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핵심요직 주인공은수시로 정책 스터디… 복지·과학 등 정책 조언인수위원 중 3분의 1 대거 발탁 가능성 높아실력 갖춘 2세 다수 포진… 정수장학회 모임 '상청회' 3만8,000명 잠재 인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6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식 출범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지난 6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조만간 차기 박근혜 정부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 앞서 4일 발표된 인수위원 명단은 '박근혜표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장차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될 인사들의 면모를 가늠케 한다.

인수위가 향후 정부 구성과 관련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인수위원들은 박근혜 정부 5년의 핵심 인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 조직에 친박(친 박근혜) 정치인은 배제하고 자신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할 전문가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들 상당수는 박 당선인이 정치 입문에서부터 경선이나 대선 과정을 도왔던 인물들로 오랜 인연을 맺어온 점이 두드러진다.

박 당선인은 22세에 퍼스트레이디 역할로 정치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수많은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신뢰'에 기반한 그만의 독특한 용인술(用人術)을 보여왔다. 주변의 평판을 참고할 때는 전문성과 능력, 겸손함, 같이 일해본 경험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12월 27일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발기인 총회. 주간한국 자료사진
박 당선인의 인선 기준에 따라 형성될 박근혜 정부의 '파워 인맥'의 주역들을 알아봤다.

'정책 브레인'의 산실

이번 인수위 구성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국가미래연구원(이하 미래연, 위원장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 인사들의 약진이다.

미래연은 2010년 박근혜 당선인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대권 도전을 향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설립 당시 78명 이었던 회원은 현재 250명을 넘었고, 박 당선인은 수시로 이들과 함께 정책 스터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위 9개 분과의 인수위원 22명(간사 포함) 중 7명이 미래연 출신으로 3분의1이나 된다. 고용복지분과 간사인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국정기획조정 분과위원인 옥동석 인천대 교수,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인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1 분과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 경제2 분과위원인 서승환 연세대 교수, 고용복지 분과위원인 안종범 의원 등이다. 여기에 미래연 발기인 명단에는 없었지만 창립 당시부터 활동했던 고용복지분과 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까지 포함하면 무려 8명에 이른다.

박 당선인은 미래연 창립 1주일 전인 2010년 12월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사회보장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복지'를 화두로 사실상의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당시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와 서울대 최성재ㆍ안상훈 교수들이 발제에 나서 복지정책 브레인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안종범 의원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정책팀에서 활동하다가 2005년부터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뒤 2007년 대선 경선을 거쳐 2008년부터 당선인과 공부모임을 함께하며 '정책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연을 이끌고 있는 김광두 원장은 박 당선인과 공부모임을 하면서 안종범ㆍ이종훈 의원 등과 함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공부모임에는 미래연 멤버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옥동석 인천대 교수, 홍기택 중앙대 교수, 김진현 서울대 교수 등도 참여했다,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인 윤병세 전 수석과 최대석 교수는 미래연에서 외교 통일 분야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윤 전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 핵심 참모로 일했으며, 2010년 미래연에 합류한 뒤에는 박 당선인이 2011년 8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통일ㆍ외교ㆍ안보 구상을 밝혔을 때 기고문 작성 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등 박 당선인의 신뢰가 크다. 박 당선인의 대선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윤 전 수석은 차기 박근혜 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최 교수는 약 8년 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남북관계 분야 자문 역할을 해왔으며 대북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온 핵심 측근으로 차기 통일부장관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미래연에는 서강학파 출신들이 많은데 김광두 원장을 비롯해 인수위 경제1 분과 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 김인기 중앙대 교수 등이 해당한다.

이밖에 미래연 법ㆍ정치 분야의 조대환 변호사는 이번 대선에서 검찰개혁 등을 자문해 박 당선인의 신임을 얻으면서 새 정부의 민정수석으로까지 거론되고 있으며, 김대호 인하대 교수와 이병기 서울대 교수는 박 당선인에게 과학ㆍ정보기술 정책을 조언했다.

미래연의 정책 브레인들은 박 당선인의 공약을 총괄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도 상당한 활약을 하였는데 박 당선인이 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만큼 새 정부에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문성 갖추고 함께 일한 사람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선호하는 부류는 전문성을 갖추고 함께 일을 해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요직에 발탁될 가능성도 크다.

우선 이번 인선위에 선임된 인수위원들이 그에 해당한다. 인수위원 중 미래연 발기인으로 박 당선인과 '공부모임' 등을 통해 검증된 인사들과 함께 박 당선인이 직ㆍ간접으로 눈여겨 봐온 인물들이다.

외교 통일국방분과 간사인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박 당선인과 밤늦게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긴밀한 사이이고, 정무분과 간사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박 당선인이 2011년 말 총선을 앞두고 출범시킨 비상대책위원회에 들어와 인연을 맺었는데 보수적인 국가관과 검소한 면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기획분과 위원인 강석훈 의원은 대선 캠프 정책위원으로 활동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고, 여성문화분과 김현숙 의원은 경제ㆍ보육정책 전문가로 중앙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행복한여성추진단장을 맡아 박 당선인의 여성공약을 만드는 능력을 평가받았다.

경제1분과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같은 기획재정위에 소속되면서 박 당선인이 그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2분과 간사인 이현재 의원은 중소기업청장 시절 중소기업 상속세 감면제를 관철시키는 등 중소기업 정책에 역량을 보인 점이 박 당선인의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교육과학분과 간사인 곽병선 전 경인여자대 학장은 2007년 한나라당(당시)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에 들어간 이후 박 당선인의 교육정책 자문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신임을 얻었다.

