야권 단일 후보와 겨뤘을 때는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현 상황은 혼조세로 보는 게 정답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박 후보는 캠프 진용을 갖추면서 재도약의 발판은 마련했다. 이제는 상대 후보를 꺾기 위한 전략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일단 야권 후보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맞춤형 전략 강구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다 가능성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출마하는 상황을 가정한 3자 대결에도 대비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문 후보는 실패한 참여정부의 적자로, 안 후보는 아무런 집권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아마추어론'을 앞세워 공세를 펼 계획이다. 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그간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를 향해 험한 말까지 주고 받았던 사례 등을 제시하면서 구태정치의 야합으로 몰아갈 태세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 내분이 봉합되면서 박 후보 지지율이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두 후보는 이제부터 진짜 검증 국면이 시작되기에 설령 야권 후보가 단일화가 이뤄져도 우리 측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문재인=친노' 공세

문 후보에 대한 공격 포인트는 그가 실패한 참여정부의 적자라는 부분이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문 후보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수석 비서관으로 어떤 참모 역할을 했는지를 단단히 따지려 하고 있다.

선봉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섰다. 현정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사회적 파장이 크게 일 수 있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지난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남북 단독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NLL(북방한계선)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주고 받은 대화록이 국정원이나 통일부에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 전 대통령이 북측의 주장대로 NLL을 무효화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이 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 의원의 주장이 알려지자 당시 평양에 함께 갔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두 정상의 단독 회동은 없었다"고 발끈했다. 노무현재단 측도 즉각 성명을 내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측에서 극소수의 참모만 배석시킨 가운데 회담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북측 언론은 '양 정상이 단독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고, 남측에서도 '사실상의 단독 회담'이란 표현을 썼다.

대화록은 존재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배석자가 당연히 두 정상의 대화를 메모하기 때문에 공식 대화록은 없더라도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기록은 남아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의원은 11일엔 노 전 대통령을 고리로 한 문 후보 때리기 2탄을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 내용 중에는 '수도권에서 주한미군을 다 내보겠다'는 취지로 노 전 대통령이 발언한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정 의원은 "두 정상의 대화록에 NLL 관련, 북핵 관련, 주한미군 관련 발언이 들어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직후 실무진이 10ㆍ4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두 정상이 나눈 대화를 기록한 메모, 북한 측의 녹음 기록 등을 토대로 대화록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 회담 여부에 대해 당시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이 작성한 해설 자료 문건 등을 공개하면서 "단독 회담이란 표현이 나와 있다"고 밝혔다. 실제 문건에는 '단독 회담 2회'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이 문서를 작성한 준비기획단장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정 전 장관은 "녹취록이 아니라 조명균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조정비서관이 남북 합의 하에 기록한 대화록은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새누리당 진상조사특위는 남북정상회담 비공개 대화록 논란과 관련, 12일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해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문 후보는 아직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의 공격에 이은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서막에 불과하다. 참여정부의 실정을 고리로 문 후보에게 명확한 입장 표명을 묻는 제2, 제3의 공격 자료가 대기하고 있다.

박 후보는 역사 인식과 관련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일부분 부정하며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어렵다. 자신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으로 통치를 보좌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통치자의 딸로서 과거사 문제를 접근하면 되지만, 문 후보는 실제 통치 행위의 참여자였다. 노 전 대통령의 실정을 인정하면 곧 그것은 자기 부정이 되는 딜레마라는 이야기다. 문 후보의 이같은 취약점을 박 후보 캠프는 단단히 노리고 있다.

