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한류 열풍 지휘'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싸이 '강남스타일'등 '글로벌 한류' 확산
문화·체육·관광 연계 '융복합' 시너지 효과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한글날 공휴일 지정 등 성과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글·한식·고유의 전통 등
문화 콘텐츠 다양화돼야 한류 지속적으로 발전 할 것

2012년 한해는 한국문화의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한류(韓流) 바람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거세게 불었다. 케이팝(K-POP) '강남스타일'로 촉발된 '싸이 열풍'이 지구촌을 들썩이게 했고,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외래 관광객 1000만명 돌파와 문화 산업 의 수지 흑자 달성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이처럼 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서 저력을 드러낸 데는 해당 분야 관계자들의 창조적인 열정과 함께 정부 관련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류 지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취임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류 장관'을 자임하며 한국문화 전반(K-Culture)에 기반한 '한류 3.0'을 표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왔다.

아울러 예술인 복지와 소외계층의 문화복지를 제고하고 관광 및 체육 분야를 문화와 연계해 활성화 시키는 등의 업적으로 2012년 정부업무평가에서 핵심과제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최광식 장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집무실에서 만나 한류를 포함한 한국 문화의 미래 비전과 국민의 문화복지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장관으로 취임한지 1년 3개월여가 되는데 역점을 두었던 부분과 그에 대한 성과와 과제를 정리한다면?

"취임하면서 네가지를 내세웠는데 먼저 한류를 전 세계로 확산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류는 드라마 위주로 아시아가 중심이 된 '한류 1.0'과 케이팝, 탈(脫)아시아로 특정지을 수 있는 '한류 2.0'으로 볼 수 있는데 대중문화 일변도여서 과연 한국문화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말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순수 문화예술을 현대와 연결시키며 한국문화 전반을 보여주는 케이컬처((K-Culture)로 상징되는 '한류 3.0'을 강조해 일정한 성과도 거뒀습니다.

두 번째는 '융복합'인데 문화와 체육, 관광 등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한 것입니다. 가령 지난해 런던 하계올림픽 기간 동안 우리 문화를 알린 '오색찬란'이나 대구 세계육상대회를 경주ㆍ안동 등의 관광과 연결한 것을 들 수 있죠. 산업과 케이팝을 연계시키고, 제조업과 공연문화를 엮은 것도 같은 맥락이죠.

세 번째는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연 것과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들 수 있습니다. 번째로 예술인들의 복지를 제고한 부분인데 예술인복지법을 시행함으로써 충분하지는 않지만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과제로는 국민 누구나 쉽게 누리는 문화ㆍ관광ㆍ체육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문화를 통한 소통과 공생발전의 문화생태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 '한류 장관'을 자처할 만큼 한류 발전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는데 한류정책의 철학을 밝힌다면?

"줄곧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되 새로운 것을 창조함)을 강조해 왔는데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현대화, 대중화, 생활화 하자는 것이죠. 한류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켜 문화적 고유성이 살아있는 풍부한 문화를 창출하는 게 중요합니다. 케이팝의 군무를 보면 전통가무의 측면이 있고,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고전으로부터 한류드라마 '대장금' '뿌리깊은나무'가 탄생되었죠. 패션만 하더라도 외국에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것이 관심을 끌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신한류에서는 전통문화에 충분한 해법이 있다고 봅니다.

- 그렇게 '법고창신'에 기반한 정책과 성과들을 든다면?

"전통문화를 콘텐츠와 관광산업에 융화시킨 것으로 역사실록ㆍ전통민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개발을 지원한 것이나 고택ㆍ고궁ㆍ사찰의 관광상품화 지원, 그리고 현대적 디자이너ㆍ기업과 전통문화 전문가의 협업을 지원한 것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창덕궁 달빛기행'은 고궁의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템플스테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 관광상품으로 매년 외국인 체험객이 증가하고 있어요. 고택 등 전통한옥체험도 활성화 되고 있고요. 발레나 뮤지컬에도 전통문화가 접목되면서 독특한 예술로 평가받아 외국의 초청 공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일부에서는 한류가 4∼5년 이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한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말한다면?

"대중문화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는 시류, 또는 유행의 변화에 따라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국어, 한식, 전통문화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세계인의 삶에 일상화 되야 합니다. 문화부가 전통 및 순수문화예술에 기반한 '한류 3.0' 정책을 전개하고 한글을 세계에 보급하는데 전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한류의 영향력 확산을 위해서는 외연 확대 못지않게 내실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구체적인 방안들이 있는지요.

