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세계권력지도 집중 분석

한국 박정희 전 대통령 딸 박근혜 중국 혁명원로 시중쉰 아들 시진핑 일본 총리집안 아베 '권력 핵'으로
대만 마잉주·홍콩 렁춘잉 中 우호세력 집권 눈길
미 오바마 '부자 증세' 주장 재선 성공… 글로벌 경제 안도
프랑스 사회당 17년만에 재집권 '경기 부양'에 국민 선택 받아
러시아 3선 금지 조항 피해 총리 맡았던 푸틴 3선 성공 거센 반발에 야권지도자 입건하기도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도 4선 암 재발로 내년 취임식 참석 불투명


세계 권력 지형도가 바뀌었다. 세계 각국은 1월 14일 대만 총통 선거부터 12월 19일 한국 대통령 선거까지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뽑았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도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새로운 권력 지형도를 살펴보면 각국의 국정 운영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치러진 각종 선거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왕자와 공주의 귀환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은 최근 한 달 사이에 국가지도자를 선출했다. 박근혜(60) 대통령 당선인과 중국공산당 시진핑(習近平ㆍ59) 총서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ㆍ58) 차기 총리는 정치지도자의 후손이란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큰딸이다. 대통령의 딸로만 알려졌던 박 당선인은 외환 위기 시절인 1997년 정치에 입문해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했고 정치생활 15년 만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내년에 중국 국가주석이 될 시진핑 총서기는 혁명원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아들이다.

일본 총선에서 승리한 자민당 아베 총재의 집안 내력은 더욱 화려하다. 종조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와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총리를 지냈고, 아베 총재도 2006년부터 1년 동안 총리로 일했다.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일본을 방문할 때 만주인맥이었던 기시 전 총리를 방문했다. 이들의 후손은 51년 만에 양국을 대표하는 국가지도자로 선출됐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과 아베 총리 내정자가 부친과 외조부처럼 좋은 관계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아베 총리 내정자는 선거 기간에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마네현 지역행사인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을 국가 행사로 치르겠다고 공약했다. 국민 정서상 박근혜 당선인이 아베 내정자와 원만하게 지내긴 쉽지 않다.

오바마 재선 성공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차기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따라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 속에서 민주당은 부자 증세, 공화당은 부자 감세를 주장했다.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11월 6일)에서 선거인당 538명 가운데 332명을 확보해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206명)을 따돌렸다.

오바마가 당선됐다는 소식에 한국과 아시아ㆍ유럽 경제계 인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양적 완화에 찬성하는 민주당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기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었다.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오바마 대통령 재선이 한국 경제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면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수출을 기반으로 삼은 한국 경제는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채산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일본 아베 총리 내정자가 "윤전기를 쌩쌩 돌려 돈을 찍겠다"고 말했는데 미국과 함께 일본이 저환율 정책을 실시하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남쪽에 있는 멕시코에서는 제도혁명당이 12년 만에 재집권했다. 제도혁명당 엔리케 페냐 니에토(46) 후보는 7월 대통령 선거에서 38.2%를 득표해 민주혁명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후보(31.6%)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 무려 71년 동안 장기집권했던 제도혁명당은 2000년 야당으로 전락했다가 12년 만에 여당이 됐다. 니에토 대통령은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휘말려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10월 대선에서 네 번째 승리를 거뒀다. 4선에 성공했지만 암이 재발해 기쁨과 우환이 겹쳤다. 차베스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한 뒤 12월 11일 쿠바에서 수술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수술 결과가 좋다고 발표했지만 차베스 대통령이 내년 1월 10일에 열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과 중동 "바꿔!"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동발 재스민 혁명은 유럽과 중동 각국에서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프랑스 사회당은 17년 만에 재집권했다.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58) 후보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51.9%를 기록해 대중운동연합 니콜라 사르코지(57) 대통령(48.1%)을 물리쳤다. 프랑스 유권자는 사르코지의 재정 긴축 공약보다 올랑드의 경기 부양 약속을 선택했다. 유럽연합 재정 위기 타파보다 프랑스 경제 성장을 선택한 셈이다.

재정 위기가 심각한 그리스는 6월 총선에서 신민당ㆍ사회당ㆍ민주좌파 연립정부를 허용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61) 총리와 바실리스 라파노스 재무장관이 총선이 끝나자 병상에 누웠을 정도로 그리스 정부의 재정 위기는 심각하다. 그리스는 국채 발행에 성공해 가까스로 채무 불이행 위기를 넘겼으나 국가파산 위기는 여전하다.

핀란드 대선(2월)에선 유로존 잔류를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연합당 사울리 니니스토(63)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독재자를 쫓아낸 이집트에선 6월에 대통령을 뽑았다. 무슬림형제단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는 이집트 역사상 첫 자유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르시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한 헌법을 고집하자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유혈 충돌까지 발생했다. 파라오 헌법으로 불리는 이집트 새 헌법 초안에 대한 제2차 국민투표는 22일에 시행된다.

예멘 민주화 운동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올해 1월 망명하면서 34년 독재 정권이 무너졌으나 예멘 의회는 살레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면책을 인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게다가 살레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해 예멘 민주화는 미완의 혁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강한 중국과 불안한 러시아

중국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를 중심으로 제5세대 지도부를 선택했다.

중국은 국가지도자를 뽑는 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선 국민이 대통령을 뽑지만 중국에선 공산당원이 총서기를 선택한다. 공산당 수장인 총서기는 정부를 통솔하는 국가주석과 군 통수권을 가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임한다. 시진핑 총서기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자리를 물려받는다. 시진핑 총서기는 지속적인 개혁ㆍ개방과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은 시진핑 정권에 눈총을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베트남, 필리핀,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시진핑 총서기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계속 노력해 세계 무대에서 더욱 견고하게 자립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베트남, 필리핀, 일본과 맞서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재무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침략을 받았던 필리핀은 일본이 재무장해 중국 위협을 제어하길 바라는 눈치다. 인도도 남중국해 유전 사업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자 항공모함을 베트남 남해안으로 파견할 뜻을 내비쳤다. 한국도 이어도를 둘러싼 해양관할권 때문에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대만과 홍콩 선거에서 중국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1월에 열린 대만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대만 유권자는 대만 주권이 먼저라고 외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 대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치중한 마잉주 총통을 선택했다. 3월에 열린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중국 정부가 지원한 렁춘잉 후보가 당선됐다.

러시아도 대통령이 바뀌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3월 대선에서 득표율 63%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푸틴을 반대하는 야권의 동향이 심상치 않았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내던 푸틴은 3선 금지 조항을 피하고자 총리를 거쳐 대통령으로 재등장했으나 과거와 달리 야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푸틴 대통령을 반대하는 야권 지도자를 입건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