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가요계, 아날로그 감성이 온다

어반자카파
‘강남스타일’의 끓는점 1도, 일렉트로닉 음악의 끓는점이 10도, 아날로그 감성의 끓는점, 100도.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과 거리가 있는 이들의 음악은 2012년 하반기에 이르러 국내 가요계를 달궜다. 불황이라는 공연계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음원차트 장기집권은 이들이 주인공이었다. 2013년에도 기대되는 아날로그 음악들을 짚었다.

#슬퍼서 치유되는

지난해 연말 ‘어반 메리 자카파(Urban Merry Zakapa)’로 매진세례를 이은 . 2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동안 특별한 홍보활동에 나선 적 없는 이들은 온전히 노래로 팬들과 소통했다. 오는 3월 울산 KBS 홀에서 또 한번 콘서트를 연다. 그에 앞서 가수 윤하와 존박 등과 함께 오는 2월 서울에서 ‘센티멘털 콘서트-보이스 애비뉴(Sentimental Concert-Voice Avenue)’로 ‘목소리의 진가’를 들려줄 각오다.

‘니가 싫어’ ‘똑 같은 사랑 똑 같은 이별’ ‘리버(River)’ ‘재회’ 등 하나같이 슬픈 노랫말이 강조된 의 노래는 3인조 혼성이 들려주는 절묘한 화음이 인상적이다.

아이돌그룹의 공연처럼 엉덩이가 들썩이거나 힘찬 응원구호가 울려 퍼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의 공연은 ‘나에게로의 회귀’를 선물한다. 남녀관계를 넘어 사람 사이에서의 이별과 만남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감정. 이러한 맥락에서 의 라이브는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노래 속 주인공으로 빠져들게 한다.

신치림
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예전에는 공연이 ‘콘셉트’ 위주로 특정 관객층을 모았다면 요즘은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는 순수한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데 집중된 것 같다”며 “지난해 첫사랑 열풍과 복고 트렌드가 일었던 것의 연장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매력이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수 윤종신과 하림,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뭉친 프로젝트 그룹 .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특집에 출연해 ‘늦깎이 예능인’이된 조정치와 하림의 상승세에 의 공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마니아 팬층의 힘으로 ‘배고픈 음악인’들의 행복에 만족했던 은 어느새 1분도 안돼 앨범 120장을 즉석에서 팔아 치우는 대세가 됐다.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높아지는 요즘 시대에서 의 공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건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연말 4일동안 총 6회에 걸쳐 3,000여 명의 관객과 만난 . 400~500명 규모의 공연장을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보여주려는 것이 단순히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 퇴근길 오페라’라는 제목의 공연은 연극이 활기를 띠는 서울 대학로에서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공연 역시 연극의 속성과 닮았다. 윤종신과 하림 조정치는 연기를 하고 공연에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 모두 피곤하고 지치는 퇴근길, 그것이 인생이려니 하고 잘 살아봅시다’이다.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회초년생들, 그들 마저 부러운 청년백수들, 그들의 고통이라도 느끼고 싶은 입시생들 그리고 이들을 낳고 키우고 기르느라 고생한 부모세대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늙은 언니의 충고’ ‘퇴근길’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환생’ 등 상황에 절묘하게 맞는 의 노래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윤종신은 “예전에는 ‘지식인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많이 찾아주셨고 우리가 보여주려는 것 이상의 대단한 철학을 깨우치고 가셨다”며 “그 마음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의 ‘일반인 관객’들이 와주신 것 같아 훨씬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윤종신의 말대로 지난 연말 공연의 주요 예매층은 청소년부터 대학생이 주를 이렀다.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트 마케팅팀의 한 관계자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예매율이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며 “TV의 파급력으로 이어진 결과라 막상 공연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어쩌나 우려도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응을 파악해본 결과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공연의 콘셉트와도 달랐고 지하철이라는 익숙한 세트 속에 연기하는 가수들을 보며 흥미로웠다는 호평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은 ‘퇴근길 오페라’라는 콘셉트로 공연을 보다 확장시킬 계획이다. 규모를 늘리는 차원보다 구성의 다채로움과 공연 횟수를 늘리는 접근으로 더 많은 대중과 호흡할 예정이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