"한류의 영향력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발굴ㆍ육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예컨대 인디음악을 비롯해 대중음악 창작기반을 강화하고 독입영화 제작 지원을 늘리고, 기초 공연예술분야를 활성화 하는 등 한류콘텐츠 종(種)이 다양화될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한류의 획일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류의 융합화가 필수적인데 문화콘텐츠, 문화예술, 전통문화를 연계하고 융합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장금'은 전통음식과 스토리텔링이 융합된 사례인데 이야기산업(스토리텔링)을 활성화 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놨습니다."

-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한류ㆍ혐한류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엄연한 현실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일방적 전파가 아닌 쌍방향 교류에 중점을 두어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세계와 함께하는 문화의 흐름을 만들려고 합니다. 아울러 국가 간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문화교류의 활성화가 필요한데 전통과 현대의 융화를 통해 한국문화의 매력을 높이고 다양한 한국문화가 세계에 소개될 수 있도록 쌍방향 문화교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 인터뷰 중 자주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한글날이 22년만에 다시 공휴일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 적잖이 공을 들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글날 공휴일 지정의 의미와 한글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밝힌다면?

"한글은 한국문화의 기초로 국가 정통성의 근간입니다. 그리고 한류가 확산되면서 한글은 우리만의 글이 아닌 세계인도 관심을 갖는 글이 됐고 한국의 브랜드와 이미지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한 것은 한글로 상징되는 한국문화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가치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새로운 창의문화'를 펼쳐 문화강국으로 도약하자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문화부는 한글날을 '문화국경일'로 위상을 더욱 높여 전 세계인이 즐기는 문화축제일로 승화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미 '세종학당재단'을 설립해 한국어 보급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에 세종학당을 30개씩 늘려나갈 예정인데 문화원 등과 연계해 한글주간 행사도 확대할 생각입니다."

-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수도권과 지방 간 문화 격차가 크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문화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말한다면?

"지역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문화소외계층에게 최소한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복지가 중요한데 현재 문화이용권(문화바우처) 사업을 강화해 복지 혜택을 누리는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문화 관광 체육의 3개 바우처를 통합해 단일 '여가카드'를 발급해 문화향유 여건을 개선할 계획입니다.

지방문화 발전을 위해 서울에 집중됐던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을 지역에 많이 이관했고 문화예술관련 기관도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지역문화진흥법(안)이 통과 되면 지역문화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내 문화재정을 2% 수준으로 확대해 문화강국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소외계층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국민의 문화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문화중산층'을 형성할 수 있는 이는 매우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 문화예술인들의 숙원인 메세나법이 2년째 국회에 계류중인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문화예술이 발전하려면 정부 예산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협찬도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의 기부ㆍ후원 참여가 확산되고 있으나 서구에 비하면 아직 부족합니다. 작년에 이란에서 한국차 매출이 일본을 앞섰는데 '대장금''주몽'같은 한류드라마의 영향이 컸습니다. 기업이 한류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죠. 일본은 기업이 문화에 많은 지원을 함으로써 일본 문화를 알리고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도 높이고 있는데 우리도 메세나법을 제정해 기업이 문화산업의 기초가 되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데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 새해 역점을 두거나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사업은?

"임기 중 '1인2기, 1박2일' 프로그램을 추진했는데, 국민 모두가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과 스포츠에서 각각 1가지 이상의 활동에 참여해 창의적인 여가활동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하루 더 여행하기'를 통해 국내 여행 활성화와 내수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 학교폭력, 게임중독, 직장인의 경우 스트레스 해소 등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문화부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와 기업에서도 실행되고 있는데 더욱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 최광식 장관은…



최광식 장관은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 고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구가톨릭대(구 효성여대)를 거쳐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역사민속학회 회장, 한국고대사학회 회장, 중국 고구려 역사왜곡 대책위원회 공동위원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고려대 박물관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관장에 임명돼 명해설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으며'고려불화전'등 주목할만한 전시와 '고궁 달빛 걷기'등의 업적도 남겼다. 이어 문화재청장이 돼 조선왕실의궤 환수, 숭례문 복원 등의 문제를 다뤘다. 2011년 9월 이어령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인문학자 출신으로 제46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취임했다.

한류 진흥과 세종학당재단 설립, 한글날 공휴일 지정, 예술인복지법 시행, '1인2기, 1박2일' 프로그램 시행 등의 업적이 평가받고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