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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에 가짜 훈민정음체 단다고?

현판 관련 글씨 토론회
한글학회가 추천한 언해본체 중 '광' 종성에
옛이응 대신 삼각형 반치음 '정자'와 달라
완벽하게 못 바꾸려면 그냥 유지하는게 나을 듯
  • 문화재청 주최로 11월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글씨 관련 의견수렴 제2차 토론회. 왼쪽부터 기존 임태영 글씨체 현판, 정조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 한석봉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 훈민정음 해례본체와 훈민정음 언해본체로 각각 적은 한글 현판.
광화문 현판에 2010년 11월 균열이 발생했다. 이를 기화로 영향력 있는 한글 단체에서 "세종대로는 한글이 탄생한 곳"이라며 현판 글씨를 한글로 바꿀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문화재청은 지난 11월 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광화문 현판 글씨 관련 의견수렴 제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전에 한자 서체를 주장하는 한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에서 두 개의 글씨체(정조대왕과 한석봉의 글씨 집자)를 문화재청에 추천 제출했다. 한글 서체를 요구하는 한글학회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체와 훈민정음 언해본체를 추천했다. 토론회는 이 네 개의 글씨체와 기존 임태영의 글씨체를 합하여 총 다섯 개를 놓고 토론자 8명의 자유 토론형식으로 이뤄졌다.

문화재청은 이 토론회를 통한 여론수렴 결과를 광화문 현판 글씨 선정 참고자료로 활용하여 12월 27일에 문화재위원회에 상정시키고 올해 안에 현판 제작 및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 한다.

훈민정음과 고문자를 연구하는 필자는 언론을 통해 <월인천강지곡>에서 집자한 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이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나중에 문화재청 담당관인 오명석 사무관으로부터 한글학회 부설 한글서체연구원이 추천한 글씨체 확대 자료 등을 받아보았는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426년 세종대왕은 집현전 수찬에게 명하여 그 이전까지 '正門(정문)'이라 불렸던 경복궁 정남쪽의 문을 '光化門(광화문)'이라 개명한다. 그리고 1443년 세계적 보물인 '訓民正音(훈민정음)'을 창제하는 大위업을 달성한다. 이처럼 광화문의 작명자는 세종대왕인 관계로 한글학회에서 역사적 사실에 따라 광화문 현판 글씨체를 권위 있는 훈민정음체로 할 것을 제안한 것은 명분상 일리가 있다고 본다.

  • A: 한글학회 부설 한글서체연구원이 추천 제출한 훈민정음 해례본체. B: 동국정운에 실려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체. C: 한글서체연구원이 훈민정음 언해본체 정자로추천한글씨체. D: <훈민정음언해본>에서집자한글씨체. E: <훈민정음언해본> 7장 앞면에 실린 반치음 글자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국민들이 인지하는 훈민정음체는 훈민정음 해례본체와 훈민정음 언해본체가 대표적이다. 1447년 <동국정운>에 쓰인 서체는 1446년의 <훈민정음 해례본> 서체와 거의 같아 통상 훈민정음 해례본체로 인식된다. 그런데 한글학회에서 문화재청에 '훈민정음 언해본체 정자'라 제출한 도표 C의 글자체는 원본에서 집자한 것이 아닌 가짜 언해본체다.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훈민정음 28자에서 동그라미와 삼각형의 구별은 매우 엄격했다. 삼각형(ㅿ)은 반치음이었고, 꼭지 없는 동그라미(ㅇ)는 목구멍소리(받침에 쓰이면 묵음으로 생략가능)였으며, 영어 -ng(응)에 해당하는 소리는 꼭지 있는 동그라미, 즉 옛이응(ㆁ)이었다.

그런데 훈민정음 언해본체라면 반드시 옛이응을 써야할 C의 첫글자 '광'의 종성 부위에 <훈민정음 언해본> 7장 앞면의 E에서와 같은 삼각형의 반치음이 적혀 있는 것이다. "나랏말미 귁에 달아"로 유명한 훈민정음 언해본을 샅샅이 뒤져보라. 동그란 원의 옛이응이 C에서처럼 삼각형으로 적힌 예는 단 한 글자도 없다. 반치음(ㅿ)과 혼동되는데 세종과 세조께서 동그라미를 삼각형으로 썼을 리 만무하다. C의 두 번째 글자(화)에서도 'ㅎ'의 동그라미 또한 첫 글자의 받침과 똑같은 삼각형으로 그려져 있는데 어떻게 그것이 언해본체 정자란 말인가? 이는 국민을 속이는 행위이다. 'ㄱ'도 다르고 'ㄴ', 'ㅁ', 'ㅗ' 모두 언해본체 원본 D와 다르다.

훈민정음 해례본체와 언해본체에는 크게 각각 고전형과 현대형의 두 종류가 있다. 세종대왕이 억만년을 넘어 억만세(1세=30년)를 염두에 두고 백성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門'의 우리나라 정음은 '몬'이었다. 이는 세종대왕의 저서인 동국정운, 월인천강지곡은 물론 훈민정음 언해본이 실려 있는 월인석보 등 수많은 고전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한글학회가 훈민정음 해례본체라고 제출한 A를 보면, 동국정운에 기재된 진짜 해례본체 B와 비교할 때 첫 번째 글자는 옛이응이 쓰여 있으니 '고전형 해례본체'이다. 그러나 두 번째 글자는 거성(去聲) 표시점이 좌측에 없으니 '현대형 해례본체'이며, 세 번째 글자는 현대의 속음을 쓴 '현대형'이니 이는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글자체처럼 원칙 없는 뒤죽박죽 짬뽕체다.

이번 토론회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최준호 교수는 라틴어나 고어(古語)를 그대로 살리는 프랑스의 문화재 복원 원칙을 언급했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본다. 복원된 건물과 달리 광화문 명칭의 역사적 근원은 세종대왕 때이므로 훈민정음체로 결정한다면 당연히 고전형 훈민정음 해례본체나 고전형 훈민정음 언해본체를 쓰는 것이 옳다고 본다. 말로는 세종대왕을 존중한다 하면서 국민들의 전문지식 부족을 악용하여 가짜를 내놓는 행태는 세종대왕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완벽하게 하지 못할 요량이면 지금 있는 현판 그대로 놔두는 편이 백 배 나을 것이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anj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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