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군부 물갈이 진짜 이유는…전방 상당수 전투부대후방 경제일꾼으로 재배치군 출신 경제분야 대거 진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534군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일시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 군부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국내외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북한 체제를 든든하게 지켜온 핵심 축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북한군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계급 강등이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군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을 대신한 현영철 총참모장이 지난달 차수 승진 3개월 만에 다시 대장으로 강등됐고, 연평도 포격도발을 주도한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최근 대장에서 중장으로 계급이 2단계 아래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부일 부총참모장도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정부 당국과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당ㆍ정ㆍ군 전방위에 걸쳐서 충성도 등에 대한 인물 검증 작업을 진행한데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지난 4월 후계를 공식 승계한 이후 주요 인물들에 대해 충성도와 비리 등에 대한 검증(검열) 작업을 해오고 있다"며 "검증 결과에 따라 일부 문제가 보이는 인사들은 직위는 그대로 두고 계급을 강등하거나 인물을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군 고급 간부들의 자리 박탈, 계급 강등 이런 긴장감을 조성해 북한 군인들이 김정은에 충성을 하도록 만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김영철 총국장의 경우 지난 1년간 대남 군사협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 대한 문책성의 이유도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인연이 깊은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국내 분석과는 전혀 다른 견해를 밝혀왔다. 북한 군의 대대적인 변화는 충성도에 따른 인물 검증이 아니라 북한체제 변화와 관련 있다는 전언이다.

그는 "최근 북한군 고위직에 대한 계급 강등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북한 체제가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ㆍ'선경(先經)'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시대에는 '선군'의 기치 아래 군이 고유 업무 뿐만 아니라 경제, 민간 분야 등 전범위에 걸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당과 경제가 우선되면서 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다른 분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군의 재편이다. 우선 군 원로들이 대거 퇴진하면서 군 적체에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군 원로들의 정리에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부담을 갖자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나서 원로들을 설득해 퇴임 후 국가기관의 수장 자리를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군 인사문제를 풀어갔다는 것이다.

북한 군을 구성하는 전투부대와 후방부대의 재편도 주목된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전투부대 중 남북 휴전선 접경지대와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된 부대를 제외하곤 상당수 전투부대가 후방부대로 재편돼 경제일꾼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7월23일 북한이 서북도서와 가까운 황해남도 최전방에 공격 헬기와 정찰 헬기, 그리고 병력을 이동시키는 기동 헬기까지 배치한 것은 전투부대를 새롭게 편재한 것으로 이를 통해 남은 군 인력은 후방부대로 보내져 경제분야에 투입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이러한 북한군 편재의 변화로 최근 북한에선 군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업 경영에 참여하거나 직접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기업 근무가 군 복무보다 이점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많은 군 출신들이 경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베이징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군 원로 및 고위직 인사가 줄고 군인 중 상당수가 경제일꾼으로 나서면서 군부 축소에 따른 계급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면서 "북한군 고위직 인사의 계급 강등은 그에 따른 것으로 계급은 내려갔지만 직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경희 당비서,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과 함께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하고 "군시설을 승마장으로 바꾸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군도 군시설을 승마장으로 활용해 일정한 (경제)성과를 내라는 주문으로 '군의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북한 군부의 계급 강등은 당의 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상징과 함께 북한군이 경제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