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정현이 소녀에서 엄마로 돌아온다.

이정현은 영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ㆍ제작 국가인권위원회 영화사남원)에서 17세에 아들을 낳은 미혼모 효승 역을 맡았다. 1996년 영화 ‘꽃잎’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가 스크린으로 복귀한 것은 영화 ‘하피’(2000) 이후 12년 만이다.

이정현은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미혼모 역할을 맡은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범죄소년’의 시나리오를 받고 3일 만에 촬영을 결정했지만 그 사이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그는 “미혼모 역할이었고, 내면 연기와 가끔씩 폭발되는 감정 연기를 12년 만에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부담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감독님께서 끝까지 잡아주셨고 사회적으로 상당히 좋은 내용의 영화이기 때문에 마음을 돌렸다. 감독님의 전작 ‘사과’가 좋았다”고 강이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그는 미혼모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해외스케줄 등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이정현은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자료에 도움을 얻었다. 이 과정은 미혼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극 중 역할인 효승은 가정환경이 안 좋은 곳에서 자라 사회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 방치된다. 나중에 아들을 만나게 되는데, 아들 역시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촬영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미혼모들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변치 않는 동안 미모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서영주와 18세의 나이차이지만 친구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기분이 좋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역할을 제의 받았을 때 “제가 엄마라고요?”하고 놀랐다. 그런데 감독님이 원했던 게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 엄마였다”며 “실제 미혼모들을 보면 해맑은 학생들 같다. 그래서 저를 캐스팅하셨구나 하고 알았다”고 캐스팅 비화를 소개했다.

‘범죄소년’은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 지구(서영주)가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와 재회하면서 감춰져 있던 냉혹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내용을 담았다. 제3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49회 타이페이금마장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에 국내 유일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스포츠한국 엔터테인먼트부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