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보다 잘나가는 프로듀서박스 뒤집어쓴 프라이머리 20여 명 뮤지션 모아 자신만의 음악세계 펼쳐용감한형제·신사동호랭이 예능프로서도 끼 발산

용감한형제
"타이틀곡은 누가 만들었나요?"

최근 가요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어느 가수의 음악이냐 못지 않게 프로듀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놀랄 일은 아니다. 프로듀서의 전반적인 컨셉트에 따라 인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정 가수의 앨범이 아닌 프로듀서의 앨범은 다소 생경하다. 2012년 를 통해 가요팬들도 프로듀서 앨범을 접하게 됐다. 10월 31일 발표된 정규앨범 ' 앤 메신저 엘피'가 차트를 점령했다. 타이틀 곡 '물음표'를 비롯해 '축하해' '독' '아임 백'등의 수록곡들이 고루 사랑을 받았다.

#프로듀서 앨범 아시나요?

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지 않고 디제잉을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베이지색 박스로 얼굴을 가린 모습은 우습기보다는 프로듀서로서의 자신감처럼 보였다. 정작 자신은 평범한 외모를 감추기 위한 마스코트로 착안해냈다고 말했다.

프라이머리
메탈리카에 빠졌던 중학교 시절을 지나 펑크 소울을 섭렵하고 자신만의 힙합신을 만들어낸 에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관계자는 "기획사 중심의 비슷한 음악들 속에서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도리어 가수를 기용하는데서 음악적 충만함을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끼와 자이언티 등의 젊은 뮤지션부터 가리온 다이나믹듀오 리쌍의 개리 등 베테랑까지 함께 작업했다. 박재범과 엠블랙의 지오 등 아이돌 출신과 함께 일하는 등 2년간 20여명과음악을 만들었다.

국내 힙합계가 MC 위주로 편성되었었지만, 의 등장으로 프로듀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쉴새없이 작업을 의뢰받는 작곡가가 됐다.

는 "점차 장르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인디와 주류의 벽도 사라지는 기분"이라며 "프로젝트 팀을 꾸려서 미디어아트와 함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 메이커의 쌍두마차

신사동호랭이
기획사 중심의 아이돌이 쏟아지면서 프로듀서의 몸값이 점차 올랐다. 와 가 대표적이다. 는 손담비의 '미쳤어' '토요일밤에', 씨스타의 '마보이' '쏘쿨' 등 많은 곡들을 히트시켰다. 는 티아라의'롤리폴리',

포미닛의 '핫이슈', 비스트의 '픽션' 등을 만들었다.

이들은 각각 직접 걸그룹을 프로듀싱하며 자존심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는

브레이브걸스를, 는 EXID로 2012년초 경쟁을 벌였다.

나 는 대중에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곡으로 아이돌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는 SBS '강심장'에 출연해 연예인 못지 않은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티아라의 '롤리폴리'는 과자 이름에서 순간적으로 착안했다"는 등 특유의 감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5월 케이블채널 SBS E에서는 '용감한 형제 빅스타쇼'를 만들어 방송하기도 했다. 가 제작하는 아이돌의 일상을 조명하는 등 브랜드로서 프로듀서에 주목했다. 는 MBC '위대한 탄생3'에서 '독설 심사위원'유명세를 떨쳤다.

#왜 프로듀서인가

사실 과거에도 히트작곡가들은 있었다. 이문세의 히트곡을 다수 쓴 이영훈 작곡가, 성시경 등을 만들어낸 김형석, 밀리어네어 신승훈 김건모를 내놓은 김창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활약 이전에는 직접 작사작곡까지하는 그룹사운드 위주의 경향이나,싱어송라이터의 활동이 주를 이뤘다.

본격적인 프로듀서 시대는 1990년대 말 기획사 시스템의 출현과 맥을 같이 한다. 전세계인을 겨냥해야하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프로듀서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 음악적으로도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셈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는 2006년부터 싸이의 '연예인''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등을 싸이와 만든 유건형의 공이 있었다. '강남스타일'의 후렴구에 멜로디가 펼쳐지지 않고 말춤으로 넘어가는 전개방식은 두 사람의 '모 아니면 도'식 도박(?)이었던 것이다.



이재원기자 jjstar@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