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깊이 있는 색감과 섬세한 필치, 몽환적 분위기가 어우러진 전통 진채화를 선보이며 오랜 내공을 이어 온 차영규 작가가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신선한 조형세계를 선보인다.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12월 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꽃과 산에서 노닐다>전을통해서다.

작가는 직접 빚어 낸 한지 위에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며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작품으로 사용되는 모든 재료들은 화면의 기본이 되는 한지부터 손수 작가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제작방법을 통해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색채를 담아내는 화면부터 자연을 닮은 형태를 만들어 내어 평면과 입체의 간극에서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작가는 자연에의 동경으로 도시를 떠나 강릉에서 5년 여 간 작품활동을 이어 오며 산천에 피어나는 색색의 꽃과 나비, 동물과 같은 생물체를 통해 생동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을 표현한다. 크고 작게, 붉거나 노랗고 더러는 파랗게 물든 꽃들은 생명이 태동하는 땅과 물 위로 곳곳으로 피어나가며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몽환적인 분위기를 발전적으로 이어가는 동시에 늘 자연과 함께 하기를 그려 온 작가의 이상을 품고 있다.

작가의 자연에 대한 동경은 한지 활용의 변화에서 더욱 극대화되는데 단순히 한지를 재료로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닥나무를 갈아서 종이죽으로 만들고 직접 만든 형틀 위에 성형한 후 서서히 건조하고 채색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모나지 않고 구불거리는 선과 겹으로 이어진 외형과 오랜 기다림으로 우러나오는 색감을 통해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유려함을 그대로 이어 받으며 깊이 있는 사유와 여유의 미학을 담아내는 물성으로 발전시켰다. 둔탁하고 질박한 한지 특유의 물성과 작가의 정제된 감성이 결합한 비정형의 자유롭고 분방한 화면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대해 김상철 미술평론가(동덕여대 교수)는 “단순히 재료와 표현이라는 말단적인 것에 의한 변화라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작가의 조형관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작위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상황과 상태를 수용할 수 있음은 작가의 심미 영역이 그만큼 확장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 채 손 끝에서 한지로 피어나는 꽃과 산으로 대변되는 자연은 그가 작가로서 가장 완전하게 이룰 수 있는 자연과의 교감을 담아내는 방식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물감 없이 순수한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은 생명이 가장 충만한 모습을 담아 내는 듯 보이며, 휴식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적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02-730-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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