당에서는 친박계 전현직 의원 중 경제 전문가들에 대한 박 당선인의 선호가 높다.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 정책위의장 출신인 이주영 의원, 친박 정책통으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 새누리당 총선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이혜훈 최고위원, 박 당선인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브레인 3인방'으로 불리는 초선의 안종범ㆍ강석훈ㆍ이종훈 의원에 대한 신임도 두텁다.

이와 함께 2007년 대선 경선, 2012년 대선을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신뢰를 쌓은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의 경제전문가들 외에 서병수 사무총장, 이정현 인수위 정무팀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홍문종 조직본부장, 이학재 비서실장 등이다,

당 안팎에선 김장수 전 장관의 국정원장설, 이혜훈 최고위원의 공정거래위원장설, 이정현 팀장의 청와대 홍보수석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정희 인연' …실력 갖춘 2세

인수위 명단이 발표된 뒤 야당은 "당선인이 2세 정치인이고, '박정희 키드'로 불릴 수 있는 인사가 다수 포진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인수위 분과 위원인 외교ㆍ국방ㆍ통일분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2분과 서승환 연세대 교수, 교육과학분과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 고용복지분과 안상훈 의원 등을 두고 하는 얘기다.

최대석 교수의 아버지는 공화당 재정위원장을 지낸 4선의 최재구 전 의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였다고 알려졌다. 서승환 교수는 박정희 시대 육사 1기로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서종철 전 장관의 아들이다.

장순흥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육사 한 기수 후배로 이산가족 상봉에 앞장섰던 장우주 전 대한적십자 사무총장의 아들이다. 장 전 사무총장은 1965년 당시 국방부 관리차관보 자격으로 박 전 대통령 방미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다.

안상훈 교수는 유신헌법을 기초했던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김 전 장관은 박 당선인의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의 멤버로 알려졌으며, 정수장학회 모임인 '삼청회' 회장을 지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2세 위원회' 비판에 대해 "이들은 박 당선인의 인적 자산"이라며 "전문성 등을 검증해 발탁한 것"고 반박했다.

최대석 교수는 남북문제 전문가이자 미래연 발기인으로 오래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남북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왔으며, 서승환 교수 역시 미래연 발기인으로 박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선 주택ㆍ부동산 정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주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을 주장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안상훈 교수는 '복지 브레인'으로 불릴 만큼 복지 전문가다. '복지'의 모델 국가인 스웨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안 교수는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에 핵심 참모로 참여하고 있다.

고용복지분과 간사인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2세는 아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설립된 서울대 엘리트 기숙사인 정영사(正英舍) 출신으로 40년 넘게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고 있다. 최 교수는 1998년 박 당선인이 국회에 입성하자 정영사 출신 모임인 정영회를 대표해 박 당선인을 만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사회복지행정과 노인복지 전문가로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으며, 박 당선인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최성재ㆍ안승훈 교수의 작품이기도 하다.

미래연 창립을 주도하고 박 당선인의 '공부모임' 핵심 멤버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내무부 지방국 행정담당관, 인천시장, 대통령 비서관 등을 지낸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 아들이다. 부인은 새누리당 정책통인 이혜훈 최고위원. 김 교수는 미래연 창립과 발전 과정에 박 당선인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정부 각료나 청와대 수석 등 중용설이 나오기도 한다.

영남대ㆍ삼청회의 잠재 인력들

박 당선인은 1979년 11월 청와대를 떠나 1997년 말 정계 입문할 때까지 은둔생활에만 머물지 않았다. 1980~88년 영남대 재단인 영남학원 이사로 재직했고 잠시 이사장직을 맡기도 했다. 또 1994년부터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5년 물러났다. 이를 통해 맺게 된 인연도 상당해 박근혜 정부에서 무시 못할 잠재력이 예상된다.

영남대 인맥으론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최 교수는 1977년 '새마을 장학생'으로 영남대에 입학한 뒤 1980년대 초 박 당선인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한국새마을학회 초대 회장,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장 등을 거치면서 '새마을학(學)'전파에 앞장섰다.

최 교수는 미래연 발기인으로 박 당선인의 '공부모임'핵심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박 당선인의 기획조정특보로 기용됐다.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이승종 서울대 교수도 새마을학회를 통한 최 교수의 인맥으로 전해진다. 이 위원은 2008년 최 교수가 초대 원장을 지낸 한국새마을학회의 창립 멤버다. 최 교수가 새마을학회 초대 회장을 맡았을 당시 이 위원은 부회장을 맡았다

영남대의 김정훈ㆍ김재춘 교수는 미래연 발기인으로 박 당선인의 정책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번 대선에선 같은 대학 지홍기 교수와 함께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만들었던 국민행복추진위에서 활약했다.

영남대 출신인 주호영 의원은 박 당선인의 불교계 인맥을 넓혔고,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아 대선에 기여했다.

이밖에 영남대 출신으로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전재희 전 의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의 장학생들도 박 당선인의 인적 자산이다.

정수장학회는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임인 '청오회'와 졸업생들의 모임인 '상청회'가 있다. 상청회 회원은 12개 지회에 약 3만8,000여 명으로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계에선 한나라당 김기춘ㆍ현경대 전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자를 막후에서 지원했고, 박선영 전 의원은 대선 때 박 당선인의 북한 인권 특보였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