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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러 모두 공조 강화 희망… 남북 관계 정상화 '훈풍'

● 박근혜 '꽃놀이패 4강 외교' 펼친다
앞다퉈 특사 파견 의중 살펴 4강 모두 한국 지원 필요
북한도 화해의 메시지 보내 유리한 위치에서 주도 가능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1일 새누리당사 집무실에서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있다. 손용석기자
박근혜 정부의 대(對) 4강국 외교의 청사진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이른바 4강국을 상대로 한 외교 전략의 일단은 그의 공약에 나와 있다. 대부분 양국간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외교력을 증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대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중국, 일본ㆍ러시아 등 주변 4강국이 모두 우리처럼 지난해 정권이 교체되거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주요 정치적 일정을 거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새로운 대한(對韓) 관계를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바라보는 이들 4개국의 입장이 묘하다. 각국이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분위기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한국과 더욱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고 싶어한다. 중국도 현정부가 상대적으로 미국 치중 외교에 힘써왔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를 계기로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은 더욱 다급하다. 우경화를 통해 정권을 되찾은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더욱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영토 분쟁 등이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어느 때 보다 한국의 도움이 절실한 편이다. 때문에 영토 분쟁을 겪는 중국과 일본의 한국 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손용석기자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중국에 현저히 뒤처지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태세다. 역시 한국의 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들 국가에서는 앞다퉈 외교 특사를 한국에 보내 박 당선인의 의중을 살피면서 주파수를 맞춰가려 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4강국 외교전에서 '꽃놀이 패'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 이를 여하히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가 6자회담국 사이에서도 적잖은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단 박 당선인은 외교 공약에서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과도 역사인식 재정립을 전제로 미래지향적 협력 강화를 공언했고 러시와도 자원 외교 등을 중심으로 한 관계 발전을 희망했다. 동북아 관계가 요동치는 상황 속에서 박 당선인이 이들 4강국과 적절한 스탠스를 유지해간다면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일찍 찾아 올 수도 있다.

박근혜, '중국을 잡아라'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당선인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단인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접견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박근혜 당선인 입장에서는 중국이 4강 외교의 균형추가 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체제를 맞아 명실상부한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자리매김할 태세다.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의 입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동북아권에서 발생한다.

국경을 마주한 북한이 번번히 중국의 통제권을 벗어나면서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대는 형국이니 여간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또 일본과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갔고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중국은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이자 차기 외교부장으로 유력한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을 9~11일 정부 특사로 파견했다.

장 부부장은 10일 박 당선인과의 면담에서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ㆍ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강조했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을 견제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박 당선인과 중화권의 인연은 깊다. 중국은 물론 대만에서도 박 당선인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박 당선인은 정계에 진출하기 전인 1987년 대만 문화대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0년 이후로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만을 자주 방문했다. 때문에 대만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한-대만 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접견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전문을 전달받았다. 오대근기자
중국과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차근차근 인연을 쌓아왔다. 2005년, 2006년, 2008년 잇달아 베이징을 방문했고 새마을운동에 관한 주제로도 강연했다.

중국이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박 당선인도 적절한 예우를 하고 있다. 이번 대선 당선 확정 다음날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과거 일본 다음의 예방 순위의 관례를 깨고 미국 다음에 중국 대사를 만났다. 간접적으로 중국에 대한 예우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과 시진핑 총서기와의 인연은 깊다. 2005년 시진핑 총서기의 방한 때 만난 이후 시 총서기는 세 차례 박 당선인을 초청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양국 지도자간의 개인적 친분과 인연이 있기에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박 당선인과 시 총서기 간의 인연 등이 직접적으로 북한의 대남 도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도 북한 입장에서는 도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대북 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일 외교엔 급할 게 없다

박 당선인은 올해 초 첫 대외적인 공식 일정으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 아베 총리 특사단을 접견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특사단을 가장 먼저 한국에 파견하고 일본 측이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2월22일) 행사의 국가 행사 승격을 유보하는 등 한국에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영유권 문제로 촉발된 중국과의 갈등에 이어 우리나라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진 류창(38)을 4일 고국인 중국으로 출국시키자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 속에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희망하는 눈치다.

일본으로서는 한ㆍ미ㆍ일 3각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난 4일 누카가 특사단은 박 당선인을 만나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 중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일 양국이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은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보다 일본과 공통점이 많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한일의원연맹소속 여야 의원 8명이 9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양국이 비슷한 시기에 지도자가 바뀌었고 해서 박 당선인에게 친서를 보냈다"며 "양국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법의 지배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서로 협력하면 지역 안정에 이바지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거듭 양국간의 공통점을 강조하며 중국 쪽으로 쏠릴 수 있는 외교적 구심력을 일본 쪽으로 끌어 당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일본에게 먼저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처럼 우경화 일변도의 일본과는 선뜻 관계 회복에 나서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엔 현정부 들어 경색된 양국관계를 박 당선인이 차기 정부에서 서둘러 복원했다가 다시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과거사 논란을 일으킬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란 우려도 들어 있다.

때문에 일본이 우리 측을 상대로 어떤 외교적 스탠스를 보이는지 차분히 지켜보다 정치 경제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고리로 단계적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양쪽 모두에게 취할 수 있는 게 우리로선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함께 갈 미국, 지켜볼 북한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보면 차기 정부에서 당장 변화할 것은 없다. 먼저 대미 외교의 틀은 현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한미 관계가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을 넘어 가치동맹으로 발전하면서 양국은 이익뿐 아니라 공통의 이념과 철학에 따라 전세계적 사안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힘겨루기를 해야 할 난제가 있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튼튼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미측이 요구할 '안보비용'이 쟁점이다. 올해 초부터 협상을 시작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차기전투기(FX) 등 대형무기 도입사업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4,5월로 전망되는 방미를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어떤 접점을 찾느냐가 향후 5년을 내다보는 한미외교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꼬일대로 꼬인 북한 문제는 난제긴 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도 한반도 주변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입장이 강하다. 우선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국이 현실화된다면 동북아의 핵 도미노뿐만 아니라 '북한의 쿠바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핵이나 탄도미사일을 빌미로 중국에게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북한과의 관계에서 강경한 위치를 고수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도 지난해 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일본도 대외적인 문제에다 자국의 경제사정 때문에 더 이상 납북자 문제 등 북한과의 관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를 제외하곤 별반 기댈 곳이 없다.

마찬가지로 현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그와 같은 교착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김정은 체제에게 큰 부담이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지난 9월부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직접 비난을 삼가했다. 북한은 대선 이후에도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 기사를 일절 발표하지 않고 간혹 현정부를 비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장선에서 1일 북한의 신년사에서 김 1위원장은 "북과 남사이의 대결상태 해소"를 언급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 화해의 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북한의 그간 태도를 감안하면 이를 곧이 믿기는 어렵다. 또 유화제스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가늠키 어렵다. 다만 경제부흥의 활로를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찾으려 하는 점은 분명한 만큼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대북 관계에 대처한다면 우리가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는 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분야 분위기는 이처럼 일단 훈풍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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