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 조선기자재협동화단지를 방문, 선박 방향타 제조회사인 해덕파워웨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다급해졌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전격 회동해 단일화 합의를 선언하면서 국민연대 추진과 새정치공동선언 작성 등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각종 이벤트를 쏟아내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 대책 논의에 분주한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배석자도 없이 둘이 만나 논의했다는 것 자체를 놓고 '밀실야합', '정치공학적 술수', '정치포기'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강력 비난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힐 만큼 단일화의 위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적극 부각하는 '김빼기 작전'에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둘 간의 단일화는)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2인자와 부실하고 불안한 무경험 후보가 벌이는 단일화"라면서 "이들 중 한 명을 뽑느냐와 우리 정치의 오랜 부패 사슬을 끊고 약속을 잘 지키는 깨끗한 여성 대통령을 뽑느냐의 싸움"이라고 이번 대선의 정의를 규정했다. '문재인=실패한 참여정부 2인자', '안철수=부실하고 불안한 후보'라는 등식을 앞세워 단일화 논의를 폄하한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 집중 포격을 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단일화 대응 카드를 마련하는데도 골몰하는 모습이다. 과연 둘 중 누구로 단일화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게임을 풀어가는데 더 유리할지를 놓고 세밀한 표 분석에도 들어갔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야권 단일화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관계자는 "안 후보로 단일화 시 새누리당의 중도표 흡수가 어려워지면서 더욱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상대적으로 많다"면서 "그러나 탄탄한 조직을 갖춘 문 후보가 안풍(安風ㆍ안철수바람)까지 등에 업을 경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단일화에 대한 부적절성을 부각하면서 누가 돼도 공동정부는 분열과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논리를 앞세워 박근혜 후보의 안정적 국정 운영 능력을 적극 홍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나아가 이번 대통령 선거도 역시 결국은 여야 대결, 보수와 진보의 대결, 안정적 사회구조를 바라는 자유민주주의 희구 세력과 무조건적인 사회 변혁을 꿈꾸는 반시장주의자 간 대결로 몰아갈 태세다.

與, "공동정부 국정 표류"

둘 간의 단일화를 '정치쇼'로 규정한 새누리당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이질성을 부각하면서 권력 나눠먹기라는 부정적 여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 이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과연 원만한 합의를 이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공동 정부가 만들어지면 국정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둘 간에 논의가 된 것으로 알려진 신당 창당 문제에 대해서도 맹공을 폈다.

심재철 의원은 "단일화는 권력 분할이 필연적 요소로 따르게 되며 신당 창당 과정에서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이 서로 노른자위를 차지하려 다툼을 벌일 것"이라며 "결국 단일화 쇼는 국민을 상대로 한 통 큰 사기극이자 권력을 향해 영혼을 파는 야바위 행위"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새누리당은 이어 문 후보는 총선에서 나꼼수는 물론 종북 세력과도 연대한 진보진영 후보지만, 안 후보는 이념보다 현실 정치 혐오라는 시대에 편승한 우파 기회주의자라며 두 후보의 입장 차를 알리는 데에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이질 세력 간 밀실 담합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며 "두 사람이 신당 문제를 포함해 그 이상의 것도 결정했지만 흥행 때문에 밝히지 않고 있다는 추측도 있는 만큼 신당설에 대한 명백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도 "단일화를 둘러싼 흥정은 없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대변인의 지적대로 문재인-안철수 6일 회동은 배석자도 없는 단 둘의 만남이었다. 때문에 신당 창당은 물론 단일화 경선 시 승자와 패자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즉 단일화 승자가 대통령, 패자가 총리를 맡고 양쪽 진영에서 몇 대 몇으로 지분을 나눠 내각을 구성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핵심 참모진이라도 이 같은 민감한 이야기를 들었을 경우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두 후보는 배석자 없이 만난 것이다. 새누리당이 '밀실 야합'이라고 공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손잡은 安에 융단 폭격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두 후보 중 어느 한쪽에 초점을 맞춰 집중 공략할 수도 없다. 당장 누구하고 박 후보가 본선에서 붙는 게 나은지 의견도 엇갈린다.

문 후보가 나서면 지역적으로 호남을 비롯해 전통적인 야권 성향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안 후보의 지원 정도에 따라 수도권과 젊은층이 힘을 보탤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안 후보가 나서면 호남에서부터 수도권까지 젊은층을 위주로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는 점을 걱정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새누리당은 일단 두 후보를 모두 진보 성향의 야권 세력의 범주에 묶으려 하고 있다. 안 후보가 상대적으로 중도층과 무당파에게 지지율이 적지 않다는 점에 따라 공격 포인트를 이 곳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도 문 후보처럼 야당의 지지를 받는 반여친야(反與親野)라는 점을 명확히 하자는 셈법이 들어 있다.

특히 안 후보가 스스로 공언했던 '야권 후보 단일화의 전제 조건은 정치 쇄신과 국민적 동의' 부분을 집중 거론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서는 정치 쇄신 약속과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시점에 무슨 쇄신이 이뤄졌고 국민의 몇 %가 동의한다고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가"라면서 "결국 집권을 향한 또 다른 정치적 사기나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안 후보는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정치 쇄신에 대한 분명한 행동을 보여야 하고 이를 다수의 국민이 동의할 경우 단일화에 응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민주당은 별다른 정치 쇄신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다수의 국민 동의 역시 입증할 길이 없다. 민주당은 일각에서 제기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고 안 후보가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정당의 국고보조금 축소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이처럼 양측의 이견이 맞선 상황인데 이를 과연 안 후보 주장대로 정치쇄신이 이뤄졌고 국민적 동의가 뒷받침된 것으로 볼 수 있겠는가"라면서 "안 후보의 허언만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진영 대문 걸기 주력

전문가들은 박 후보 상대로 누가 나서던 간에 결국은 여야의 1대1 구도 속에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지율 2~3% 내에서 승패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중도층으로의 표심 공략을 의미하는 중원 전투에 앞서 일단 보수진영의 대문 걸기에 주력하고 있다. 집토끼 단속부터 단단히 해 놓은 뒤 중도층 잡기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박 후보는 최근 '오른쪽 민심'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자주 내놓는다. 박 후보는 8일 외신기자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한반도를 건설하기 위해 북핵은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제2의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자위권의 범위 내에서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포함한 대북 관계에서 문 후보나 안 후보보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차별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이어 휴전조약을 평화조약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도발도 많이 하면서 (대남) 약속도 많이 하고 있어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믿는다' '신뢰한다' 이건 아니다"라면서 "검증된 행동으로 신뢰가 쌓이면 (그 때) 평화 조약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집단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메시지다.

박 후보는 또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급격한 재벌 옥죄기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대기업의 순환출자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는 규제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또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은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성장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재벌기업에 대한 정책이 오히려 국가 성장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스탠스 조절에 나선 것이다.

박 후보는 또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 이후 첫 지방 일정을 부산ㆍ경남(PK)지역으로 잡았다. 전통적인 여권 성향인 PK 지역이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로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곳부터 다져놓겠다는 생각이다. 역시 집토끼 단속차원의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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