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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비리' 알고도 사측 침묵… 왜?

●대기업 맘대로 주무르는 미스터리 직원 정체는
활동비 명목 거액 지출… 외부서 자금 조달도
"로열패밀리일 수도" 회사 내부에서 소문 무성
기업 부실 관리 도마에
일부 기업들의 부실 내부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직원들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다 적발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몇몇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수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특정 기업에 근무하는 아무개가 자금을 빼돌린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회사에서 문제 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승진까지 해 해당 인물이 회사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업에 근무하는 한 중간급 간부는 수시로 외국으로 출장을 나가며 해외에서 회삿돈을 물 쓰듯 쓰는데도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인사는 과거 정치인 해외 유흥접대 파문이 불거졌을 당시 정치인 접대를 주도한 핵심인물로 알려져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특권 가진 평범한 셀러리맨

최근 회삿돈을 빼돌리다 적발된 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도박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실제로 이들이 무슨 용도로 돈을 활용했지 확실치 않고 빼돌린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불명확하다. 기업들은 이들을 고발조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기 바쁘다. 기업이미지를 위해서다. 사정기관의 조사가 장기화되고 피해액수가 늘어날수록 경쟁사에 웃음꺼리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박모(32) 대리가 돈을 빼돌리다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주목을 끈데 이어 호텔신라 이모(39) 마케팅과장도 회삿돈을 유용하다 적발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년6개월간 회사 돈 7억여원을 빼돌려 명품백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이 과장을 구속했다고 지난해 12월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과장은 2009년부터 올해 11월 초까지 1만원권 삼성상품권 7만여장을 빼돌려 현금화한 후 자신의 계좌로 입금시키는 수법으로 7억여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9년 카드빚을 갚기 위해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빼돌리기 시작한 이 과장은 점차 액수를 늘려 최근에는 1회에 1,000만원씩 횡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과장은 한 달에 세차례씩 상품권을 빼돌렸고 상품권거래업자에게 1만원짜리 상품권을 건넨 뒤 9,200원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상품권을 현금화했다. 과장은 횡령한 7억원 중 6억원을 명품백 등 사치품 구입과 유흥비로 탕진했고 한 달에 평균 1,000만원 가량을 썼다. 또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쇼핑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장은 해당 상품권이 호텔신라에 외국인관광객을 유치한 가이드에게 선물용으로 나갔던 1만원짜리 소액상품권인 점을 노리고 상품권 제공과 관리를 담당하는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2년6개월간 횡령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텔신라는 내부감사를 통해 이 과장의 횡령을 적발하고 지난해 11월 29일 경찰에 고소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리와 이 과장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각각의 회사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거의 같은 시기에 구속됐다. 이 뿐만 아니라 이들의 횡령행각도 2년 수개월로 거의 비슷하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기간 횡령을 저지를 동안 회사에서 왜 그 같은 사실을 빨리 알아채지 못했는지 의문을 표시한다.

빼돌린 돈을 사용한 용처가 이 과장과 박 대리는 다르다. 박 대리는 이 과장과 달리 쇼핑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리는 마카오에서 카지노로 하룻밤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탕진하면서도 백화점에서 물건은 거의 사지 않았다고 한다. 백화점 물건이 비싸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범한 직원들 더 있다

최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H사가 조만간 또 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 기업수사와 관련, 사정기관은 A씨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H사의 비자금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가 H사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규명하는 핵심 열쇠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또 K사에 근무하는 L씨에 대한 소문도 재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회사의 중견간부인 L씨는 여러 면에서 수상한 구석이 다분하다. 그는 수년 전부터 회삿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 있는데도 회사에서 한 번도 문제 삼은 적이 없다. 더 이상한 것은 L씨 역시 자신의 행각을 숨기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최고급 승용차를 샀다거나 지방에 투자를 했다는 등의 자랑을 하기도 해 듣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T사의 P씨도 사정기관이 주시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3~4월 정도에 T사에 대한 본격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 전에 P씨에 대한 수사가 선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P씨는 회사의 초대형 프로젝트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T사의 관련사업 하청업체 지분을 차명으로 사들여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첩보가 돌고 있다. 이렇게 챙긴 수백억원대 이익을 P씨가 취한 것이 아니라 T사 오너가 취했을 수도 있다. 사정기관은 이 부분에 대해 집중 추적해 일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H사의 경우 이 회사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사정기관이 수사를 검토하고 있어 수사가 본격화 되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사의 A씨는 월 지출이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에 이른다. 그는 이 돈의 대부분을 개인적인 용도로 지출했지만 일부는 규명할 수 없는 해외 차명계좌로 보낸 흔적이 드러났다고 한다.

또 A씨가 운용한 자금 중 일부는 회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따로 조달 받은 것으로 사정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사는 과거 차명계좌 의혹을 산 적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해외에서 송금받은 차명계좌의 주인을 파악하는 게 이 자금 조사의 관건이다.

A씨는 회사 내부에서 직급에 비해 상당한 직권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A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 지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며 "A씨는 사내에서 입김이 상당하다. 자신보다 상관인 이들도 쉽게 대하지만 그의 상관들은 문제 삼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회사 내에서 A씨가 회장 측근 이른바 '로열패밀리'와 관련된 인물 아니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말했다.

더 이상한 것은 A씨의 대외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A씨는 외근직 부서에서 근무하는 게 아닌데도 업무와 무관한 해외 출장을 가거나 자리를 비우고 외부에서 손님을 만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정치권 인사들, 관가의 고위 관계자들 심지어 언론사 간부들과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들을 만나 접대비 상당한 접대비를 지출해 한 때 회사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수상한 점은 또 있다. 이 회사는 작년 인사에서 A씨를 간부로 승진시켰다. 이를 두고 회사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A씨를 두고 "회사 오너의 자금을 담당하는 핵심인사이거나 로열패밀리의 측근 아니냐"는 소문 돌았다.

사정기관은 A씨의 주변 조사를 통해 이 회사의 오너와 핵심 인사들의 횡령 배임 혐의 등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찾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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