각론 없는 '아마추어 안철수'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호남을 시작으로 지방 곳곳을 돌며 주요 기관 등을 방문, 대선 후보로서 공약에 가까운 발언이나 문제점 진단 및 현정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매일 쏟아내는 안 후보의 발언에 구체적 대안이 포함된 각론이 없다는 것이다. 안보 복지 경제 등의 분야에서 그간 안 후보는 현정부에 각을 세우며 문제점을 자주 거론했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총론뿐이었고 안보 강화나 복지 재원 마련, 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한 세부적인 해법을 선보인 적은 없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그간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춘콘서트를 열면서 젊은층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긴 했지만 용기를 불어넣는 수준에 그쳤을 뿐 한번도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지금의 대선 행보도 그와 유사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주요 이슈에 대해 진보적 발언을 할 경우 보수 성향의 지지자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또 반대로 보수적 스탠스를 보일 경우엔 진보 성향의 지지자가 문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이 자명하다. 안 후보가 각론 없는 총론 행보로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고 있는 이유다.

박 후보 캠프가 과녁화 하는 곳도 이 부분이다. 안 후보가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의 준비 과정 없이 정치권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지층의 이탈을 염려해 민감한 사안은 더욱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태세다.

실제 정당 조직이 없는 안 후보로서는 이 부분이 적잖은 고민거리다. 지인 교수들이 도와준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현실 정치에서 오랜 기간 노하우를 축적해 온 새누리당과 민주당 기반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

또 사실상 이미지 정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니 자칫 공약 제시 등에서 어설픈 전략을 선보일 경우, 단번에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안 후보로서는 최대한 천천히 각론을 내세우려고 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가 지금은 문 후보 쪽에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공격이 먹혔다고 생각될 때면 다음은 안 후보 쪽이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각론 없이 이리저리 핑계만 대고 피하기만 하는 이미지 정치인이자, 아마추어 정치인의 위험한 국정 운영 도박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라는 말로 유권자 설득에 나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3자 대결도 준비

확률이 커 보이진 않지만, 3자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1987년 13대 대선도 김영삼 김대중 양김씨의 단일화가 불발돼 결국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안 후보는 이미 '정치 쇄신과 국민적 동의가 담보되지 않으면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는 대선 가도에서 독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대결 구도가 좀 심상찮은 것 같다. 정책 대결은 보이지 않고 야권 지지층을 겨냥한 감정 다툼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가장 큰 발단은 민주당 소속이던 송호창 의원이 탈당해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문 후보 측은 "정치 쇄신한다더니 고작 의원 빼가기나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안 후보 측은 별다른 대꾸 없이 "여당 측에서도 합류할 인사가 있다"고만 받아쳤다. 실제 다음날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김성식 전 의원이 안 후보 캠프로 갔다.

민주당은 이어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정당 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국가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재차 공세를 폈다.

이에 안 후보는 좀 더 노골적으로 반박했다. 안 후보는 11일 청주교대 초청 강연에서 문 후보 측의 '정당후보론'에 대해 "지금 와서 정당후보론을 꺼내는 게 참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정면 비판했다.

안 후보는 "그런 논리라면 항상 다수당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지난 10년 간 국민들이 대통령이 다수당 (소속이) 되도록 여대야소를 만들어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같은 당 안에서 서로 손가락질하고 대통령에게 탈당하라고 하고, 스스로 대통령을 무소속으로 만들죠"라며 "그렇게 만든 건 사실 다 정당 책임인데 정당이 어떤 책임을 졌느냐"고 날을 세웠다.

안 후보는 전날에는 박 후보가 당선되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고 문 후보가 되면 여소야대 속에 국정 혼란만 계속될 것이란 취지로 두 후보를 싸잡아 공격했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비판에 대해 "아유 정말, 그렇게 험한 말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양측의 대립이 감정 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 후보 측 신계륜 특보단장은 단일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 "장벽 같은 것이 있고, 장벽보다 훨씬 크고 아주 무거운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물론 양측은 단일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각자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행보를 하면서 서로 상대방 약점을 부각시키는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지만 둘의 대립을 보는 야권 지지층의 마음은 편치 않다. 기성 정치의 변화를 내세우면서도 자신들도 기존 정치판 행태와 다를 게 없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는 이런 점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을 부추기면서 유권자들에겐 그저 식상한 야권 후보 자리 다툼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양측은 서로 겹치는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상대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경우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두달 여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은 아직도 박 후보와 야권 후보의 맞승부일지, 세 후보가 모두 나서는 3자구도로 치러질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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