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다시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베이징의 정통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안에 중국을 재차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최고 실세가 두 달 만에 중국을 재차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체 장 부위원장이 중국을 다시 찾는 이유는 뭘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장 부위원장이 지난 8월 방중 당시 매듭짓지 못한 북ㆍ중 경제협력 문제를 협의하고,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문제도 논의하기 위해 재방중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소식통은 일반적인 북ㆍ중 경제협력보다는 한마디로 ‘담판짓기’ 위해 장 부위원장이 나선 것이며,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문제는 비중있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해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은 지난 8월 방중 당시 중국 측과 협의한 내용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중국 측의 최종 입장을 듣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장 부위원장의 방중에는 대부분 경제통 인물이 동행하지만 지난 8월 때보다 각 분야 실무진들이 대거 포함될 것이라고 전해왔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 8월13일 군부 엘리트를 비롯해 경제와 외교 고위층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장 부위원장 일행은 다음날인 14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베이징에서 나선ㆍ황금평 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양국 공동지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장 부위원장은 중국 측에 북한 경제 발전과 개혁에 필요한 10억 달러 규모 이상의 위안(元)화 차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장 부위원장은 15∼16일 중국 남부와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 등 동북3성을 시찰한 뒤 베이징으로 돌아와 17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수뇌부와 회담했다.

장 부위원장은 방중 기간에 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전혀 다른 ‘장성택식’ 대중(對中) 외교를 펼쳐 중국 수뇌부와 각 성(省)의 고위관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에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를 ‘요청’하는 식이었다면, 장 부위원장은 당당하게 “내놔라”하는 식이었다는 것. 때문에 황금평ㆍ위화도, 나선 지구 공동개발에 관한 내용도 김정일 위원장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장 부위원장은 이번 ‘담판’에서도 강단있게 나아갈 것이라는 전언이다. 중국측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ㆍ일본ㆍ러시아ㆍ한국 카드를 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진다. 즉 중국이 아니더라도 이들 국가들을 파트너로 삼아 경제발전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중국 측의 최종 결단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베이징의 또 다른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의 그러한 전략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 파견한 ‘장성택 사람들’의 종합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즉 북한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주변 국가들과의 파트너 관계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 사람들을 통해 미국과는 진전된 북ㆍ미관계를 이뤘고, 일본과는 북ㆍ일협상을 통해 자금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으며,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북한의 최대 현안인 식량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재배한 쌀은 북한에 공수하고, 콩ㆍ기장 등 곡물은 현지에 판매해 외화벌이를 하는 방식이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이다.

장 부위원장은 그러한 주변 국가들과의 파트너 관계를 통해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쳐 북한경제를 활성화하고 북한체제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ㆍ러시아에 대해서도 과감한 인력정책으로 과거 의존적 관계를 탈피해 공생관계로 바꿔놓고 있다는 것. 중국과 러시아 국경 도시를 중심으로 북한 주민을 대거 내보내 외화벌이에 나서는 한편, 북한에 필요한 생활필수품 등을 외부에서 자체 공급하는 방식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중국의 훈춘, 도문, 단둥 등 국경지대 도시에는 중국 측의 요구로, 또는 북한의 자체 판단에 따라 하루 200~300명의 북한 주민이 국경을 넘고 있다. 이들 중 IT등 고급두뇌의 전문인력은 중국 측의 요구로 중국 기업에서 고임금을 받으며 취업하고, 중국내 생필품 공장을 인수해 북한 인력으로 생필품을 생산해 북한에 공급하는 사업가도 있다.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의 광공업 분야, 심지어 원양선단을 타고 고기잡이에 나서는 북한 주민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장 부위원장은 특히 한국과의 관계설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경제시찰단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장 부위원장은 ‘민족경협’과 ‘신뢰’라는 측면에서 한국을 궁극의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장 부위원장의 대중국 전략에서 어쩌면 한국이 최고의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들은 장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 때 1차 방문 당시 대북 지원과 차관 지원을 망설였던 중국이 북한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라는 다목적용 파트너가 거리를 두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장 부위원장의 2차 방중이 성사될 경우, ‘경제’를 중심으로 북ㆍ중 관계는 물론, 미국ㆍ일본ㆍ러시아 관계도 더욱 진전될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변화는 북한 자체가 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견해다. 즉 장 부위원장이 군부와 김정은 제1 비서를 두 축으로 대대적인 북한 체제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 부위원장의 2차 방중이 국내외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