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격식 인민무력부장 복귀리영호 총리급 중용 예고당·경제 우선 정책 가속도

북한 김격식이 최근 대장으로 복권됐다. 대장 계급장(원안)을 단 전 4군단장 김격식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격식 인민무력부장 임명은 당 우위 군 편제 완료 시사

‘숙청(肅淸)’. 사전적 의미는 반대파를 처단하거나 제거하는 것으로 북한의 현상을 분석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이보다 완화된 ‘경질(更迭)’, 또는 ‘좌천(左遷)’ 이란 말도 있다.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바꾸거나 낮은 지위로 떨어진다는 뜻으로 올해 들어 북한과 관련지어 사용 횟수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이러한 단어들이 북한의 급격한 변화와 관련해 잘못 인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좌천된 것으로 알려졌던 김격식이 우리나라의 국방부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으로 등장한 것이나 지난 7월 해임된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거취에 대해 엇갈린 보도가 나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 이전인 2004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을 때도 언론은 ‘좌천설’’가택연금설’’신병 이상설’ 등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리영호 / 연합뉴스
그러나 당시 장 부위원장은 2004년 10월 경부터 평양시내 모처에서 특수팀과 함께 북한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전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후인 2006년 1월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해 언론 보도를 무색하게 했다.

지난 7월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해임에 대해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숙청’으로 단정했다. 심지어 총격전에 따른 피살설까지 나왔다. 최근에는 한 중앙 일간지가 리 전 총참모장이 함경북도 경성군 주을(朱乙) 온천에 연금됐다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 전 총참모장의 해임은 ‘숙청’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연금설’은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실세 그룹이 ‘선경(先經)’정책을 주도하면서 북한군을 편재하는 과정에 리 전 총참모장이 ‘용퇴’ 형식으로 물러났으며 현재 평양에 ‘건재’하고 있다.

<주간한국>은 그러한 리 전 총참모장의 해임 배경과 현재 거취 등에 대해 제2434호(2012년 7월20일 자)와 제2452호(2012년 11월26일자)에서 자세하게 다루면서 향후 그의 ‘중용’가능성을 전망했다.

최근 북한의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매체는 리 전 총참모장의 해임 직전 활동소식을 전하고 그가 김정일, 김정은과 함께 있는 ‘1호 사진’뿐 아니라 단독사진까지 종전대로 게재해 ‘숙청’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김격식 인민무력부장의 등장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언론은 김격식이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이후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된 것을 두고 연평도 포격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으로 다뤘다. 그리고 최근 상장에서 대장 계급장을 달고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지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검증받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베이징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격식이 상장으로 강등됐던 것은 연평도 포격에 따른 책임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대외적 전략에 따른 것이었고, 다시 대장으로 복귀한 것은 북한군을 재편하는 과정에 리 전 총참모장이 물러난 것과 연장선에 있다고 한다. 즉 북한군 편제가 거의 마무리되고 당(黨)이 비로소 군(軍)에 우월한 힘을 확보하면서 필요에 따라 김격식이 군을 대표해 인민무력부장으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국내외 언론이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해임과 김격식 인민무력부장 임명, 그리고 북한군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계급 강등에 대해 ‘김정은 군대’ 만들기의 과정으로 해석하고 충성심을 기준으로 군 수뇌부를 갈아치우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북한 변화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분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베이징의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군의 변화는 큰 흐름에서 ‘김정은 군대’ 만들기로 볼 수 있지만 김정일 시대의 ‘김정일 군대’와는 권위와 영향력 면에서 비교가 안 될 뿐 아니라 속성도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일 군대’가 당(黨)보다 우월한 명실상부한 북한의 중심이었다면, ‘김정은 군대’는 당의 영향권 아래 있으며 규모도 대폭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즉 김정일 시대에는 ‘선군(先軍)’의 기치 아래 군이 고유 업무뿐만 아니라 경제, 민간 분야 등 전범위에 걸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당과 경제가 우선되면서 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다른 분야로 대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북한군 고위직의 계급 강등도 북한군의 위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김정은 군대’ 를 만들기 위해 충성심을 기준으로 군 수뇌부를 물갈이한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에 따르면 김일철ㆍ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등 군 원로들이 대거 퇴진하면서 군 적체에 숨통이 트였는데 이를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주도했다고 한다. 군 원로들의 정리에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부담을 갖자 대신 장성택 부위원장 사람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나서 원로들을 설득해 퇴임 후 국가기관의 수장 자리를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군 인사문제를 풀어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의 전투부대 중 남북 휴전선 접경지대와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된 부대를 제외하고 상당수 전투부대가 후방부대로 재편돼 경제일꾼으로 나선 것도 북한군의 축소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그는 “군 원로 및 고위직 인사가 줄고 군인 중 상당수가 경제일꾼으로 나서면서 군부 축소에 따른 계급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면서 “북한군 고위직 인사의 계급 강등은 그에 따른 것으로 계급은 내려갔지만 직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중앙 일간지는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운구차를 호위하던 핵심 4인방(리영호 전 참모총장,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이 물러난 것에 대해 김정은 제1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리영호ㆍ김영춘은 군 세대교체와 당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물러난 것이고, 우동측ㆍ김정각은 당에서 일하기 위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영춘은 노동당 민방위 담당 부장으로 활동 중이고, 김정각은 김일성종합대학장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동측은 군이 새롭게 재편된 만큼 당의 고위직을 맡아 당을 혁신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언이다.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경우 당에서 군을 총괄하는‘총리급’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