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선거운동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6일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유세할 때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왼쪽)과 설운도(오른쪽)가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
연예인 유세단 120명 이상 참여
전국 각지서 유세 전 현장 분위기 띄워
박근혜 후보 5촌 은지원도 유세장으로

민주당
별다른 조직 없이 개별 지원
찬조 연설·시 낭송 등 문화행사 형식
명계남··최명길 등 참여

선거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폴리테이너 인기 발판 정계 진출도

"나도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위해 들이대겠습니다."(가수 )

"우리는 12월 19일 반드시 승리한다고 확신합니다."(배우 명계남)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11월 29일 경남 김해에서 유세를 마치고 나서 찬조 연설에 나선 배우 명계남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세장에 유권자를 끌기엔 연예인이 적격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 대결로 좁혀진 가운데 대중에게 낯익은 연예인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유세장에 등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배우 송재호는 새누리당 부산 유세장에서 사투리로 "부산 아입니까?"란 한마디로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출신 정치인 은 유세장 사회를 맡아 "18대 대통령이 누구시죠"란 질문을 던져 '문재인'이란 답을 유도했다. 약방의 감초처럼 선거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예인 선거운동에 대해 살펴본다.

새누리당은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를 조직했다. 가수 설운도와 배우 송재호, 송기윤 등은 유세 첫날인 11월 27일 대전ㆍ충남ㆍ전북으로 이어진 박근혜 후보 유세장에 나섰다. 이튿날인 28일엔 배우 심양홍과 김진태가 가세했다. 누리스타 소속 연예인은 후보보다 유세장에 먼저 도착해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새누리당 김학송 유세지원본부장은 연예인 선거운동에 대해 "후보를 따라다니는 팀과 후보 일정과 관계없이 행복드림유세단에 합류하는 팀, 지방 시도당 요청에 따라 선거운동에 나서는 팀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개그맨 김종국, 이상운, 김정렬, 황기순 등은 후보를 수행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유세를 지원한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달리 연예인을 유세 현장에 앞세우진 않았다. 가수 전인권은 유세 첫날인 11월 27일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고문과 배우 명계남은 각종 유세장에서 연설을 통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문 고문은 서울 유세에서 사회를 맡았고, 명계남은 11월 29일 경남 진주 유세에서 찬조 연설했다. 김한길 의원의 부인 배우 최명길과 개그맨 임혁필 등도 문재인 후보를 위해 앞장섰다.

연예인 유세단을 비교하면 부익부(富益富)빈익빈(貧益貧) 현상이 두드러진다. 새누리당 누리스타에는 배우 이순재와 최불암, 가수 현미와 현철 등 120명 이상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몇몇 연예인이 선거운동에 나섰지만 대규모는 아니다. 민주당 공동유세단 서영교 의원은 "연예인 유세를 따로 하지 않고 콘서트 형식으로 유세를 지원하는 형태다"고 설명했다.

김흥국
연예인 선거운동은 유세장에 활력이다. 그러나 간혹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수 은지원은 6일 경기 안산 중앙역 유세에서 연설하던 박근혜 후보 뒤에서 손뼉을 쳤다. 은지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누나의 손자로 박 후보와는 5촌 사이. 은지원은 박 후보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끝까지 믿어주시고 도와달라"고 외쳤다. 은지원은 소속사를 통해 10월에 "박 후보와 5촌 관계라는 이유로 선거운동에 나설 거라는 말이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거짓말 논란이 생기자 은지원은 트위터에 "유세현장을 처음으로 가봤습니다. 정말 열정이 넘치고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라면서 "응원차 다녀왔는데 마치 못할 짓을 한 사람처럼 심한 말들도 많고 기분이 좀 그렇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은지원은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선거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명계남은 민주당 진주 유세에서 "누가 대통령 돼도 난 상관없다. 내가 바라는 사람이 안 되면 5년 동안 술 먹고 (뽑힌 대통령을) 개○○다 하고 살면 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연설이 자극적이라고 판단해 자제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유세장에는 낯익은 연예인이 현장 분위기를 띄운다면 민주당 유세장에선 문화예술인이 찬조 연설에 나선다. 가수 설운도, 등이 박근혜 후보를 수행하며 유권자 눈을 사로잡는다면, 배우 출신 고문과 도종환, 안도현 시인은 연설과 시 낭송으로 유권자의 귀를 붙잡는다. 민주당 조정식 소통1본부장은 "문재인 후보 유세는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쌍방향 유세다"면서 "콘서트와 대담, 시와 영상, 모노드라마 등이 살아있는 복합형 유세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세가 연예인 중심이라면 민주당 유세는 문예인 중심인 셈이다.

문성근
선거운동에 나선 연예인은 폴리테이너(politainer)로 불린다. 폴리테이너는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슐츠는 1999년폴리테이너란 대중적 인기를 앞세워 정치적 행위를 하는 연예인과 연예인처럼 매스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은 "연예인 인기나 정치인 인기나 그 매커니즘은 똑같다"면서 "인기가 무섭게 올라가는 것도 자고 나며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매한가지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제16대 대선에선 배우 유인촌이 대표적인 폴리테이너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일하던 시절 유인촌은 서울문화재단 대표였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유인촌은 수많은 연예인을 모아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연예인 유세를 진두지휘한 유인촌은 2008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됐다. 당선되면 문체부 장관 0순위라는 소문이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유 전 장관은 예술의 전당 이사장을 거쳐 현재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재야 지도자였던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 배우 은 2002년 제15대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위해 찬조 연설에 나섰다. 배우 명계남과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서 활동하며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과 명계남은 폴리테이너로 활동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정치계를 떠나 영화계에서 배우로서 활동했다. 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자 야당 통합에 앞장섰고, 정치인으로 변신해 올해 2월 민주통합당 대의원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새누리당 누리스타에는 설운도처럼 예전부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온 가수도 있지만 김종국처럼 손학규 민주당 고문을 지지하다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개그맨도 있다. 철새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새누리당 주변에는 연예인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